되살아난 전기차 시장, '굳히기' 테슬라 vs '저가공세' BYD…현대차 전략은

엄수빈 기자 2026. 1.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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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 2년간 역성장 벗어나 전년비 50.1% 반등
국산 전기차 34.2%, 수입 전기차 78.2% 증가
"국산 전기차 생태계 보호 위한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논의 필요"
/이미지=구글 제미나이(Gemini) 생성.

2년 연속 역성장을 겪었던 국내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테슬라·BYD 등 수입 전기차들의 공세가 거세지며 높은 성장률을 보인 반면 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 올해도 테슬라와 BYD가 저가 공세를 통한 공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차종을 선보이며 수익성 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2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2만0177대로 전년 대비 50.1% 증가했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조기 집행과 완성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판촉이 맞물리며 얼어붙었던 수요가 빠르게 되살아났다는 평가다.

국산 전기차 34.2%, 수입 전기차 78.2% 증가…중국계 전기차 공세 두드러져

이번 반등의 중심에는 수입 전기차가 있다. 국산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34.2%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수입 전기차는 78.2% 급증했다. 특히 테슬라(모델Y·모델3)와 BYD, 폴스타 등 세 브랜드는 세 자릿수 성장률(각각 101.3%, 601.8%, 269.6%)을 기록하며 시장 판도를 흔들었다. 이 영향으로 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57.2%까지 하락해, 2022년 75%를 기록한 이후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회복 국면에서 가장 먼저 주도권을 굳힌 곳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중국 생산 모델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모델Y와 모델3의 국내 판매가를 대폭 인하하며 전기차 진입 장벽을 낮춘 데 이어 6인승 SUV 모델Y 롱휠베이스(L)까지 투입을 예고하며 라인업 확장에 나섰다. 가격 인하로 수요를 선점한 뒤 상품성으로 '굳히기'에 들어가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에서 약 6만대에 가까운 전기차를 판매하며 단일 브랜드 기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중형 SUV와 세단을 아우르는 라인업에 브랜드 인지도까지 더해지면서 '전기차는 테슬라'라는 인식을 한층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BYD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한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BYD는 올해 2000만원대 전기차 '돌핀'을 포함해 중형 전기 세단 '씰' 후륜구동(RWD),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씨라이언6' 등 신차 3종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돌핀의 경우 보조금과 제조사 할인이 적용될 경우 실구매가는 2000만원 중반대로 내려갈 수 있어 국산 소형 전기차와 정면 승부가 불가피하다.

BYD는 지난해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입한 첫해임에도 6000대 이상을 판매하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검증된 가격 경쟁력과 배터리 기술을 앞세워 올해는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 전기차+하이브리드 라인업 다양화로 수익성 모색

수입 전기차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신중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라인업을 유지하면서도 하이브리드와 PBV(목적기반모빌리티) 등 수익성 중심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아이오닉 9, EV4, EV5, EV9 GT 등 신차를 투입하고 있지만 테슬라식 가격 인하 경쟁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양극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가격과 브랜드 파워로, BYD는 초저가 전략으로 저변을 넓히는 반면 국산 완성차는 수익성과 기술 경쟁력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지나 회복 국면에 들어선 만큼 올해는 단순한 판매량 경쟁을 넘어 브랜드별 전략과 포지셔닝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자국 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주요국 정부 차원의 지원이 노골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격 경쟁력에 바탕을 둔 중국산 전기차의 급격한 유입만 봐도 시장 확대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국내 제조 기반의 위축과 공급망 관련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는 탓이다. 결국 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국내생산촉진세제'와 같은 지원책 도입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정명훈 KAMA 조사연구실 책임은 "테슬라의 감독형 FSD 도입 사례 등 자율주행 탑재 여부가 향후 전기차 구매의 핵심 결정 요인 으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제조사의 경쟁력 있는 기술 개발과 더불어 자율주행 도입에 최적화된 도로 환경 및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정부와 업계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엄수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