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 영업정지 검토, ‘비례의 원칙’은 지켜지고 있나

| 한스경제=하지현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회원 탈퇴 절차 문제 등과 관련해 쿠팡에 대한 전방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공정위는 정보 도용 여부와 소비자의 재산상 손해 발생 가능성, 쿠팡의 피해 복구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업정지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배경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쿠팡에서 3370만 건이 넘는 고객 계정 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된 사실이 알려지며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자 권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사안이 커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했으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는 쿠팡의 개인정보 관리 부실과 회원 탈퇴 절차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기업 측의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 법적 책임이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영업정지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과연 적절한 수위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영업정지는 기업에 대한 제재에 그치지 않고, 시장과 산업 전반으로 영향을 확산시키는 조치다. 쿠팡 입점 소상공인 가운데 연 매출 30억 원을 넘겨 이른바 '소상공인 졸업' 기준을 충족한 업체가 1만 곳을 넘어선 것도 이런 구조와 맞닿아 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일부 소상공인들은 쿠팡의 물류·배송 시스템을 활용해 전국 단위 판로를 확보하며 매출 성장을 이어왔다. 실제로 쿠팡을 통해 성장한 '소상공인 졸업' 업체들의 매출 증가 속도는 같은 기간 국내 소상공인 평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제조사와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측된다. PB(자체브랜드) 상품을 중심으로 쿠팡과 거래하는 중소 제조사는 600곳을 넘어섰고, 이들 기업의 고용 인원은 2만 명에 육박한다.
기술력은 있으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지 못했던 제조사들이 쿠팡의 PB 브랜드(CPLB)를 통해 생산 물량을 확대했고, 이에 따라 관련 고용도 1년 새 약 4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유통망 하나의 변화가 중소 제조사의 사업 지속성과 고용 여건에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구 감소 지역 농가를 대상으로 한 협업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쿠팡은 일부 인구 감소 지역 농가와 협력해 산지 직매입 방식으로 과일 6600톤을 유통했고, 그동안 상품성 문제로 폐기되던 '못난이 채소'를 배송 시스템과 결합해 판매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전남 함평 등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대규모로 직매입하면서, 농가 소득 안정과 지역 경제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류 투자와 고용 역시 영업정지 논의에서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다. 쿠팡은 2014년 이후 물류 인프라에 약 6조 2000억 원을 투자했고, 직접 고용 인원은 8만 명을 넘어섰다. 전국 단위 물류망 구축 과정에서 지역별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이는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이 전제될 때 유지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맥락에서 '비례의 원칙', 즉 제재의 목적과 수단,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원칙이 다시 주목된다. 영업정지 조치는 시장과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위반 행위의 성격과 피해 규모에 비춰 과도한 처분이 아닌지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영업정지와 같은 중대한 제재는 책임 범위가 분명해진 이후에 검토돼야 한다. 현재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피해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에 따른 시정명령의 필요성이나 이행 여부를 판단할 수가 없다.
최근 쿠팡이 피해 보상안을 마련하며 피해 구제에 나선 점 역시 함께 고려할 요소다. 쿠팡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처벌이 아니라, 사실관계와 책임 범위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토대로 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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