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도, 민간 사업도 첨단화”…조직 개편 나선 현대로템의 청사진
재사용 발사체용 메탄연료, AI 기반 열차 관리 시스템 등 민간 사업 첨단화도

현대로템이 피지컬 AI와 수소사업 강화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와 첨단 제조기업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방산 부문에서 AI를 접목한 다목적 무인차량과 다족보행로봇을 개발해온 만큼, 이를 더 확장해 군과 민간 양면에서 폭넓게 혁신 기술을 접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부서별 전문성 키운다
현대로템은 14일 기업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당장 이달부터 적용된다.
핵심은 조직 효율화와 미래 사업 전문 부서 신설이다. 기존 37실 15센터 186개팀에서 35실 14센터 176개팀으로 조직을 축소한다. 당초 현대로템은 방산 수주 호황기 글로벌 대응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기능별로 세분화했다. 이를 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현대로템은 대량의 폴란드발 K2전차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에도 루마니아 전차 사업을 비롯해 이라크 사막형 K2 수출사업 등 다양한 계약 체결이 가시권이다. 곳간이 든든해진 만큼, 이번 조직 재편은 즉각 수출 대응보다는 미래 사업 경쟁력을 미리 강화해 장기적 수출 기반까지 마련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피지컬 AI 기반 디펜스솔루션, 유무인복합체계 시장 선도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소, 무인화·AI, 항공·우주 등 미래 산업 경쟁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이를 신속하게 사업화로 연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 핵심 기술을 사업모델 전반으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피지컬 AI는 글자나 그림을 디지털 환경에서만 처리하는 기존 생성형 AI와 달리, 센서와 로봇 같은 하드웨어를 통해 실제 공간을 인식·판단하고 행동까지 수행하는 AI다.
그간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방산 사업부)은 피지컬 AI 사업을 위한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놨다. 지난해 미국 쉴드 AI와 국방 AI 기반 다목적 드론 운용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쉴드AI가 공급하는 AI 기반 자율전투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인 '하이브마인드 엔터프라이즈(HME)'를 활용해 무인체계의 자율전투 임무수행 기술을 단계적으로 연구개발하고 고도화하는 협약이다.
우선 차세대 지상무기 라인업에 자율임무 수행이 가능한 드론을 탑재한다. 이는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와 다족보행로봇같은 무인체계 자율 임무수행과 군집제어 수행체계 개발로 이어진다. 최종적으론 앞서 고도화된 AI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종류의 유무인복합체계 무기들이 통합적으로 지휘·통제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기조가 디펜스솔루션 조직 개편에서도 드러났다는 평가다.

민간도 첨단 제조 기술 적용…우주항공·철도·플랜트 전부 잡는다
주목할 점은 민간 사업부문에서도 미래 기술을 대거 적용하기 위한 조직개편이 단행됐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방산업계는 저마다 AI와 우주항공 산업 진출을 선언하며 관련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지 않고 정부 대상 영업을 펼쳐야 하는 방위산업에만 집중하기보다, 블루오션인 민간 AI시장과 우주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으로 이어지는 육해공 통합 방산 솔루션을 구축한 데 이어, 차세대 재사용 발사체와 초소형 위성 시장에 뛰어들었다. KAI 역시 AI파일럿과 위성사업 등을 미래 6대 과제로 설정하고, 군용과 민간용 시장을 막론하고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LIG넥스원은 아예 사명을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로템의 이번 조직개편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먼저 항공우주사업에서는 35톤급 메탄 엔진 기술 개발에 국내 최초로 나섰다. 연소 시 그을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빠른 재사용이 가능한 메탄 엔진은 데이터와 AI 기반으로 재비행을 반복할 재사용 발사체가 구현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재사용 발사체는 미국 스페이스X가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뉴스페이스시대 발사체 패러다임으로 굳어졌다. 국가우주위가 최근 확정한 중장기 계획에는 메탄 기반 재사용 발사체 개발이 포함됐다. 우주항공청은 단발성 발사체를 기반으로 세운 발사 로드맵을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레일솔루션(철도)와 에코플랜트 사업에서도 조직개편이 이어졌다.
레일솔루션 부문은 AI를 결합한 상태기반 유지보수 시스템(CBM)을 개발하고 있다. CBM은 각종 센서와 사물 인터넷(IoT)을 통해 수집되는 주요장치 센서 데이터, 운행 정보, 고장 이력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지능형 유지보수 솔루션이다. AI 기반 상태진단 모델이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고 장치 상태에 기반한 최적의 정비 시점을 도출한다. 또한 AI 기반 관제시스템과 자율주행기술, AI 지능형 CCTV 자체 개발도 병행한다.
특히 레일솔루션은 대만과 호주, 미국 등지에서 다수의 전동차 수주를 따낸 현대로템 핵심 사업 부문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비롯한 글로벌 대현 프로젝트가 산재한 만큼, 선제적으로 AI 기반 열차 관리 시스템을 확립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에코플랜트부문에서는 항만 물류 자동화의 핵심 설비인 항만무인이송차량(AGV) 등 AI를 접목한 스마트 물류 연구개발(R&D)과 상용화를 확대하고 로봇·수소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빠르고 유연한 운영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