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동부, 대한항공 ‘연차 제한’ 실태 파악 나섰다
고용부 “연차 시기변경권의 ‘막대한 지장’ 요건 검토”
인력 부족 속 승무원 감축운항…서비스 질 저하 우려 확산
![대한항공 B787-10 [출처=대한항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0/552778-MxRVZOo/20260120142527288ltme.jpg)
고용노동부가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휴가 배정 기준을 '휴가 사용 실적' 중심으로 전환한 상황을 인지하고 실태 파악에 나섰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방청을 통해 대한항공의 객실승무원 '휴가제도 운영 변경' 논란과 관련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이 휴가 사용 실적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휴가를 배정하는 것이 근로기준법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살펴볼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객실승무원들의 12개월간 휴가 사용 실적과 일자별 가중치를 기반으로 점수를 산정해 총점이 낮은 순으로 휴가를 배정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공개했다. 평일 휴가는 10점, 일반 주말·주중 단독 공휴일은 30점, 설·추석·여름 성수기 등은 50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연차 사용이 많을수록 점수가 높아져 휴가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다.
특히 공지에 명시된 '개인 사유로 연차를 취소해도 점수는 감소하지 않음', '다른 휴무로 대체되더라도 사용 실적에는 연차 사용으로 반영된다'는 조항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또한 7월 말~8월 초와 추석 연휴 등 휴가 제외 기간도 명시됐다.
이는 객실승무원들이 연차 사용을 자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형평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제도가 현장에서는 연차 사용을 제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승무원 [출처=대한항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20/552778-MxRVZOo/20260120142528568wrbe.jpg)
대한항공 측은 연차 시기변경권 행사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주말 및 공휴일, 연휴 등 특정 일자에 연차 휴가 신청이 집중되면 안전운항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불가피하게 우선순위를 부여해 가능한 선까지 휴가 반영토록 한 것이며 법적인 문제 또한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근로기준법 제60조 5항에 따르면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객실승무원의 연차 사용으로 항공 운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연차 사용 제한의 근본 원인이 '인력 부족'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객실승무원은 "연차를 신청해도 매번 취소돼 30일가량의 연차가 쌓여 있다"고 전했다. 과거부터 인력 부족으로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구조가 지속됐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인력 부족으로 최근 일부 노선에서 항공기 편당 탑승하는 객실승무원 수를 줄여 운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오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운항한 대한항공 항공편의 실제 탑승 서비스 승무원 수는 기존 계획 대비 1명~2명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인천과 뉴욕을 오가는 KE0085 항공편에 24명의 서비스 승무원을 배치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 탑승한 승무원 수는 23명이었다. 성수기인 5~7월을 제외하면 감축 운영은 지속됐다. 이는 객실승무원 인력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업계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서 연차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법 조항을 교묘히 활용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휴가 실적 점수제'가 도입될 경우 객실 승무원들의 연차 사용을 기피하게 만들고 이는 결국 피로 누적과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진심노무사사무소 배영현 대표노무사는 "병가, 휴직, 이직 등 일시적으로 인원이 부족하거나 청구일이 집중되는 등의 이유로 회사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 시기변경권 사용이 가능하다"며 "다만, 단순히 인원 부족으로 객실승무원의 연차 시기변경권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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