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 엑소, ‘REVERXE’로 증명한 불멸의 클래스 [가요공감]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일류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다. 오직 스스로가 기준이 되어 흐름을 주도할 뿐이다. K팝 신의 현재 트렌드를 뒤엎고, 독보적인 세계관과 타협 없는 음악적 고집으로 자신들이 곧 ‘장르’임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진정한 왕의 귀환, 그룹 엑소(EXO)다.
엑소(수호 레이 찬열 디오 카이 세훈)가 지난 19일 정규 8집 ‘리버스(REVERXE)’를 발매, 군백기를 끝내고 컴백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23년 7월 발표해 그룹 통산 7번째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정규 7집 ‘엑지스트(EXIST)’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보로, 타이틀곡 ‘크라운(CROWN)’을 포함한 총 9곡이 수록돼 있다.
특히 앨범명 ‘REVERXE’는 ‘진정한 하나가 되는 날,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엑소 세계관 스토리에 기반해, ‘거스르다’ 혹은 ‘되돌리다’라는 뜻의 영단어 ‘Reverse’를 엑소 식 표현법으로 재해석, ‘다시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세계관의 시초’라 불리는 엑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디테일이자, 이번 앨범이 얼마나 공들여 빚어낸 고퀄리티 작품인지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K팝 신에서 ‘세계관’이라는 단어를 통용시킨 기준점이 엑소였다면, 이번 앨범은 그 기준점이 스스로의 역사를 어떻게 현대적인 문법으로 재구축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총 9곡의 트랙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이번 앨범은 단순한 복귀작이 아니다. 엑소라는 장르의 확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에 이번 앨범을 REVERSE(역행), REVERXE(변주), RE-BIRTH(재탄생)이라는 세 가지 구조를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REVERSE [rɪˈvɜːrs] [리버스]
(v.) 흐름을 뒤바꾸다; 이지 리스닝의 범람 속, ‘아는 맛’으로 정면승부
바야흐로 ‘듣기 편한 음악’이 미덕인 시대다. 난해하지 않고 유려한 선율과 가벼운 비트, 이른바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이 K팝의 문법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 엑소는 그 흐름을 보란듯이 역행한다. 그 시절,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엑소만의 음악으로, 현재 K팝 신을 향한 ‘정면 승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은 앨범 타이틀에서부터 이 반전의지를 뚜렷이 한다. 남들도 하는 트렌드에 편승하기 보다는, 그간 자신들이 리스너들에게 맛보게 했던 ‘아는 맛’으로 스스로가 트렌드가 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그 서막을 여는 타이틀 곡 ‘크라운’은 엑소의 음악적 고집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묵직하게 심장을 타격하는 애틀랜타 트랩 드럼 위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헤비메탈 기타 리프, 그리고 공간을 장악하는 거친 EDM 신스 사운드는 청각적 전율을 선사한다.
‘크라운’은 단순히 강렬함에만 기대지 않는다. 불시에 울려 퍼지는 사이렌 이펙트는 비상사태와도 같은 긴장감을 조성하고, 그 위를 질주하는 멤버들의 보컬은 파괴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소중한 존재를 ‘왕관’에 빗대어,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더라도 기필코 지켜내겠다는 가사는 비장미를 넘어선 숭고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는 오직 엑소만이 할 수 있는 ‘SMP(SM Music Performance)’의 정수이자, 우리가 그토록 갈망했던 ‘확실한 맛’의 귀환이다.
이러한 태도는 ‘Crown’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어지는 수록곡들 역시 ‘REVERSE’라는 이름 아래, 엑소식 정면승부의 결을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2025 MMA’에서 선공개 돼 ‘왕의 귀환’을 알렸던 수록곡 ‘백 잇 업(Back It Up)’은 대담한 신스 브라스와 808 베이스가 맞물리며 청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예고 없이 전환되는 비트의 변주 속에서, 긴 어둠을 뚫고 정점에 서서 자신을 증명하겠다는 엑소의 독기 어린 의지를 체감할 수 있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수록곡 ‘크레이지(Crazy)’는 일렉트로닉 팝과 브라질리언 펑크라는 서로 다른 질감의 낯선 결합으로 한 층 더 넓어진 엑소 음악적 세계를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덫에 걸려 이성을 잠식당하는 과정을 변화무쌍한 BPM으로 그려낸 ‘크레이지’는 청자로 하여금 화자의 혼란과 광기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결국 ‘크라운’에서 시작돼 ‘백 잇 업’ ‘크레이지’로 이어지는 트랙 구성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모두가 ‘듣기 편한 음악’에 안주할 때, 엑소는 기어이 그 흐름을 거스르는 길을 택했다. 이지 리스닝을 과감히 역행하는 이들의 행보는, 역설적으로 가장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하며 무뎌진 대중의 도파민을 자극한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그러나 가장 기다려온 그 ‘아는 맛’의 완벽한 귀환이다. 그 ‘아는 맛’이야 말로 엑소가 지금의 K팝 신에 던지는, 타협 없는 승부수다.

2. REVERXE [rɪˈvɜːrks] [리버스]
(n.) S가 아닌 X; ‘REVERXE’라는 이름에 담긴 엑소만의 문법
이번 앨범이 갖는 무게감의 중심에는 ‘세계관’의 확장이 있다. 앨범명 ‘REVERXE’는 ‘Reverse’의 ‘S’를 엑소의 상징인 ‘X’로 치환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엑소식 작명법’은 그들이 걸어온 역사 그 자체다. 정규 2집 ‘엑소더스(EXODUS)’와 단독 콘서트 타이틀이었던 ‘엑솔루션(EXO’luXion)’, ‘엑소디움(EXO’rDIUM)’, ‘엘리시온(EℓyXiOn)’, ‘익스플로레이션(EXplOration)’에 이르기까지. 엑소는 단순히 단어를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알파벳 대문자 ‘X’를 중심에 둔 그들만의 고유한 언어 체계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세계관의 재정립은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에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달 8일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은 엑소 세계관 스토리텔링의 백미로 꼽히는 정규 2집 티저 ‘패스코드(Pathcode)’의 연장선을 보는 듯한 전율을 선사했다. 각기 다른 도시에 흩어진 멤버들이 의문의 신호를 통해 초능력을 각성하던 그 전설적인 ‘패스코드’ 서사처럼, 이번 영상 속 멤버들 역시 자신의 초능력을 잊은 채 현실을 마치 꿈처럼 부유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내 정체 모를 강렬한 이끌림은 그들을 다시 태초의 공간, ‘생명의 나무’ 앞으로 소환한다. 흩어졌던 힘이 하나로 모이고 엑소 특유의 시네마틱한 미장센이 폭발하는 이 순간은, ‘REVERXE’가 단순한 앨범을 넘어 거대한 서사의 귀환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서사의 연결고리는 비단 영상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타이틀곡 ‘크라운’의 퍼포먼스 속 멤버들이 서로의 몸을 엮어 만들어내는 ‘생명의 나무’ 안무는 지난 2013년 ‘늑대와 미녀(Wolf)’의 시그니처를 2026년의 문법으로 재소환한 것이다. 이는 흩어졌던 초능력이 하나로 모이는 과정을 무대 위에서 시각화함과 동시에, 엑소라는 거목의 뿌리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증명이다.
돌이켜보면 엑소의 세계관은 단순히 초능력 설정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음악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개연성’으로 작용해왔다. 우리가 ‘나비소녀 (Don’t Go)’의 순수함을, ‘피터팬 (Peter Pan)’의 영원함을, ‘Baby, Don’t Cry (인어의 눈물)’의 애절함을, 그리고 ‘월광(Moonlight)’의 신비로움을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그들이 ‘미지의 세계에서 온 소년들’이라는 판타지적 서사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의 허리를 지탱하는 R&B 트랙들 역시 이 맥락 위에 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소년들이 들려주던 동화가 14년의 시간을 통과하며 한층 더 농밀하고 관능적인 ‘어른의 서사’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그 정점에 있는 수록곡 ‘문라이트 섀도즈(Moonlight Shadows)’는 과거 ‘월광’이 보여주었던 서정성을 2026년의 세련된 문법으로 재해석한다. 풍부한 신스 텍스처 위로 겹겹이 쌓이는 세밀한 전자 펄스(Electronic Pulses)는 듣는 순간 압도적인 시네마틱 무드를 선사한다. 달빛 아래 서로의 그림자가 서서히 맞닿는 로맨틱한 순간, 그 찰나의 이야기를 감미롭게 읊조리는 멤버들의 보컬은 귀로 듣는 음악을 넘어 눈으로 그려지는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한다.
또 다른 수록곡 ‘백 포켓(Back Pocket)’은 엑소 특유의 여유로운 바이브가 댄서블한 리듬을 만난 트랙이다. 청키한 기타 리프와 펑키한 베이스 라인이 빚어내는 쫄깃한 리듬감은 미드 템포 R&B의 묘미를 극대화하며 리스너들에게 듣는 재미를 준다. 숨길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낀 상대의 가장 가까운 자리, 마치 뒷주머니(Back Pocket) 속에 쏙 들어가 머물고 싶다는 재치 있는 가사는 곡의 경쾌한 매력을 한층 배가시킨다.
‘서퍼케이트(Suffocate)’는 몽환적인 신스 패드와 드라이한 킥 사운드가 어우러져 한층 더 세련된 무드를 자아낸다. 숨조차 쉴 수 없는 이별의 고통을 노래하면서도, 감정을 무작정 터뜨리기보다 절제된 그루브 속에 밀도 있게 눌러 담았다. 과잉 없이 담백하게, 그래서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서퍼케이트’는 엑소의 노련한 완급 조절이 빛을 발하는 트랙이다.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터치 앤 고(Touch & Go)’는 리드미컬한 드럼 루프와 아르페지오 신스의 조화가 인상적인 곡이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기우는 찰나의 순간을, 툭 건드리면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도미노에 빗댄 표현은 사랑의 속성을 감각적으로 묘사해 여운을 더한다.
이 트랙들은 엑소가 ‘콘셉트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아티스트로서 얼마나 탄탄한 기량과 깊은 페이소스를 지니고 있는지 증명하는 결정적 구간이다. 시각적 서사가 엑소의 ‘세계’를 구축했다면, 그 세계를 생생하게 숨 쉬게 만드는 것은 멤버들의 다채로운 ‘소리’다. 유려하게 흐르는 보컬 라인과 그 틈을 묵직하게 파고드는 랩 라인의 유기적인 조화는 14년의 시간이 빚어낸 완벽한 ‘합(合)’이며, ‘엑소’라는 이름의 독보적 장르를 재확인케 한다.

3. RE-BIRTH [riː-bɜːrθ] [리버스]
(n.) 과거가 아닌 ‘지금의 EXO’로; ‘REVERXE’가 말하는 재탄생
결국 ‘REVERXE’가 도달하고자 하는 종착지는 ‘재탄생(Re-birth)’이다. 단 그 재탄생은 과거의 영광을 복기하거나, 찬란했던 시절로의 회귀를 뜻하지 않는다. 엑소가 말하는 재탄생은 수많은 풍파와 변화를 관통하며 비로소 단단해진 ‘지금의 엑소’가 맞이하는 새로운 챕터다.
앨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트랙인 ‘플랫라인(Flatline)’은 팝 록 사운드를 빌려 이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투영한다. 인생이라는 거친 항해, 그 파도 속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를 이정표 삼겠다는 다짐은 엑소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은유다. 벅차오르는 밴드 사운드는 그들의 항해가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마지막 트랙인 ‘아임 홈(I’m Home)’은 팬들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이자 약속의 의미를 담은 곡이다. 사랑하는 이들과 재회한 행복, 그리고 이 순간의 영원을 바라는 간절함이 담긴 ‘아임 홈’은, 2년 6개월 만의 컴백을 기다린 팬들에게 바치는 엑소의 헌사나 다름없다. 화려한 기교 대신 담백한 진심으로 앨범의 엔딩을 장식한 엑소의 선택은 그 어떤 웅장한 피날레보다 깊은 울림을 남긴다. 총 9곡으로 밀도 있게 채워진 이번 앨범은 엑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가교라고 할 수 있다. 트렌드라는 이름의 가벼움이 만연한 시대에, 묵직한 정공법으로 승부수를 띄운 그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이처럼 엑소는 이지 리스닝의 범람 속에서 대중에게, 잊고 있었던 음악의 ‘무게감’을 다시금 환기했다. 음악은 더욱 강렬해졌고, 감성은 더욱 깊어졌다. ‘REVERXE’는 엑소가 여전히 K팝 신의 왕관(Crown)을 쓸 자격이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그리고 그들의 전성기는 과거 완료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임을 증명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왕의 귀환을 알리는 엑소의 새로운 챕터가 지금, 막 시작됐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SM엔터테인먼트]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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