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인사이드] 부산 키즈, 영어로 북항 넘는다... 지역 경쟁력 \'만렙\'
교실을 벗어나 삶으로 배우는 실전 영어 캠프
영어뮤지컬·말하기대회로 표현력·자신감 ‘업’
국제화센터 거점으로 지역 교육복지 새 모델
[지데일리] ‘언어를 넘어 세계로.’ 부산 중구가 북항 재개발이라는 100년 대계의 도시 비전 속에서 또 한 발 앞선 행보를 내딛었다. 단순한 지역사업의 차원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투자\'로 항로를 바꾸고 있다.
2026년, 중구의 새로운 여정은 ‘겨울방학 똑똑(talk talk)한 영어캠프’가 그 출발점이다. 지난 12일 첫 입소를 마친 30명의 초등학생들은 단어 암기가 아닌, 세계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며 ‘글로벌 부산’의 새 지평을 직접 그려가고 있다.
중구가 추진하는 이번 글로벌 교육 프로젝트의 방향은 분명하다. “청소년을 북항시대를 이끌 미래 인재로 키운다.” 교육의 초점을 ‘시험’이 아닌 ‘소통’으로, ‘지식’이 아닌 ‘경험’으로 옮긴 것이다.
교실 밖에서 배우는 살아 있는 영어
‘똑똑(talk talk)한 영어캠프’는 단순한 체험 행사가 아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원어민 강사와 생활을 함께하며 영어를 실제 의사소통의 도구로 익히는 합숙형 프로그램이다.
올겨울 입소한 초등학생 30명은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며 친구를 사귀고, 매일 영어로 식사 예절과 생활 대화를 나눈다. “Where are you from?”으로 시작한 말이 “Let’s play together!”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교류의 장이 펼쳐진다. 8월에도 여름방학을 맞아 동일 규모의 캠프가 열릴 예정이며, 학생들이 계절마다 언어 감각을 복습하고 확장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 캠프의 핵심은 ‘몰입’이다. 기존 교실 수업이 문법 중심의 ‘입력 학습’이라면, 캠프는 생활 속 ‘출력 경험’을 제공한다. 참여 학생들은 하루 종일 영어를 사용하며, 프로젝트형 학습과 실전 대화로 자신감과 표현력을 키운다. 중구는 이를 통해 “영어가 두려운 교과목이 아닌, 세계로 향하는 통로”임을 직접 체감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말로 배우는 자신감, 무대로 키우는 표현력
올해는 특히 ‘참여형 영어 프로그램’도 대폭 강화된다. 대표적으로 ‘영어 뮤지컬 수업’과 ‘중구청장배 영어말하기대회’가 신설된다. 이는 단순한 외국어 대회가 아닌, 청소년들이 자기 생각을 영어로 스토리텔링하면서 자신감을 얻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뮤지컬에서는 대사, 노래, 동작이 모두 영어로 진행되며, 참가 학생들은 연습 과정에서 팀워크와 즉흥 표현력을 함께 익힌다. 영어말하기대회 또한 원어민 심사위원이 함께 참여해 국제 기준의 피드백을 제공한다. 중구는 이를 통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완화하여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이라는 더 큰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글로벌 감수성을 키우는 국제화 거점
중구의 영어 교육은 캠프와 대회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중구국제화센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교육 생태계’가 탄탄히 구축되고 있다. 센터는 연중 ‘어린이 영어교실’, ‘외국인 유학생 멘토링’, ‘세계시민교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육의 연속성과 확장성을 확보했다.
‘어린이 영어교실’은 입문·기초 등 4단계 수준별 과정으로 구성돼 있으며, 상·하반기로 나눠 운영된다. 이 과정은 부산외대와의 협약을 기반으로 추진되는 ‘글로벌 어학당’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매 수업에는 원어민 강사진은 물론, 부산외대와 동아대 유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한다. 아이들은 이들과의 멘토링을 통해 외국어 실력 향상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문화 교류도 경험한다.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가치는 ‘상호 성장’에 있다. 외국인 유학생 멘토에게는 한국 사회 적응의 기회가, 관내 학생들에게는 다문화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이중의 효과가 발생한다. ‘배움’이 지도와 피드백을 넘어 양방향으로 흐르는 것이다.
한편 ‘세계시민교육’은 언어 교육의 확장판이다. 평화, 인권, 다양성, 기후위기 등 지구적 문제를 주제로 지역 학교와 청소년 문화의집을 직접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중구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의 지역을 넘어 “세계 속 주체적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교육 복지를 넘어, 지역 활력의 씨앗
중구의 글로벌 교육 전략은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다. 구는 올해부터 ‘JELLY 화상영어 지원사업’, 어린이집 영어 특별활동, 성인 대상 외국어 강좌를 동시에 운영해 전 연령의 ‘글로벌 리터러시’를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JELLY 사업은 진로지원센터를 통해 운영되며, 학생들이 집에서도 원어민 교사와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술과 인프라를 결합한 이 프로그램은 ‘수업의 장소적 제약’을 실질적으로 해소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성인 대상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중구는 국제화센터를 중심으로 △생활 회화 △비즈니스 영어 △중국어·일본어 과정 등을 단계별로 개설해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이는 교육이 곧 지역 경쟁력이라는 철학에서 비롯된 행정의 방향성이다.
교육이 만드는 북항시대, 남은 과제는
2021년 부산외대와의 업무협약을 기점으로 시작된 중구의 글로벌 역량 강화 프로젝트는 해마다 진화를 거듭해왔다. 이제 그 성과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교육은 장기전이지만, 변화의 조짐은 확실하다. 지역 학부모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인근 자치구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교육 도시 중구’ 완성을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먼저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전문성 확보다. 영어 캠프와 멘토링이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장기 커리큘럼을 마련하고, 전문 강사 인력풀을 지역 기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참여의 균형’ 문제도 중요하다. 저소득층 가정에게는 우선 선발과 전액 지원 혜택이 주어지지만, 실제 신청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홍보 방식과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
더불어 글로벌 교육을 단순 언어교육이 아닌 ‘도시 브랜드 가치’와 연결 짓는 전략적 관점이 요구된다. 북항의 국제관광 허브 구축과 연계해 중구의 청소년들이 향후 글로벌 행사 자원봉사, 국제교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계망을 설계한다면 그 파급력은 배가될 것이다.
중구의 목표는 분명하다. “아이들의 꿈이 세계로 통하는 도시, 글로벌 항만도시의 중심으로서 교육 자치의 본보기가 되는 것.”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하는 힘이다. 영어 한 문장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첫 문장을 내뱉는 용기를 키우는 일. 중구가 가동한 이 변화의 엔진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켰다.
앞으로 북항시대를 맞아, 바다를 향해 열린 창처럼 중구의 교육도 그 너머를 바라본다.
아이들이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교육으로 미래를 짓는 중구”의 항해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