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53℃에서 드러나는 '전자 무늬' 규명…"고온초전도 실마리"

이병구 기자 2026. 1. 20. 10:3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뒷줄 왼쪽부터 김용관·이성빈·양희준·양용수 KAIST 물리학과 교수, 앞줄 왼쪽부터 박제민·홍석조·오재환 연구원. KAIST 제공

KAIST 연구팀이 극저온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초전도체 등과 밀접하게 연관된 양자 현상을 처음으로 정밀 포착했다. 연구성과는 고온초전도체나 양자컴퓨터 소재 등 첨단 양자물질 연구를 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양용수·이성빈·양희준·김용관 물리학과 교수팀이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양자물질 내부에서 전자들이 일정한 규칙으로 배열되는 패턴인 '전하밀도파'가 형성되고 사라지는 과정을 시각화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공개됐다.

초전도는 저항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 없이 전류가 흐르는 것을 말한다. 보통 극저온 환경의 일부 물질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으로 전자가 짝을 지어 '쿠퍼 쌍'을 이뤄 집단적으로 움직인다. 초전도 현상은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나 양자컴퓨터 구동 등 첨단 기술에 활용되고 있다.

양자역학적 특성이 뚜렷한 물질인 양자물질에서는 일반적인 물질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전자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그중 전하밀도파는 양자물질을 극저온으로 냉각했을 때 전자들이 결을 이루듯 질서 있는 무늬를 만드는 상태를 말한다. 전하밀도파는 초전도 등 주요 양자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됐기 때문에 어떤 조건에서 생성되고 사라지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관측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난제다.

연구팀은 액체헬륨으로 냉각한 특수 극저온 전자현미경과 4차원 주사투과전자현미경(4D-STEM) 장비를 이용해 양자물질인 나이오븀 다이셀레나이드(NbSe2)의 전자 무늬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극저온에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까지 볼 수 있는 전자현미경으로 전자 무늬를 확인한 것이다. 물이 얼면서 얼음 결정이 형성되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과 비슷하다. 

실험 결과 전하밀도파가 나타나는 온도는 영하 약 253℃ 부근으로 확인됐다. 전자 무늬는 물질 전체에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선명한 무늬와 무늬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부분이 혼재된 것이다. 호수가 한 번에 얼지 않고 얼음과 물이 섞인 상황과 유사하다.

연구팀은 눈으로는 거의 확인할 수 없는 작은 압력이나 뒤틀림이 전자 무늬 형성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일부 영역에서는 온도가 올라가도 전자 무늬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등 좁은 곳에 고립된 질서가 유지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전하밀도파를 구성하는 전자들이 서로 얼마나 멀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정량적으로 계산하는 데도 처음으로 성공했다. 전자 질서가 어떻게 연결·유지되는지 설명하며 새로운 분석 방법을 제시한 성과다.

전자 무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조건을 알아내면 고온초전도체 등 초전도 현상이 더 잘 일어나는 재료를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양 교수는 "이론이나 간접 측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극저온에서의 전자 질서와 양자상태의 미세한 변화를 이제는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며 "양자물질의 숨겨진 질서를 밝혀냄으로써 미래 양자기술의 재료 개발을 가속할 중요한 돌파구"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03/776d-dnmf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동아사이언스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