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아이에게 녹음기를 주려 할까

겉보기에 이 법안은 그저 ‘주호민 사건’의 여진이다. 유명 만화가이자 흥행 영화 원작자인 주씨가 2022년 자폐 성향 아들의 담당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일에서 논란은 시작됐다. 주호민씨 부부는 교사와 아들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을 학대의 증거로 삼았다. 아이에게 녹음기가 있다는 사실을 교사는 몰랐다. 유명 만화가가 얽힌 장애 아동 학대 사건은 단숨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갖가지 말과 폭로·논란으로 3년 4개월이 흐른 뒤 조용히 법안 하나가 발의됐다. 그간의 파장에 비해 여론 주목도는 높지 않으나 사안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법이다.
원칙적으로 부모가 아동과 교사의 대화를 녹음한 자료는 법정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 자체를 법이 금지한다. ‘대화 당사자가 아닌 사람의 녹음’이라는 의미에서 이걸 ‘제3자 녹음’이라고 한다. 제3자 녹음 금지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에 규정되어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제3자 녹음은 그 내용과 무관하게 증거가 되지 못한다.
대중적 화제는 녹취록 내용이었지만, 주호민씨 사건 1, 2심 재판정에서도 핵심 논점은 녹음의 증거능력이었다. 1심은 주씨 부부의 녹음이 ‘정당행위’라고 보았다. 정당행위란 쉽게 말해 법조문은 금지하지만, 일반인의 상식을 반영해 위법이 아닌 것을 말한다. 1심 재판부는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 정당했고, 아이의 방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으며, 신속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나 CCTV가 없었고, 장애를 가진 소수 학생만 학급에 있었기에 다른 수단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녹음을 증거로 인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특수교사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 논리는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특수교사의 발언을 녹음한 녹음 파일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정당행위 법리는 해당 조문에 적용할 수 없다.’ 2심에서는 무죄가 나왔다.
지난해 11월19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4개 법안은 제3자 녹음 금지 원칙에 예외를 추가한다. 아동학대처벌법·노인복지법·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는 ‘(아동·노인·장애인) 학대가 실행되고 있거나 실행되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는 경우, 학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 청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는 이 행위들이 허용된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은 “아동·노인·중증 장애인 중 스스로 학대를 인식하거나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분을, 지금의 법체계로는 지킬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정당행위는 요건이 까다롭다. 제3자 녹음법은 소수자의 권익을 더 폭넓게 보장할 수 있다.

“교실을 감시의 장으로 만든다”
교원노조 3단체(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일제히 반대 성명을 냈다. 세 단체의 성명 모두에 ‘교실을 감시의 장으로 만든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사실 교원단체는 이번 개정안 발의 전부터 아동학대 관련 법에 불만이 높았다. 핵심은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조항이다.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규정이 너무 추상적이기에 학부모의 민원과 법적 조치가 남발된다고 교원단체는 주장한다. 전교조는 지난해 11월20일 성명에서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의 모호성과 이번 몰래 녹음 입법이 결합하면 교실은 완전히 감시의 공간으로 전락한다”라고 적었다. 추상적인 현행법상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이 “전체 맥락을 지운 채 ‘학대 증거’로 제시될 위험이” 큰 제3자 녹음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사생활의 평온이란 헌법적 가치에 대한 꽤 폭넓은 예외다. 현재 제3자 녹음이 허용되는 사례는 재소자의 통신 등 몇몇 극히 드문 경우뿐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녹음을 바탕으로 한 법적 분쟁이 빈발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개정안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과연 이런 난점을 능가할 정도일까. 답을 알기 어렵다. 다만 이를 어렴풋이 유추할 만한 ‘빙산의 일각’은 보인다.
2013년 한 어린이집에서 3세 아이에게 일어난 일이다. 이곳 보육교사 A씨는 아이가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으려 하자 아이를 발로 세게 밀었다. 점심을 잘 먹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손으로 때렸다. 자신이 때린 자국에 대해 다음 날 아이 엄마가 ‘이마를 다쳤어요’라고 원아 수첩에 적자 화가 난 A씨는 아이 머리를 손발로 한 차례씩 밀었다. 밥을 천천히 먹는다는 이유로 수저통을 복도에 던지고, 다른 아이들과 떨어진 복도에 혼자 쭈그려 앉아 밥을 먹게 하기도 했다.
2024년 한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 시설 생활지도사가 다른 이의 식판을 만진다는 이유로 40대 중증장애인의 머리를 세게 때리고, 목덜미를 잡아 넘어뜨렸다. 발로 배를 밟은 뒤 손으로 여러 차례 뺨을 때리기도 했다. 밥을 먹지 못하도록 식판을 빼앗았다. 생활지도사는 이후 한 달여간 장애인 총 12명에게 학대 범죄를 저질렀다.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다른 생활지도사들도 제각기 다른 형태의 학대를 가했다. 아동·장애인·노인 학대 판례는 이 외에도 부지기수이며, 차마 옮겨 적기 힘들 만큼 처참한 일도 많다. 그런데 밝혀진 사건 대부분은 공통점이 있다. CCTV가 핵심 증거였다. 녹음은 증거능력을 다툰 적조차 몇 없다.
주호민씨 사건은 특수교사와 장애인 아동 부모 간 분쟁의 전형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법절차만 살피면 오히려 몹시 특수한 축에 속한다. 제3자 녹음을 증거로 삼아 재판까지 가는 일 자체가 매우 드물다. ‘증거능력이 부인되니 학대도 무죄다’라는, 2심의 무죄판결과 같은 판례마저 찾기 어렵다. 재판부 판단을 받은 사건 대다수는 녹음이 아니라 CCTV나 목격자의 진술을 근거로 삼았다. 그마저도 판례 자료 깊은 데 쌓여 있을 뿐, 주씨 사건처럼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 검찰 출신 법조계 관계자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우선 피해자가 제공한 자료의 증거능력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증거능력이 없는 자료라면 내용이 어떻든 기소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불법 녹음 자료를 가져와서 ‘이 경우 오히려 당신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적도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제3자 녹음은 증거로 삼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행위 자체로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해당하는 무거운 죄다. 분명치도 않은 정황을 토대로 처벌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수사기관에 녹음 자료를 가져갈 보호자는 사실상 없다. 설령 신고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사법절차에서 활용되지 않는다. 언론의 관심도 좀처럼 얻기 어렵다.
이 지형에서 특히 사각에 놓인 게 정서적 학대다. 상처가 남을 정도의 신체적 폭력은 보호자가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세 살 아이의 옆에 휴대전화로 무서운 영상을 틀어줘 다리가 떨릴 정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한 것’ ‘지적장애 장애인에게 눈을 찌르고 우는 시늉을 하게 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게 한 것’ ‘식사를 거부하는 자폐성 장애인을 묶어놓고 김밥과 떡볶이를 억지로 먹여 질식사하게 만든 것’은 어떨까.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CCTV가 없었다면 알 수 없는 일들이다. 피고인은 모두 ‘학대 의도가 없었다’ ‘학대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녹화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한, 충분히 교묘하지 못한 이들만 정서적 학대로 처벌을 받는다.
정서적 학대 조항이 모호하다는 주장은 헌법재판소에서 몇 차례 검토한 바 있다. 2014년 이렇게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이는 다름 아닌 아동학대 유죄판결을 받은 보육교사 A씨였다. 헌재는 2015년 결정문에서, 정서적 학대의 해석이 다양하고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는 “학대의 유형이 그만큼 다양하고 어느 정도 피해를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 정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처벌을 포기할 수는 없다. 정서적 학대는 “성인이 된 후에도 영향을 받을 만큼 피해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이다.” 정당한 훈육과 정서적 학대의 경계는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가? 헌재는 법률상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의 법정형이 같으므로, ‘신체적 학대와 동일한 정도의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학대의 범위로 삼으면 된다고 했다. 유형력의 정도·행위 동기·피해자의 연령·행위의 반복성 등이 기준이다. 법관이 판단한다.

인력과 예산‘만’으로 구제할 수 있을까
김재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는 변호사이자 시각장애인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김예지 의원안이 교실을 감시의 장으로 만든다는 일각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았다. “녹음할 수 있는 학생은 이미 한다. 당사자의 녹음은 증거로 인정이 된다. 지금은 문제 언동을 포착하거나 증언할 수 없는 사람들의 방어권 부분만 비어 있다.” 판단·소통 능력이 부족한 이의 보호 문제는 전 세계적 화두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선의·객관적 합리성·아동 최선의 이익’ 등 요건에 따라 부모의 비밀 녹음을 인정한다. ‘아동을 대신해 녹음한다’는 취지의 법리다”라고 말했다. 개정안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학대 범죄 특성상 모든 죄를 일일이 규정할 수는 없다. 입법은 권리 보호의 필요성을 담는 데 의의가 있고, (통과되더라도) 개별 사안의 위법성은 결국 사법부가 판단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약자 학대는 공분을 부르는 문제다. 그럼에도 제3자 녹음은 그리 인기 있는 해결책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학대 피해자와 가족은 소수이고, 종사자 단체보다 목소리가 작다. ‘극성 부모(또는 보호자)’를 경멸하는 시선도 많다. 정서적 학대는 신체 폭력에 비해 여전히 낯선 개념이다. 이런 배경에서 ‘학교가 감시의 장이 된다’는 비판은 법안에 즉각 거부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러면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이런 주장이 주로 거론된다. ‘진정한 문제는 일부 학대 범죄가 아니라 현장의 과중한 업무다. 처벌보다 중요한 건 특수교사 인력을 충원하고 장애인 시설에 국가 예산을 들이는 것이다. 이 문제의 본질적 해결책은 여기에 있다.’ 논쟁적이지 않고, 유의미하며, 어느 정도 진실이기도 한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범죄 피해자를 구제하고, 비슷한 범죄를 억제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
엄벌이 범죄를 줄인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 법학자가 많다. 그러나 ‘적발 가능성’은 대부분 의미 있는 요인이라고 여긴다. 들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는 더 서슴없이 범죄를 저지른다. 놓인 환경이나 인력 규모와 무관하게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일탈은 발생한다. 그 빈도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변수가 사각의 넓이다. 제도와 현실을 보았을 때 의사표현 능력이 없는 이를 학대하는 건 발각될 위험이 매우 적다. 돈과 사람을 들여도 암흑이 밝혀지지 않는 한 피해는 알 수 없다. 예기치 않게 발생한 유명인 사건은 어떤 심연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을 모른다. 그 풍경을 아는 이는 아무런 증언을 할 수 없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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