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노 가라바니 별세… 이탈리아 '오트쿠튀르의 황제'

곽주현 2026. 1. 2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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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발렌티노'를 만든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19일(현지시간) 로마 자택에서 별세했다.

어린 시절부터 고급 의상을 그리고 감상하는 데 관심을 가지던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에서 오트쿠튀르를 공부했고, 1960년 로마에서 '발렌티노 패션 하우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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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자택서 별세... 향년 93세
2006년 프랑스 최고 훈장 영예
수많은 스타가 사랑한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2012년 9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뉴욕시 발레단 가을 갈라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발렌티노'를 만든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19일(현지시간) 로마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3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발렌티노 가라바니·지안카를로 지암메티 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그는 우리 모두에게 끊임없는 길잡이이자 영감의 원천이었을 뿐 아니라 진정한 빛과 창의성, 비전의 원천이었다"며 부고를 전했다.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발렌티노는 파리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런웨이에 선 최초의 이탈리아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고급 의상을 그리고 감상하는 데 관심을 가지던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에서 오트쿠튀르를 공부했고, 1960년 로마에서 '발렌티노 패션 하우스'를 시작했다. 로이터는 "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칼 라커펠트와 함께 패션이 고도로 상업화되기 이전 시대의 마지막 패션 거장 중 한 명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2007년 7월 로마에서 개최한 자신의 45주년 기념 패션쇼 전시회에서 '발렌티노 레드' 의상을 입은 마네킹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수많은 유명 인사가 화려함과 낭만을 담은 발렌티노의 옷을 선택했다. 미국의 전 영부인 재키 케네디부터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 영화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샤론 스톤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가 환호했다. 그를 대표하는 색상은 오렌지빛이 감도는 붉은색 '발렌티노 레드'다. 발렌티노의 오트쿠튀르는 리본과 러플(물결 모양 주름 장식), 레이스, 자수와 그만의 독창적인 '부델리니 기법'으로 유명하다.

AP통신은 "발렌티노는 시작부터 은퇴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이어진 그의 경력 동안 패션 실수를 거의 저지르지 않았다"며 "실패 없는 디자인으로 스타들이 시상식에서 가장 먼저 찾는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발렌티노는 1998년 회사를 이탈리아 기업 HDP에 매각했지만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을 계속 이어갔다. 2007년 자신의 45주년 기념 패션쇼를 열었고, 이듬해 "파티장이 가득 차있을 때 떠나고 싶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공화국 공로 훈장'을 받았고, 이후 2006년엔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이후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와 영국 패션 어워즈 등에서 최고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줄리아 로버츠가 발렌티노 드레스를 입은 모습. LA=AP 연합뉴스

회사는 2012년 카타르 펀드인 마이홀라에 인수됐고, 2023년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이 지분 30%를 인수했다. 케링은 발렌티노 전체 인수 시기를 2026년에서 2028년으로 한 차례 미룬 상태다.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와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를 거쳐 현재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맡고 있다.

발렌티노는 이후로도 자신의 오랜 연인이자 경영 파트너 지암메티와 예술 지원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지난해 두 사람의 재단은 로마 중심부에 위치한 발렌티노 본사 옆에 갤러리를 개관하기도 했다.

재단은 발렌티노의 시신을 21일부터 이틀간 로마 미냐넬리 광장에 안치해 공개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장례식은 23일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성당에서 진행된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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