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백대현 판사의 ‘사병화’ 지적과 이 대통령 용인술
무능을 제도화하는 보은인사
이혜훈, 능력보다 충성 가능성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배우 이원종씨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원종'하면 많은 사람들이 '구마적' 배우경력을 제외하고는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후보를 따라다니던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이원종은 2022년과 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평소 "나는 뼛속까지 이재명"이라고 외치고 다녔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제대로 보상받을 모양이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장은 임기는 3년이고 연봉은 상여금을 포함해 2억원 이상이다. 물론 누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법인카드'도 있을 것이고, 자동차와 운전기사도 제공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 산업 육성과 함께 방송, 게임, 음악, 패션, 애니메이션, 캐릭터, 만화 등의 콘텐츠 제작 지원을 총괄한다. 매년 집행하는 예산이 무려 6천억원이다.
콘텐츠진흥원장은 말하자면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K-문화를 최전선에서 지휘하는 사령관이다. K-콘텐츠에 도전하는 글로벌 OTT에 대응해야 하는 핵심적인 자리다. 결코 간단한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배우경력과 한국 콘텐츠진흥을 총괄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다. SNS에는 "병원장에 유명 환자를 앉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도넘은 보은인사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의 잇따른 보은인사는 무능을 제도화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사법연수원(18기) 동기들과 자신의 형사재판을 변호했던 사람들을 줄줄이 고위공직에 발탁해왔다. 그래서 왠만한 인사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이원종씨의 경우처럼 경력과 무관한 인사들도 거리낌없이 발탁해왔다.
유엔(UN) 주재 대한민국 대사에는 외교경력이 전무한 차지훈 변호사를 임명했다. 차 대사는 이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이고,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을 변호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사법연수원 동기이고,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변호인을 맡았다. 역시 금융관련 전문경력을 찾아볼 수 없다. 최근에 임명된 김성식 예금보험공사 사장 또한 연수원동기에 형사재판 변호를 맡았던 인물인데, 전문성 논란이 벌어졌다. 그 외에도 조원철 법제처장이나 이태형 민정비서관,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 이장형 법무비서관 등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을 담당했던 변호사와 연수원 동기들의 고위직 발탁은 부지기수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백대현 부장판사가 말했던 "공무원을 사병(私兵)화했다"는 질책을 놓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대통령을 떠올렸을 것이다.
자신에 대한 형사재판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변호인단을 대거 정부요직에 발탁한 것이야 말로 공무원을 사병화시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조원철 법제처장은 국회 법사위에서 이 대통령 사건들은 모두 무죄라 말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빚었다. 조 처장 역시 연수원 동기에 대장동 사건 변호인단 출신이다.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의원을 발탁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인사가 과연 '적재적소'를 우선적으로 생각했을까, 아니면 '충성 가능성'부터 고려했을까라는 부분이 지적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 가운데 한 두가지만 해도 부적격자임에 분명하다. 보수니 진보니 이념을 따지기 이전에 갑질이나 로또 아파트 불법분양 의혹만 하더라도 낙제점이다.
그런데도 이 후보자를 인사청문회까지 끌고 온 것은 탈출구가 없는 충성스러운 사병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능력'이 발탁기준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청문회 고비만 넘기면 이 후보자는 앞뒤가리지 않는 충성파가 되어있을 것이다. 조 법제처장이 국회에서 중립성 위반 정도는 가볍게 무시했듯이, 이 후보자는 임명된다면 더 이상 국민의 눈치는 보지 않을 것이다. 그게 이 대통령의 용인술이다. 이런게 바로 '사병(私兵)'이 아닌가.
김경국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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