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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불안과 머뭇거리는 시선을 담은 사진들이 진주문고에 놓인다. 오는 25일까지 진주문고 본점 내 아트스페이스 진주에서 열리는 문슬 사진전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여성적 감각과 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작업해온 사진작가 문슬과 진주문고의 깊은 인연에서 시작됐다. 문슬은 "무의식과 꿈 해석에 관한 김옥희 작가의 책 '꿈이 이끄는 나의 길'에 제 사진 게재를 허락했고, 그 인연으로 지난해 11월 진주문고에서 열린 '꿈이 이끄는 나의 길' 북토크 자리에 제 사진들을 걸었다"고 했다.
고요한 불안과 머뭇거리는 시선을 담은 사진들이 진주문고에 놓인다. 오는 25일까지 진주문고 본점 내 아트스페이스 진주에서 열리는 문슬 사진전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는 여성적 감각과 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작업해온 사진작가 문슬과 진주문고의 깊은 인연에서 시작됐다.
문슬은 "무의식과 꿈 해석에 관한 김옥희 작가의 책 '꿈이 이끄는 나의 길'에 제 사진 게재를 허락했고, 그 인연으로 지난해 11월 진주문고에서 열린 '꿈이 이끄는 나의 길' 북토크 자리에 제 사진들을 걸었다"고 했다. 북토크 당시 관객들이 긴 설명 없이도 사진 앞에 가만히 서서 각자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마침 진주문고 측도 전시를 제안해 오면서 기쁜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문슬에게 진주문고는 단순한 전시 장소가 아니다. 서울 생활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낯선 고향 진주에서 문화 예술에 갈증을 느꼈던 시절, 그는 두 아들의 손을 잡고 매주 이곳을 찾았다. 맞벌이로 바쁜 날이면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곧장 진주문고로 와 책장을 넘기며 엄마를 기다렸고, 가출 소동에 나섰던 막내가 몸을 숨긴 곳도 서점 지하 주차장이었다. 그에게는 숨이 트이던 공간, 자녀에게는 정신이 자라나는 텃밭이 되어준 진주문고에서 선보이는 전시기에 작가는 작품보다 진주문고라는 공간이 전면에 서길 바랐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점과 전시 공간을 구분하는 유리 벽을 모두 막아 작품으로 가득 채우는 대신, 책장이 보이도록 여백을 남겼다. 전시장을 찾은 이들이 사진을 보다가 자연스럽게 바로 옆 서가로 시선을 옮기고, 사진 속 분위기와 통하는 책 한 권을 집어 들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전시공간 한쪽에는 그의 사진 작업에 영향을 준 책들이 함께 놓여 있다.
전시 제목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독일 작가 헤르타 뮐러의 동명 소설에서 가져왔다. 작품 속 인물들이 고통을 길게 설명하지 않고 불안을 해명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버티듯, 그의 사진도 사건을 말하기보다 말해지지 않은 감정이 남긴 흔적에 초점을 맞춘다.
"나는 설명 대신 거리, 흐릿함, 멈춤, 비어있음을 선택했다. 작업 속 대상들은 온전한 중심을 갖지 않는다. 프레임은 비스듬하고, 시선은 머뭇거리며, 이미지는 무엇을 말하려다 멈춘 듯 보인다. 그것은 무엇을 말할 수 없음이 아니라. 말하지 않기로 한 선택에 가깝다. 이 작업에서 침묵은 결핍이 아니다. 침묵은 저항이며. 과도한 해석과 강요된 의미로부터 나를 지키는 마지막 방식이다."(작가노트 中)
이번 전시는 앞서 발표한 두 연작 '두꺼운 현재', '불안의 서'를 묶어 구성했다. 두 작업은 모두 여성으로, 교사로, 엄마로 살아오며 억눌러야 했던 욕망과 불안, 자아 상실의 감정을 다룬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사진을 찍으며 응어리진 감정들을 토해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 과정을 지나고 나니 태풍이 지난 뒤처럼, 아우성이 조금 가라앉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같은 사진들을 다시 꺼내되, 절규 대신 침묵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문슬은 2020년 진주중앙고에서 영어교사로 퇴직하기까지 오랫동안 직장 생활과 사진 작업을 병행하며 홀로 사진을 공부해 왔다. 진주 사진계와의 인연이 거의 없던 그는 스승도 동료도 없이 미술사 책과 해외 사진 이론서 등을 뒤적이며 자신이 공명하는 작가들을 찾아냈다. 이후 국제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평론가와 작가들을 만나면서 비로소 자신의 사진이 제대로 읽히는 경험을 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화려한 기법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응축된 서사와 상징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
눈빛출판사에서 사진집 '두꺼운 현재'를 출간하고 서울 인사동 KOTE, 부산 아트스페이스 이신, 여수 에그갤러리 등에서 잇따라 개인전에 나선 경험은 그가 불안과 욕망을 집요하게 다루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였다. 중년 여성 관객들이 그의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는 장면을 여러 번 마주하며, 작품 속 감정들이 그만의 감정이 아니라 함께 말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문슬은 "제 작업은 오랜 세월 진주문고를 드나들며 책을 만나고 밑줄을 그으며 축적해 온 사유가 자연스럽게 사진으로 풍겨 나온 결과물"이라며 "진주문고를 찾는 많은 분이 책을 펼치고 활자 안에서 자신만의 감각과 기억을 떠올리듯 사진을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