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시민사회가 ‘행정통합’에 침묵하는 이유는?

김다솜 기자 2026. 1.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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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시·도민 공감대 형성과 상향식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꾸려진 위원회는 '주민투표'를 결과물로 내놨습니다.

경남도가 행정통합과 관련해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논의 과정도 상층 정치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문 시의원은 "행정통합은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라며 "진보정당, 시민사회에서 행정통합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과정이나 절차에도 문제 제기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방관이고 무책임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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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 대체로 긍정…입장 정리는 아직
창원시 통합 논의 과정과 다른 점은 ‘명분’
주민 삶과 직결…공적 목소리 낼 필요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시·도민 공감대 형성과 상향식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꾸려진 위원회는 '주민투표'를 결과물로 내놨습니다. 시·도민의 여론 수렴을 충분히 거쳐야 하기에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겁니다. 정부와 자치단체 단위에서 어느 때보다 통합 논의가 활발합니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진보 정당 분위기는 잠잠합니다. 2010년 통합창원시 출범 과정과 비교하면 더 그렇습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2024년 11월 출범식을 열고 있다. /공론화위원회

경남-부산 행정통합은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반면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속도를 내고 있다. 두 곳은 주민투표보다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한 시·도의회 의결 방식을 중심에 뒀다. 정부는 파격적인 재정 지원으로 광역자치단체 단위 통합을 권장하고 있다.

상당한 속도로 통합이 진행되는 만큼 반작용도 있다. 대전·충남 시민사회는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을 주문했다. 대전참여연대는 13일 정부·여당을 겨냥해 구체적인 밑그림 없이 '5극 3특'이라는 구호만 앞세운다고 지적했다.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이 배제된 정치적 경쟁을 비판했다. 이들은 행정통합이 지역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주장에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행정통합을 중단 의견을 내놓았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진행은 상대적으로 매끄럽다. 찬성 여론이 70%에 이르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은 13일 집담회를 열어 행정통합의 주요 쟁점과 과제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대체로 행정통합에 찬성하는 가운데 나름대로 방향성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창원시 행정구역 통합 추진 자문위원회가 주최한 행정구역 자율통합 시민 공청회가 14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렸다.시민들이 공청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가운데 '행정구역 통합은 시민의 뜻에 따라 결정 된다'는 글귀가 적힌 대형 펼침막들이 벽에 걸려 있다. /김구연 기자

조용한 경남·부산

경남-부산 행정통합 과정은 조용한 편이다. 행정통합 자체에 대한 찬반 여론이 크게 일지 않고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0년 통합창원시 출범 과정과 비교하면 분위기 차이가 크다. 당시 지역 시민사회와 진보정당, 민간 단위 위원회는 저마다 논의를 펼쳐 통합 득실을 따졌다.

마산·창원·진해 통합(이하 마창진 통합)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정부는 그해 11월 마창진을 자율통합 대상 지역에 선정했다.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 40여 곳은 기자회견과 논평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경남도당도 같은 의견을 냈다.

당시 마창진 통합은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았다. 여론조사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일방적인 정보만 제공한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주민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주민투표가 없이 졸속으로 통합이 추진된다면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통합창원시는 2010년 7월 출범했다. 통합 이전에 제기됐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마산·진해 지역이 상대적으로 소외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3년 '마산 분리법안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가 꾸려졌다. 진보정당과 마산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연석회의 활동을 하면서 마산 지역 홀대 문제를 제기했다.

진보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는 통합 창원시 출범 이전과 이후에 꾸준히 의견을 냈다. 경남-부산 행정통합 논의가 추진되는 지금의 모습과는 분명 달랐다. 진보당·노동당·정의당 경남도당에 '행정통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박봉열 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광역 단위로 지자체를 묶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며 "다만 지역 특색에 맞게 노동, 일자리 등이 연계돼서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장규 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도 행정통합 필요성은 공감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기존 행정구역이 아니라 생활권 위주로 행정구역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며 "부산과 울산, 경남을 광역전철망으로 묶는 등 실제 노동자, 서민의 생활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통합 부작용을 경계했다. 이소정 정의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은 "수도권의 '강남 빨대 효과', 혐오시설 외곽 배치 등과 같은 실패 사례가 봐서라도 소외 지역이 없도록 상생하고 세밀한 설계가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견해는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

논의에 참여할 방법도, 명분도 없다

이들 모두 행정통합 자체에는 긍정적이었지만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나 향후 활동 계획은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경남도가 행정통합과 관련해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논의 과정도 상층 정치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장규 위원장은 "상층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당장 사람들에게 와닿는 내용이 없는 상태에서 행정통합 찬반을 말하면 편 나누기처럼 되기 때문에 의견 표명에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진보정당은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도내에서 진보정당 소속 단체장은 물론이고 기초·광역의원은 한 명도 없다. 행정통합 논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정치인이 없는 셈이다.

이는 2009년과 대비된다.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기초의원은 창원시 3명·마산시 2명이었다. 2010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에서만 10명이 시의회로 입성했다. 이들은 기초의회 안에서도 행정통합 방식을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마창진 3개 시의원들이 모인 창원시 청사 선정위원회에도 참석했다.

당시 민주노동당 마산시의원이었던 송순호 전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도 논의에 참석했다. 송 전 위원장은 '명분'의 문제로도 해석했다. 행정통합에 뚜렷한 입장을 밝힐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송 전 위원장은 "당시에는 주민투표 없이 지방의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려고 하니까 진보정당이나 시민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이 만들어졌고 시민 공감대까지 받아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숙의를 거치자는 주장은 가능하지만 임팩트가 있는 주장은 아니다"라며 "이재명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내세우면서 통합에 찬성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 상황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2013년 1월 22일 창원시의회 본회의가 마산지역의원들의 어깨띠 착용문제로 개회식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적극적인 의견 개진 필요해"

통합창원시 출범 과정에서 마산YMCA의 역할도 주목받았다. 마산YMCA는 행정통합에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마창진은 통합창원시 출범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면 경남도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이윤기 마산YMCA 사무총장은 "처음부터 행정통합 논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메가시티 추진을 무산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았느냐"라며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의 활동도 충분히 이뤄졌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통합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니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떠넘기는 느낌"이라며 "원칙적으로는 주민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하는 건지, 언제 할 지도 말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통합창원시가 출범할 때 시의회에 입성했던 문순규(더불어민주당·파 선거구) 창원시의원은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다. 그는 당선 이전에는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에서 통합창원시에 대한 의견을 냈고, 당선 이후에는 통합창원시 청사 소재지 선정 과정 논의에도 참여했다.

문 시의원은 "행정통합은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라며 "진보정당, 시민사회에서 행정통합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과정이나 절차에도 문제 제기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방관이고 무책임이 된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