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생물자원] 새해, 겨울호수로 날아든 동화 한편 '혹고니'

이지연 2026. 1. 1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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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시화호에서 꾸준히 관찰되고 있는 겨울 철새 혹고니 무리.

올해는 병오년 말의 해다. 말은 힘차게 달리며 새로운 시작과 도약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비록 달리지는 않지만, 겨울이 되면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찾는 또 다른 동물이 있다. 물 위를 미끄러지듯 우아하게 가로지르며 긴 목을 곧게 세운 새, 바로 '혹고니'다.

많은 사람이 어렸을 적 읽었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지은 동화 '미운 오리 새끼'를 기억할 것이다. 이 동화는 주변 오리들과 다른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 따돌림을 받던 미운 오리 새끼가 성장한 뒤 자신이 아름다운 백조였음을 깨닫는 이야기이다.

동화에서도 등장하듯 흔히 사용하는 백조는 흰'백(白)', 새'조(鳥)'를 사용한 '흰 새'라는 의미가 있는 한자어이고, 순우리말로는 고니이다.

고니류는 세계적으로 6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혹고니, 큰고니, 고니 3종이 겨울 철새로 찾아온다. 이 중 혹고니가 바로 안데르센의 동화 속 주인공이다.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혹고니는 선명한 주황색 부리와 긴 목을 가진 흰색의 대형 물새이다. 부리 위쪽에 볼록한 검은색 혹이 달린 특징 때문에 혹고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안데르센의 고향인 덴마크에서는 도심 내에서도 혹고니를 쉽게 볼 수 있고, 국조로 지정될 만큼 친근한 새지만 최근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서유럽 국가에서는 보호에 힘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1월 화진포에서 145개체가 관찰된 후, 남양만, 천수만 등에서 적은 수가 관찰되었고, 점차 개체수가 감소하여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2021년 국내 주요 철새도래지 중 하나인 경기 안산시 시화호에서 비교적 많은 수인 28개체가 관찰되었고, 그 후 매년 겨울 30여 개체가 꾸준히 시화호에서 관찰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혹고니의 서식지인 호수, 석호 등 습지 지역이 개발되거나 변형되었기 때문에 해마다 '내년에도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올 초, 시화호에 100여 마리가 넘는 혹고니가 찾아와 머물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필자가 시화호에서 혹고니를 처음 만난 순간 그러했듯이, 누구나 혹고니를 처음 본다면 물 위에 유유히 떠 있는 모습에'아름답다'라는 생각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할 것이다. 하지만, 물 아래에서는 쉼 없이 발을 움직이며 혹한을 버텨내는 혹고니처럼 우리도 차분하지만 이미 시작된 변화를 피하지 않겠다는 강한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말의 해를 맞아 우리 다시 한번 '함께, 오래 달리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동화 속 미운 오리 새끼는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지만, 혹고니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사라질 수도 계속 남아있을 수도 있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먼 훗날에도 겨울 호숫가에서 혹고니를 가리키며 "저 새가 바로 동화 미운 오리 새끼의 주인공이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새해 소망으로 조심스레 적어본다.
▲ 이지연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조류연구팀 전문위원

/이지연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조류연구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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