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테크놀로지 실업 시대와 인간의 존엄성

홍동윤 2026. 1. 19. 17:5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홍동윤 작가·인천인재평생교육진흥원 비상임이사

지금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다. 과거 100년에 걸쳐 일어났던 변화가 단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변화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화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을 갖는 것이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1학년 학생이 4학년이 되었을 때쯤 되면 1학년 때 배운 것 대부분은 낡은 지식이 되어 버리는 세상이 되었다. 현장 노동자들이 2∼3년 단위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왔다. 10년 후 지식 근로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 대부분을 인공지능 컴퓨터가 해결해 줄 상황에서 세계와 일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시선은 무엇일까?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이 큰 위기에 봉착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현재의 전문적인 직업 80%가 소멸하거나 다른 형태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혼 적령기 여성의 상대가 교수라는 것을 알고 온 가족이 결혼을 반대했다는 얘기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전문화 시대에서 융합 시대로 바뀐 마당에 한 구멍만 파는 대학교수가 인기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의 변화를 만드는 거대한 힘은 무엇일까? 그건 기술혁명이다. 기술혁명이 불러온 변화는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다. 한마디로 테크놀로지 실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인공지능 기계의 지능이 기존의 일과 소득의 패턴을 바꾸고 있다. 특히 중산층이 사라지는 이유는 '자동화'(오토메이션) 때문이다. 자동화는 로봇 기술만이 아니라 고성능의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의 테크놀로지를 모두 포함한다.

중산층이 주로 담당했던 직업은 피가 흐르고 땀을 흘리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나 소프트웨어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사무직과 공장 노동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병을 진단하는 소프트웨어, 집의 문 앞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무인 항공기가 곧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를 주도하는 신부유층은 누구일까? 기계와 함께 일할 수 있고, 기계를 발명할 수 있고, 기계에 관한 지적 재산을 소유하고, 기계의 산물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배달하는 사람들은 많이 부유해질 것이다. 하지만 저임금 서비스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런 미래가 부정적이기만 할 걸까? 테크놀로지가 진화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노동이 필요가 없어진다면, 창조성과 시간을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억압적인 상사에게 착취당하며 일할 필요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그 변화의 덕을 볼 수 있을까? 앞으로 다가오는 것은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일까, 대량 실업으로 인해 다수가 빈곤에 허덕이는 시대일까?

이제 망설이지 말고, 로봇과 차별화되는 인간의 능력부터, 로봇과 공존하면서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의 정체성 확립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본원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문학, 역사, 철학, 인류학, 고고학 등 인문학이다. 이런 학문을 기술과 결합해 사유할 수 있어야 하니까 과학도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성은 주체로서의 자립성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 능력을 제대로 찾아내려면 "남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 나는 남을 어떻게 대하는가?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의 세 가지 물음을 지속적으로 던지면서 그 답을 찾아내야 한다. 기계가 인간을 압도해 가는 미증유의 시대에 우리가 먼저 할 일은 인간의 존엄성을 탐색하고 회복하는 진지한 사색과 토론이다.

/홍동윤 작가·인천인재평생교육진흥원 비상임이사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