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 탄생에 기여한 '시황제의 불사약'


신(神)과 제(帝)를 굳이 구분하면 신이 조상신이나 귀신처럼 고스트(ghost)를 의미한다면 제는 상제(上帝), 천제(天帝)와 같이 오늘날 말하는 조물주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조물주라면 당연히 우주 만물을 창조하고 역시 당연히 죽어서는 안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황제는 지상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으니 이제는 신이 되어 죽어서는 안되겠다고 여겼다.
시황제는 죽지 않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찾았다. 당시 방사(方士)들이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불사약(不死藥)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혹하고 말았다. 그리고 어떤 자들은 늙지 않는 불로초(不老草)를 구해 오겠다고 하며 황제를 속이는 일이 잦아졌다. 인간의 영원한 꿈인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유혹에 시황제는 빠져들었다.
방사들은 이런 점을 이용하여 시황제를 속여 불사약을 만드는 데 쓸 막대한 지원금을 타 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때 방사들이 몸에 해로운 성분이 없는 맛난 음식이나 귀한 약초로만 약을 만들었다면 시황제의 몸에 그다지 탈은 없었을 텐데 시황제로부터 큰돈을 받고 만든 불사약이다 보니 자신들 약이 좀 특별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방사들은 이른바 불사약에다가 중금속 같은 성분을 첨가하였다.
나중에야 어찌 되든지 간에 극적인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불사약을 만들어 시황제에게 바쳤다. 처음에는 불사약을 먹으면 정신이 알딸딸해지면서 공중에 붕붕 뜨는 것과 같이 느끼게 하여 죽지도 않고 마치 신선(神仙)이 되어 하늘로 곧 오를 것 같은 환각작용을 일으켰다.
여기에다가 또 이것저것 좋다는 재료를 마구 섞어 불사약을 만들던 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진 것이 '불나는 약'이라는 뜻의 화약(火藥)이다. 당시 방사들이 이것저것 좋다는 것을 섞어 불사약을 만들면서 우연히 펑 터지며 불이 나는 바람에 불나는 약이라는 뜻의 화약이 탄생한 것이다. 물론 누가 언제 어떻게 화약을 만들었는지 역사에서 분명하게 알려진 것은 아니다.
황홀경을 맛보게 해주는 방사들의 불사약을 복용하면서 시황제는 완벽한 불사약이 곧 만들어질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지만 어찌 된 일인지 불사약을 먹은 다음에는 몸에 이상 증상을 느끼게 되면서 시황제는 방사들이 혹시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차츰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방사들을 한번 잡아다가 족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황제의 마음을 알아차린 방사들은 일제히 도망을 쳤다. 당연히 시황제는 그들을 잡아들였고 이들은 황제를 속인 죄를 명목으로 땅에 파묻히는 형벌에 처해졌다. 이때 방사들은 어찌 보면 참으로 허황된 짓을 하였다고 할 수 있지만 불사약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화약을 비롯한 의학이나 화학 부문에서 부수적인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흔히 고대 중국의 4대 발명품으로 종이, 인쇄술, 나침반, 화약을 드는데 오히려 이것들이 유럽의 근대 산업화를 이끄는 주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종이와 인쇄술의 보급이 유럽의 학문과 지식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여 과학이 발달하게 되었고 영국에서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데에 중요한 작용을 하였다. 유럽에서 산업화가 성공하기 전에는 먼바다로 항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 나침반을 가지고 대항해 시대를 열어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등에 식민지를 건설하여 이후 산업 국가로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화약은 인류 문명사에서 동서양의 주도권을 역전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던 것인데 2천여 년 전 죽고 싶지 않았던 시황제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불사약을 만들다가 화약이 우연히 부산물로 탄생했던 것처럼 세상일은 딱히 정해진 채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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