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민연금의 환율방어를 어떻게 볼 것인가

| 한스경제=송진현 |정부의 개입으로 지난해 말 1430원대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이 새해들어 1470원대로 고공 비행하면서 정부의 환율 대책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이 같은 환율 상승은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연초부터 미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규모를 늘리면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2일부터 12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과 채권 순투자 규모는 30억7542만달러(약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전체 해외 주식과 채권 순매수 규모(24억8200만달러)를 넘어선 금액이다. 1998년 IMF 위기 후 자본시장 개방을 표방해온 우리 정부로서는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부터 진행돼온 국민연금의 환율 방어 역할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적립돼온 국민연금의 총 자산은 14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해외투자금액이 58%로 827조원이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5640억달러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4200억달러보다도 많다. 이 같은 달러 자산을 기반으로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원달러 환율방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원달러 환율 안정화를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달러 선물환 매도다. 국민연금이 특정 시점에 해외 자산을 팔기로 하고 국내 외국환 은행과 환헷지 계약을 맺는 것이다. 가령 1년 후 1달러당 1400원을 받기로 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1400원대 환율에서 1년 후 해외자산을 팔아 국내로 들여올 경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머무를 경우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헷지 수단으로 달러 선물환 매도전략을 쓰고 있는 상태다. 국민연금이 환헷지 계약을 맺으면 해당 외국환 은행은 이를 헷지하기 위해 달러를 팔아 원화를 구입한다. 1년 후 원달러 환율이 1300원으로 하락하면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국민연금이 선물환 매도에 나설 경우 시중에 달러가 풀리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국민연금의 환율방어를 놓고서는 여러가지 논란이 있으나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2025년 말 기준으로 약 75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연금 수급자들에게 원달러 환율 급상승은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게되는 구조를 만든다. 물가가 급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와 밀과 옥수수 등 기초 식재료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입가격이 올라가 국내 가격도 자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환율방어에 개입해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을 막아 물가 상승을 억제하면 연금 수급자에게 큰 이득이 된다고 할 수 있는 배경이다.
국민연금이 2055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점도 국민연금의 환율방어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요소다. 국민연금은 연금 고갈을 앞두고 일정 시점부터는 해외자산을 팔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팔아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면 환율은 안정될 것이다. 지금 환율방어를 위해 달러 선매도를 한다고 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나쁠 게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에 비해 최근 지나치게 놓은 원달러 환율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한국뉴미디어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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