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 나타난 적갈색흰죽지…공장 폐수 넘실대던 곳 이젠 ‘오리 천국’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적갈색흰죽지는 나그네새로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물게 월동하는 잠수성 오리다. 나그네새는 우리나라보다 고위도에서 번식하고 저위도에서 월동하며 봄·가을 우리나라를 지나가는데, 특정 환경 조건이 맞거나 기후변화 영향으로 일부 개체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기도 한다. 월동하는 개체도 드물지만, 하천·저수지·하구에 흰죽지와 댕기흰죽지 등 다른 종의 큰 무리에 섞이면 관찰도 힘들다.

지난 1월6일 굴포천에서 적갈색흰죽지를 발견했다. 굴포천은 인천시 부평구 만월산에서 발원해 인천시 계양구, 경기도 부천시, 서울시 강서구를 거쳐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에서 한강과 합류하는 한강 지류다.


굴포천은 과거 공장폐수와 생활폐수로 인천의 대표적 오염 하천으로 꼽혔다. 여전히 악취 문제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지난 1995년 굴포천 하수처리장이 생기고, 인천시가 수질 정화에 힘쓰면서 점차 나아지고 있다. 현재는 큰기러기,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흰죽지, 댕기흰죽지 등 다양한 오리류와 물닭, 뿔논병아리가 서식할 정도로 철새들의 중요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흰죽지는 이른 아침과 해 질 무렵,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만 때론 ‘야간 잠수’도 불사한다. 다만 먹이 활동 시간대는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신곡수중보에서 밤을 보낸 흰죽지와 댕기흰죽지 무리는 오전 9시경이면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굴포천으로 날아든다. 굴포천은 휴식처, 한강은 먹이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한강 신곡수중보는 보에서 떨어지는 물로 인해 포말 현상이 발생하고, 수류(물의 흐름)가 완만해 흰죽지 먹이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흰죽지는 이곳에서 잠수하면서 먹이를 찾는다. 수생식물을 매우 좋아하지만, 수서곤충·연체동물·갑각류도 먹이로 삼는다. 작은 어류를 섭취하기도 한다. 잠수 시간은 비교적 길고 반복적이며, 수심이 얕고 방해 요인이 적은 지역을 선호한다.

낮에는 무리를 지어 수면에 떠서 휴식을 취하면서 목욕과 깃털 다듬기로 시간을 보낸다. 간헐적으로 먹이 활동을 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여유로운 휴식 시간이 더 길다.
수많은 흰죽지와 댕기흰죽지 무리 속에 적갈색흰죽지를 발견했다. 흰죽지와 함께 있을 경우엔 관찰이 쉽지 않고, 잠시 시선을 떼었다가는 다시 찾기도 어렵다. 어렵사리 찾은 적갈색흰죽지가 다른 오리들처럼 머리를 등에 묻고 주변을 경계하며 눈을 자주 떴다가 감았다 반복한다. 잠수성 오리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적갈색흰죽지와 흰죽지는 행동 양상이 매우 유사하다. 잠수성 오리류는 번잡하지 않고, 비교적 평화롭게 무리를 지어 행동한다. 단독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천적인 맹금류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줄이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적갈색흰죽지 수컷은 머리와 가슴, 옆구리가 짙은 밤색을 띠며, 꼬리 아래 덮깃은 이와 대조적인 순백색이다. 비행 중에는 흰 배와 날개 아래의 반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암컷은 수컷보다 전체적으로 더 어둡고 갈색이 많으며, 수컷은 노란색 눈을, 암컷은 어두운색의 눈을 가지고 있다.


수생식물이 풍부한 얕은 담수역(염분이 거의 없는 민물 지역)을 선호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염수(바닷물)나 기수(민물과 바닷물이 섞여 염분 농도가 담수보다 높고 해수보다 낮은 중간 상태의 물) 지역 웅덩이와 습지를 이용하기도 하며, 겨울철에는 해안가, 내륙 바다, 넓고 개방된 석호도 자주 찾는다.
번식지는 러시아 서부에서 시베리아, 유럽 남서부, 이베리아 반도, 유럽 북부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발트 해 연안, 북아프리카 서부(마그레브 동부), 몽골 서부에 분포한다. 남쪽으로는 아라비아 지역까지 광범위하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국지적으로 멸종했다. 월동지는 유럽·아시아·아프리카 세 대륙 사이에 위치한 지중해 분지와 유럽 동남부, 서아시아 흑해 전역이다. 소수 개체는 나일 계곡을 따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이동하며 유럽 동부 개체군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난다.


사교성은 강하지만, 다른 종에 비해 다소 덜 사회적이다. 겨울철 큰 무리를 형성하며 1월부터 짝을 이루고 구애 행동을 시작한다. 이 시기 수컷은 꼬리를 말에 담그듯 말아서 꼬리 아래 덮깃의 삼각형 흰색 반점을 드러낸다.



섬처럼 분리된 장소에서는 집단을 이뤄 생활하고 종종 갈매기와 함께 월동한다. 드물게 단독으로 흩어져 조용하고 안전한 장소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산란은 4월 말이나 5월 초에 이루어지며, 물 가까운 지면에 만든 둥지에서 알을 낳는다. 때로는 수생식물 사이에 떠 있는 둥지를 만들기도 한다. 약 25~27일 포란 기간을 거쳐 부화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디렉터 이경희·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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