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비극, 간병살인...80대 치매 노모 살해한 60대 아들 [굿모닝 인천]

김요한 기자 2026. 1. 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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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경인방송 <굿모닝 인천, 박주언입니다> (FM 90.7MHz 오전 7~9시 방송)

■ 코너 : 사건수첩

■ 진행 : 박주언 앵커

■ 인터뷰 : 이승기 변호사

■ 라디오 방송 다시 듣기 [클릭]

*인터뷰 저작권은 경인방송에 있습니다. 인용 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박주언 : 경인방송 90.7MHz 굿모닝 인천 박주언입니다. 저희 2부는 사건 수첩 시간인데요. 서강대학교 겸임교수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십니까?

◇ 이승기 : 네, 안녕하십니까?
박주언 앵커, 이승기 변호사 2026.1.16 [경인방송 시사뉴스팀]

◆ 박주언 : 네, 이틀 전 사건이더라고요. 지난 14일 밤에 광주 북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트럭 적재함에서 8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거든요.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경찰이 곧바로 아들인 60대 남성을 범인으로 체포를 했어요. 이 모자에게 있었던 일인데 어떤 사건이었던 건지 간단하게 정리 좀 해 주시겠어요?

◇ 이승기 : 예. 뭐 피의자인 A씨, 그러니까 아들이죠. A씨는 60대 남성으로 미혼이었고 또 뚜렷한 직업 없이 일용직 노동 일을 해왔던 걸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평소 치매를 앓는 80대 노모와 함께 생활을 해왔는데 타지에 살던 딸이 어머니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음에도 연락이 닿지 않으면서 이상함을 느낍니다.

결국 이 딸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경찰이 주거지 인근을 중심으로 이제 수색에 나서던 과정에서 A씨가 운전하던 트럭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 트럭에 적재함 안에서 노모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겁니다.

◆ 박주언 : 그러니까 아들이 운전하던 트럭 안에서 이제 노모의 시신이 발견된 거잖아요. 체포가 됐는데 체포하고 나서 바로 A씨가 범행 자백을 다 했다고요.

◇ 이승기 : A씨가 체포 하루 전인 13일에 장성의 선산에서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했다 라고 진술하면서 범행을 일체 인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범행 이후에는 시신을 트럭 적재함에 싣고 특별한 목적지 없이 이곳저곳 떠돌았고 그러다 경찰에 발견돼 체포된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 박주언 : 이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진짜 엽기적이다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데 수사 과정을 또 들여다보니까 이 사건을 그렇게 단순하게 볼 일은 또 아닌 것 같은 게 특히나 생활 환경이 그렇더라고요. 어머니를 트럭에서 모시고 생활했다 이 정황이 드러난 거죠?

◇ 이승기 : 예, 그렇습니다. 그 경찰 조사 결과 트럭 안에서 이불과 생활 도구, 식사를 했던 흔적까지 발견이 됩니다. 그래서 트럭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사실상 거주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자택이 있음에도 트럭에서 생활했고 고령의 치매를 앓는 노모가 그런 환경에서 지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돌봄, 그러니까 간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주언 : 자택이 있는데 트럭에서 주로 지냈다고 하고 이거는 단순히 이들이 선택을 한 건지 다른 사정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는데 왜 굳이 트럭에서 지낸 거죠?

◇ 이승기 : 집이 있다는 사실과 그 집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냐는 별개의 문제 문제입니다. 그래서 A씨가 일용직 일을 하면서 장거리 이동이 잦았던 걸로 보이는데요. 그 과정에서 노모를 혼자 집에 두는 것 자체가 어려웠을 겁니다.

그리고 숨진 노모는 5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았지만 지난해 가을까지 노점상을 할 정도로 활동적이었고 그래서 치매 증상으로 집을 자주 나가는 바람에 A씨와 갈등을 겪었다는 정황도 주변 이웃에 의해 이제 확인이 되는데요.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홀로 두고 외출하는 건 아마 큰 부담이었을 겁니다. 잠깐 사이에 돌봄, 간병이 끊길 수 있다라는 두려움도 계속 따라다녔을 거고요. 여기에 일용직 일을 하며 장시간 집을 비우는 동안 혹시라도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라는 불안감까지 겹치면서 차라리 24시간 곁에서 지킬 수 있는, 차에서 함께 지내는 게 낫다라는 선택으로 점점 몰렸다라고 보는 게 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 박주언 : 그러게요. 근데 여기까지 들으면 어머니를 생각해서 어머니하고 같이 다니는 걸 선택한 것 같은데 근데 트럭 안에서 신변 비관하는 메모까지 함께 발견이 됐대요.
광주 북부경찰서 [사진=연합뉴스]

◇ 이승기 : 예, 그렇습니다. 트럭 안에서는 메모와 함께 마시다 만 소주 2병도 함께 발견됐는데요. 메모에는 형편이 너무 어렵다. 내가 죽으면 화장해 달라라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건 단순한 하소연이나 뭐 순간적인 감정 표현으로 보기는 어려운 게요.

이미 범행 이전부터 극단적인 심리 상태에 놓여 있었고 삶을 더 이어가기 힘들다는 인식 속에서 거의 자포자기 상태로 범행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라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주언 : 그러게요. 그리고 아까 이제 내용을 보니까 범행하고 나서도 행적이 좀 특이한 게 도주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어머니를 트럭에 싣고 이틀 동안 그냥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는 거잖아요. 이건 또 어떻게 봐야 될까요?

◇ 이승기 : 일반적인 살인 범죄에서 흔히 보이는 계획적인 은폐나 혹은 도주와는 확연히 다른데요. 범행 이후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한 채 정체 없이 이동한 걸로 보입니다.

이건 범행 당시에 이미 현실 인식이나 판단 능력이 무너져 버린 그래서 정상적 판단이 불가능한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고요. 결국 이런 모습은 간병에 대한 부담과 그로 인한 고립감이 누적돼서 나타나는 간병 살인 사건에서 자주 나타나는 양상이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주언 : 간병 살인이라고 방금 얘기를 하셨잖아요. 우리가 언론 보도 같은 걸 보면 경찰 관계자가 간병 살인의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입장들이 있을 때가 있거든요. 간병 살인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예요?

◇ 이승기 : 네, 법률 용어는 아니고요. 장기간에 걸친 간병으로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극대화된 상황. 이런 상황에서 간병인이 피간병인을 살해하거나 돌봄을 중단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를 통칭하는 사회적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반드시 직접적인 폭력이 있어야 살인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돌봐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돌봄이나 간병을 중단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법적으로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나 유기치사로 처벌될 수 있다라는 겁니다.

◆ 박주언 : 그러니까 돌보지 않은 걸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면 그것도 이제 간병 살인에 들어간다는 거잖아요. 결국에는 이제 가족들이 서로 가족이 가족을 돌보다가 간병이 길어지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그런 상황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무너지는지, 여기까지 어떻게 하면 가게 되는지 그게 참 씁쓸하네요.

◇ 이승기 : 그렇죠. 가장 큰 요인은 뭐 결국에는 경제적 부담입니다. 국내 간병비가 월 평균 한 37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요.

◆ 박주언 : 월에 이렇다는 얘기죠?

◇ 이승기 : 그렇죠. 이 금액이 65세 이상 가구의 중위소득보다 한 1.7배 높은 그러니까 더 높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이미 은퇴한 가정에서는 다시 재취업도 힘들고 근로 능력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비용을 장기간 감당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제 간병 파산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거고요. 그리고 제도적으로 감당되지 않는 이런 간병 부담이 결국에는 가족 특히 자식 세대로 고스란히 넘어가게 되는데요. 뭐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에서는 간병이 점점 가족의 생존에 문제가 되고 그 압박이 극단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는 게 현실입니다.
육군 제22보병사단에 따르면 율곡포병여단 소속 오종화 상사는 지난달 7일 오전 1시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학야리 인근 국도를 지나던 중 차로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해당 할머니는 속초에 거주 중으로, 치매를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 상사는 노인이 무사히 지구대로 이동하는 모습까지 확인한 뒤에야 안심하고 자리를 떠났다. 2026.1.9 [사진=연합뉴스]

◆ 박주언 : 그러게요. 뭐 냉정한 얘기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돈이 없으면 간병이 가족의 삶을 망칠 수 있다라는 얘기인데 여기에 더해서 이제 정신적인 부담감까지도 상당히 같이 올 것 같아요.

◇ 이승기 : 그렇습니다. 특히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잃은 병으로만 보기 힘든 게 갑자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한밤중에 집을 나가려 하거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인지하지 못해 극심한 공포에 빠지는 그런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은 결국에는 가족이 24시간 곁에서 이제 감당을 해야 된다라는 건데 그렇게 되면 뭐 가족들, 당연히 극한의 스트레스를 겪게 되고요. 실제 조사에서도 간병을 맡은 가족 가운데 약 3분의 1이 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는 그런 통계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결국에는 뭐 치매 문제는 개인이 감당할 문제라기보다는 이제 사회 전체가 함께 떠안아야 되는 이런 부담이 아닌가 싶습니다.

◆ 박주언 : 지금 들으시면서 문자 온 게 9979님이 모친 살해라는 건 어떤 변명도 필요 없는 패륜인데 참 안타까운 사건이네요. 하셨거든요. 우리가 들으면서 다 진짜 남의 일 같지 않고 좀 답답해지는 것 같은데 우리 변호사님이 그렇게 얘기를 하셨어요.

국가 차원에서 대응해야 된다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 사건으로 다시 돌아가서 결국에 이번 사건이 간병 살인이냐, 아니냐 이렇게 볼 수 있는 핵심 쟁점이 될 것 같은데 그러면 법원에서 이런 사건을 판단할 때 어떤 기준을 가장 중요하게 봐요?

◇ 이승기 : 법원은 간병 과정에서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얼마나 극한에 이르렀는지를 좀 종합적으로 판단을 합니다. 그러니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범행에 이르렀다라고 판단되면 그 사정을 최대한 참작해 형을 감경하는 경우가 있고요.

반대로 그런 사정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으면 존속 살인이나 아예 이제 패륜 범죄로 보고 중형이 선고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특히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요소가 경제적 부담인데요. 뭐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간병 과정에서의 정신적 또는 이제 육체적 부담도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라고 보기 때문에 간병 살인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겁니다.

◆ 박주언 : 그렇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사실 뭐 간병인을 써도 되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다가 모실 수도 있는 그런 선택지가 되는데 그런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이런 극한으로 가는 것 같거든요.

◇ 이승기 : 맞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간병 또는 돌봄을 하지 않고 방치했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르렀다면 유기치사나 살인죄가 성립되는 거지 간병 살인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저희 방송에서 얼마 전 다뤘던 파주 부사관 사건이 대표적인데요. 우울증에다가 다리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장기간 방치해 결국에는 몸에 구더기가 생긴 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인데 당시 남편은 육군 상사입니다.

집도 있고 또 매달 급여도 받으니까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극한의 돌봄 부담에 그러니까 간병 부담에 몰린 간병 살인이라기보다는 부작위에 의한 일반 살인. 그중에서도 상당히 악질적인 유형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겁니다.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죠.
호스피스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박주언 : 맞아요. 이거는 뭐 의도성이 보이는 거라고 할 수 있으니까 구별이 좀 되거든요.그런데 이렇게 이른바 간병 살인이라고 하는 게 꽤나 많다고 들었어요.

◇ 이승기 : 그렇습니다. 피해자는 치매를 앓는 노모가 될 수도 있고요.

병든 남편이나 아내 때로는 중증 질환을 가진 자녀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들은 뭐 특정한 예라기보다는 오랜 기간 뭐 잊을 만하면 터지는 그런 비극이기도 한데요. 대표적으로 좀 말씀드리면 2025년 3월, 경기도 고양에서 거동이 어려운 80대 아내를 10년 넘게 간병해 오던 남편이 아들과 함께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목을 졸라 살해하고 이후 한강에 투신하려 했다가 구조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가족은 병원비와 집세 부담으로 오랫동안 생활고를 겪어왔다고 하는데요. 이 남편과 아들의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인 어머니는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자 요양원 입소를 거부하면서 스스로를 죽여달라라고 이렇게 부탁까지 했다고 합니다.

◆ 박주언 : 참 이 사건 생각이 나요. 당시에도 충격이 되게 컸었는데 법원 판단이 어떻게 나왔어요?

◇ 이승기 : 예, 법원은 1심에서 80대 남성에게는 일반살인죄로 징역 3년, 50대 아들에게는 존속살인으로 징역 7년을 선고했는데, 일반 살인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존속살인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니까 그 법정형을 고려하면 이게 높지 않은 형.

그러니까 좀 어느 정도 선처를 받았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또 비슷한 사례도 있는데요. 2024년 3월, 경남 양산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뇌경색으로 반신마비 상태였던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50대 남편이 있습니다.

아내가 장기간 투병을 하며 약 8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됐고 남편 본인도 뇌경색과 목디스크로 일을 그만둔 채 재취업에 실패하면서 경제적 위기가 깊어집니다. 여기에 아내가 낙상 사고까지 당하면서 간병 부담이 커지자 남편은 복권에 희망을 걸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복권마저 낙첨이 되자 돌파구가 없다라고 생각해 아내와 와인 2병을 나눠 마신 뒤 취한 아내를 안방에 의료용 침대로 옮겨 눕혀 눕힌 다음에 목을 졸라 살해하는데요. 남편은 범행 후에 곧바로 자수해 징역 5년을 선고받습니다.

◆ 박주언 : 들을수록 너무 참 이게 슬프고 씁쓸하고 그런데 거기다가 배우자나 뭐 이렇게 부모님 경우가 아니라 자녀를 상대로 한 사건들도 있었잖아요. 

◇ 이승기 : 그렇습니다. 2023년에 있었던 사건인데요. 40년 가까이 장애인 아들을 돌봐온 60대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뒤에도 간병을 계속 이어가다가 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아들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 역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고요. 항소심에서 그대로 확정이 됐는데요. 뭐 징역 3년이면 아마 재판부도 간병 살인 특수성을 인정을 한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들을 좀 종합을 해 보면 간병 살인은 뭐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오랜 기간 누적돼 온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한계가 한 지점에서 동시에 무너지면서 좀 충동적으로 벌어지는 그런 비극이 아닌가 싶습니다.

◆ 박주언 : 그러네요. 지금 얘기해 주신 이 사건들을 쭉 살펴보면 공통점이 나오는 게 범행 후에 도주를 하거나 이러기보다는 자수를 한다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본인도 이제 떠나려고 하는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이게 간병 살인 사건의 특징인가요?

◇ 이승기 : 맞습니다. 간병 살인 사건에서 자주 관찰되는 특징 중 하나가 범행 이후 이를 숨기거나 도망치기보다는 마치 모든 걸 내려놓은 듯 자수하거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건데요.

자신을 냉정한 범죄자로 인식하기보다는 오랜 시간 간병과 돌봄의 무게에 짓눌러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라고 느낀, 막다른 보호자로 스스로를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 간병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박주언 : 그렇군요. 근데요. 또 통계를 보면 간병 살인의 가해자 그러니까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상당수가 남성이래요. 그건 또 왜 그런 거예요?

◇ 이승기 : 예, 간병 노동 자체는 사실 여성이 맞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간병 살인의 가해자는 남성이 좀 압도적으로 많은데요. 가장 큰 이유는 도움 요청의 실패입니다. 남성 간병인의 경우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나 힘들다. 좀 도와달라'라고 말하는 게 상대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걸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하는 경향이 더 큽니다.

그래서 힘든 감정을 드러내는 걸 뭐 패배나 무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그런 좀 스스로 생각하는 게 있다 보니까 혼자 계속 버티고 그러다 점점 고립되고 그 고립이 어느 순간 극단적인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건데요.

여기에 또 남성 간병인의 경우 집안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함께 책임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간병에 매달리는 순간 직장과 사회적 관계, 삶의 기반까지 한꺼번에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단절이 어쩌면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또 내용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 박주언 : 그러게요. 그래서 이거를 뭐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구조적으로 비극이다, 사회적인 타살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이런 경우가 이제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징후가 없지 않을 거 아니에요. 위험 신호 같은 거를 알아볼 수 없을까요?

◇ 이승기 : 실제로 진짜 말씀하신 대로 갑자기 벌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그 이전부터 분명한 위험 신호들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주변에서 그 신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거나 알아채더라도 개입할 통로가 없다라는 건데요.

간병을 맡은 가족이 이전보다 쉽게 신경질적으로 변하거나 말수가 급격히 줄거나 아니면 몸이 눈에 띄게 수척해져서 건강이 위태로워 보인다거나 뭐 아니면 이제 경제적 압박으로 갑작스럽게 대출을 받거나 재산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인다거나 그게 아니어도 이제는 끝내고 싶다, 내가 사라지면 모두 편해질 것 같다라는 말을 반복한다면 이건 단순한 넋두리가 아닙니다. 분명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되는 겁니다.

◆ 박주언 : 그러게요. 이런 위험 신호들이 딱 왔을 때 받아들이는 것도 참 중요할 것 같은데 이걸 그냥 넘기면 안 되잖아요. 어떻게 개입을 해야 될까요?
요양보호사 [사진=연합뉴스]

◇ 이승기 : 예, 일단 그런 말을 들었다면 가볍게 흘려보내지 말고 우선 곁에서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두면서 심리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 게 중요합니다. 동시에 이게 가족이나 뭐 지인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라고 한다면 구청이나 사회복지기관과 연결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게 필요한데요.

이번 광주 사건도요. 확인해 보니까 이 80대 노모와 아들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내역도 없고 기초생활 수급자도 신청한 내역이 없다라고 합니다. 만약 그런 게 됐다라고 하면 좀 사건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고요. 또 이 요양보호사나 방문 간호사, 사회복지사처럼 사실 취약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직군의 역할도 중요한데요.

이분들이 위험 신호를 감지했을 때 바로 연기할 수 있는 창구를 활용하도록 제도를 만들 필요도 있고요. 지금은 이제 서울에는 이제 돌봄SOS센터라는 게 있고요. 인천에는 또 인천형 SOS 긴급 복지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주변에서 이런 위기 과정을 봤다라고 하면 망설이지 말고 일단 연락하는 게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 박주언 : 그러게요. 우리가 항상 얘기하는 거지만 이런 부분들이 그늘 안에 있고 감춰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신경을 못 쓰는 건데 사실은 구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걸 계속해서 뭐 나라나 기관에서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그런 걸 절대 그냥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긴병에 효자 없다 이런 속담도 떠올라요. 그런데 이게 그냥 예사로 들리지가 않네요. 자,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변호사님 감사드립니다.

◇ 이승기 :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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