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은퇴가 사라진 나라, 나이 든 노인들의 반격
한국 '초고령사회' 현실화
변화 대응 대책 마련 필수

늙는다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누구나 맞이하는 삶의 과정이다. 70년대 포크송 가사 중에 '너는 늙어봤냐'라는 노래는 젊은 세대에게 던지는 노인에 대한 윤리적 호소로써, 이해하지 못하면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때만 해도 근대화시대의 특성상 농업중심의 전통사회였고, 노인의 사회적 지위, 의사결정 권한과 지도적 역할이 존중받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노래가사가 등장한 것이다.
현대사회는 인공지능(AI) 시대로의 빠른 전환으로 인해 전통적 존경구조가 완전히 흔들리는 시기와 맞닿아 있다. 바로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서유석의 '너는 늙어봤냐'가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강렬하다. 우리 모두가 노인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은 단순한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공동체 연대와 사회적으로 안정된 미래를 준비하는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회복지현장에서 수십 년간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양한 주제로 시니어교육을 담당해 왔다. 교육을 마무리할 때마다 '매일매일 출입(出入, 집을 나가고 들어오는 일)'을 실천하도록 당부했다. 필자가 만난 수많은 학습자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87세 어르신의 실제 경험담을 풀어보려 한다.
대덕구에 사시는 아버님은 아침마다 동네 골목길을 단장했다. 청소는 물론 계절마다 봉숭아꽃, 국화꽃, 분홍색·노란색 맨드라미로 골목길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르신만의 사랑과 일상의 풍경을 선물해 주었다. 결코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고, 배우자와 사별한 후 아들마저 떠나보낸 슬픔과 비탄을 견뎌내느라, 그 삶의 무게가 녹녹치 않았다. 그런데도 신탄진 일대를 하루에 수십 번씩 돌아다니며 모아온 폐지를 팔아 골목길 사람들을 위해 계절마다 꽃길을 선사한 것이었다.
또한 어르신의 특별한 일과 중 하나는 매일 새벽 신탄진에서 역전시장을 오가며 열심히 살아내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보고, 살아갈 힘과 의미를 새롭게 회복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버스에 탔는데, 출근길이어서 그런지 자리가 없었다. 손잡이를 잡고 있었지만 출발과 멈춤을 사납게 해대는 탓에 몸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자리에 앉아있던 젊은이와 약간의 신체접촉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자 30대 초반의 젊은이는 버럭 화를 내면서 "늙은 할아버지가 집에 가만히 엎드려있을 일이지. 아침부터 왜 나와서 짜증나게, 에이 재수 없어" 라며 폭언을 퍼부어댔다.
어르신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한 후 젊은이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다리에 힘이 없어 그러니 미안하네. 하지만, 자넨 늙어 봤는가? 나도 젊을 때는 이러지 않았네"라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르신에게 필자는 크게 아주 크게 박수를 쳐드렸다. 그리고 어르신을 가만히 안아드렸다. 자신을 위해,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해 '매일매일 출입'을 모범적으로 실천해 주었기 때문이다.
2026년 키워드로 살펴보는 사회이슈 1위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초고령사회 대비'로 생활밀착형 변화가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즉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전체인구의 21%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동시에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노동시장, 사회복지, 연금, 소비구조 등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감소추세는 막을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맞아 2026년은 '은퇴가 사라진 나라'로 불릴 만큼, 노년의 삶은 더 이상 사회의 주변부에 머무를 수 없다. 나이 든 노인은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젊어진 노년기를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하는 존귀한 구성원인 것이다. 노년의 경험과 시간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일상 속에서 참여와 관계를 확장해 나가는 전환의 계기가 필요하다. 필자는 '초고령사회 대비'란 거창한 정책구호가 아니라, '너는 늙어봤냐'는 질문 앞에서 타인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성숙한 태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 든 노인들의 강력한 반격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길태영 중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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