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장관의 ‘同舟共濟' 반갑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정윤 기자] 새해다. 2026년은 붉은 말의 해라고 한다. 말은 역동을 상징한다.
국운(國運)이 말의 기운을 받아 힘차게 세계로 뻗어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1월 8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2026년도 의료계 신년인사회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언급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같은 배를 타고 강을 함께 건넌다는 뜻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오월동주(吳越同舟, 원수처럼 지내던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풍랑 속에서 서로 돕는다)와 같은 뜻이다.
무너지는 필수 및 지역의료, 고차원 방정식인 의대 정원, 갈수록 늘어나는 노인 수명, 세계 최저의 출산율 등 숱한 의료계 현안이 정부와 의료계 앞에 놓인 강(江)이다.
강을 건너기 위한 배 앞에서 의료계(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성규 대한병원협회장)와 정부(정은경 장관)는 "좋다 함께 건너자"라고 소통과 화합을 다짐했다.
이날 신년회에서 김택우 의협회장은 "2년 전 의료사태 이후 의료계는 폐허 속에서 재건을 준비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올해만큼은 의료계와 정부가 서로에게 감사의 말을 자주 건네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성규 병협회장은 "지난해 의정갈등이후 비상진료 체계는 일단락됐지만 의료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지금 의료계는 분명 거센 파도 앞에 서 있다"고 진단하고 협력을 당부했다.
정은경 장관은 "의정갈등 속에서도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공통의 사명감이 분명히 존재했다"며 "현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해준 의료인들 덕분에 의료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았다. 의료계의 헌신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새해이고 인사회이니 덕담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전(前)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이라는 뜬금없는 공격으로 촉발된 의정 전쟁으로 국민-의료계-정부 모두에게 남긴 심각한 상처는 '동주공제'에 공감하게 한다.
헌법에 명시된 국민 건강권 보장에 정부와 의료계의 종국적 목표가 다를 수 없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확보하기 위해 갖가지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고, 의사 등 의료계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과학적 근거 아래 최선의 진료를 행한다.
정부는 공적 보험을 만들어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값싸지만 효과 좋은 약을 공급하고 적절한 의료행위로 진료하도록 유도한다.
의사 등 의료인들은 과학적 근거가 있지만 과잉도 과소도 아닌 적정한 진료를 통해 치료한다.
국민과 환자를 위해 서로 최선을 다한다고 하면서도 맨날 싸움이다. 정은경 장관의 말처럼 '동주공제'의식이 없는 탓이다.
정부는 적은 진료비로 최상의 진료를 받게 하는게 정치-행정 능력이라고 여기겠지만 싼게 비지떡이고 누가 필요 이상으로 싼 제품을 구매한다면 또 다른 누군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의료계가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가라는 말을 되뇌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국민건강이 헌법상 최상위 우선 순위 과제지만 말로 이뤄지는게 아니라 의사 등 의료인을 거쳐 완성되는 명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전(前) 정부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으로 정부와 의료계는 물론 모든 국민들이 강물에 빠질뻔 했다.
정은경 장관의 '동주공제'라는 덕담을 정부 스스로의 다짐으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