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잘 꿰맨 ‘한땀’

“한땀만 제때 꿰매두면 아홉 바늘을 꿰매지 않아도 된다(A stitch in time saves nine)”는 영어 속담이 있다. 시의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면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문제까지 한꺼번에 막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의 뜻을 되새겨보는 일이 있었다. 1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농산물수급관리운영위원회 감귤위원회(이하 ‘감귤위원회’) 주최로 열린 ‘만감류 가격 안정을 위한 매취사업 추진 기자회견’이다. 감귤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제주지역 만감류 연간 생산량의 10% 수준인 1만t을 농협·감귤농협 주도로 매취한다고 밝혔다. 미국산 만다린 수입 급증과 만감류 가격 약세에 대응하는 ‘최종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이 나오기까지 제주 농업계는 수많은 고민을 거듭하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감귤위원회는 제주감귤을 대표하는 모든 이들이 모인 단체다. 이 때문에 제주도와 15개 제주 지역농협, 제주감귤농협, 유통업체, 선도농가,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 학계 관계자 등 30여명이 협의점을 찾기 위한 수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13일 1만t 매취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제주지역 농민단체가 농가 생존대책을 요구한 지 약 한달 만의 일이다.
제주 농업계가 이처럼 높은 단결력을 보여준 데는 미국산 만다린 무관세 전환을 빌미로 농민들의 불안 심리를 노린 산지가격 ‘후려치기’, 만감류 가격 하락에 더해 ‘만다린 공포’를 조장한 일부 언론 등에 적극 대응하자는 공감대가 조성된 이유가 컸다.
앞서 제주도도 ▲공격적 마케팅을 통한 시장 주도권 선점 ▲고품질 중심의 생산체계 전환 ▲데이터 기반 수급·가격 관리 강화 3대 전략을 제시하는 동시에, 도지사 현장 간담회를 통해 농가 의견을 청취했다. 제주감귤연합회와 제주농협본부도 국회의원 초청 간담회를 갖고 수입 만다린에 대한 검역 강화, 수입기간 조정, 농가 보호대책 등을 정치권에 건의했다.
17만t에 달하는 오렌지 수입 때도 무너지지 않은 제주감귤의 저력을 살려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찾아낸 제주 농업계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남은 것은 농가의 품질제고 노력이다. 이번엔 ‘한땀’으로 끝났지만, 조기출하를 자제하고 당도와 향이 충분한 완숙과를 소비자에게 내놓아야만 불확실한 대내외 소비여건을 헤쳐갈 수 있다. 아울러 과잉이 예상되는 양배추에 대한 대책도 적시에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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