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왜 오랜만에 펼친 책은 잠만 쏟아질까

김규미 학교도서관 사서 2026. 1. 1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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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금연, 독서 등의 공통점은 성취의 끝이 없다는 것이다. 운동은 몇 살까지 하면 적당한가? 일 년 금연했으니 올해는 안 해도 되는가? 책은 몇 권이나 읽으면 충분할까? 그냥 사는 동안 계속 이어져야 하는 것들이다.

왜 독서는 역전승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읽기는 말하기나 듣기처럼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생물학적 기능이 아니라 독서근육의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펼친 책이 도통 읽히지 않고 잠만 쏟아지는 이유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당신의 '독서근육'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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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훈련 필요한 독서 근육 잃은 탓
‘매일 조금씩 낮게’ 재활 독서 시작하자

운동, 금연, 독서 등의 공통점은 성취의 끝이 없다는 것이다. 운동은 몇 살까지 하면 적당한가? 일 년 금연했으니 올해는 안 해도 되는가? 책은 몇 권이나 읽으면 충분할까? 그냥 사는 동안 계속 이어져야 하는 것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축적의 시간이 필수라는 점이다. 하나같이 시작도 어려운데, 하다 멈추면 쌓아왔던 것들은 쉽게 물거품이 된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도 조금만 방심하면 금세 근육이 줄어들고, 요요현상을 겪는다. 바빠서, 피곤해서 등등 멈춘 사정이야 다양하겠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우리는 매년 같은 목표를 또 소환한다. 그래서 다시 운동 중인 이도 있고, 다시 금연을 실천 중인 사람도 많다. 하지만 책을 멀리하던 사람이 나이 들어가면서 다시 독서를 열심히 하게 되는 사례는 드물다. 실제로 <2023 국민 독서 실태 조사 보고서>에 실린 '종합 독서율 그래프'를 보면 대한민국 성인 독서율은 20대에 정점을 찍은 후 60대가 될 때까지 회복 없이 꾸준히 하락한다. 독서율은 한 번 떨어지면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다.

왜 독서는 역전승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읽기는 말하기나 듣기처럼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생물학적 기능이 아니라 독서근육의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자가 발명된 역사는 인류 진화 시간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람이 글을 읽는 능력은 뇌의 여러 영역을 억지로 연결하며 수년에 걸쳐 만들어내는 고도의 '훈련된 기술'이다.

읽기는 문자를 소리로 바꾸고, 그 소리를 다시 의미와 연결하며, 행간의 의도를 추론하고 이해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이는 피아노 연주를 배우는 과정과 흡사하다. 건반에 손가락 얹기부터 배우듯이, 초보 독자는 글자 하나하나를 해독하는데 에너지를 쓰느라 정작 내용을 이해할 여유가 없다. 피아노 연주자는 반복된 훈련을 통해 악보 인지가 자동화되면 비로소 곡의 아름다움을 깊이 이해하고, 감성을 담아낸 연주를 할 수 있다. 독서 역시 뇌가 글자를 자동적으로 인식하는 수준에 도달해야만 비판과 공감, 통찰이라는 고차원적 사고에 에너지를 배분할 수 있다.

안구운동(Saccade) 역시 정밀한 제어 기술의 산물이다. 피아노 연주자의 시선이 악보를 훑듯, 숙련된 독자의 눈도 문장 속 단어 사이를 점프하듯 빠르게 도약했다 멈추는 운동을 반복한다. 우리는 한글을 배우던 순간부터 서서히 텍스트의 길이를 늘리며 이 기술을 수년간 연마한 셈이다. 그러나 성인 10명 중 6명은 20세를 기점으로 이 정교한 기술 사용을 스스로 멈춘다. 운동선수가 훈련을 멈추면 기록이 곤두박질치듯, 긴 글 읽기를 멈추면 깊이 읽기를 수행하는 뇌의 회로는 서서히 퇴화한다. 오랜만에 펼친 책이 도통 읽히지 않고 잠만 쏟아지는 이유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당신의 '독서근육'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꾸준한 독서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나이와 체면은 잠시 내려놓자.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었을 때 모르는 단어가 5개 이상 나오거나, 세 페이지 정도를 읽어도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과감히 책을 다시 고르자. 독서근육을 잃은 성인에게는 그에 맞는 '재활 독서'가 필요하다. 잡지, 그림책, 단편소설 등 짧은 글부터 익숙해지기, 소리 내 읽는 낭독, 종이책을 펼쳐놓고 오디오북을 동시에 재생하며 눈으로 따라 읽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재활의 핵심은 '매일, 조금씩, 낮게' 시작하는 것이다. 어쩌면 낮게 시작하는 용기가 당신을 훨씬 높은 사고의 단계로 인도할지 모른다.

/김규미 학교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