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천항 불법 전대 문제,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다

김원용 2026. 1. 1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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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인천항만공사가 설립되기 이전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기자실에서 선배 기자들과 나눴던 농담이 떠오른다. "항만부지 수백 평만 임대하면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겠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항만부지는 3.3㎡(1평)당 임대료가 1천 원대에 불과했고, 한 번 임대하면 20~30년 장기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웃지 못할 이야기지만, 그만큼 항만부지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항만부지는 아무나 임차할 수 있는 땅이 아니다. 항만을 통해 실제 수출입 물동량을 창출하고, 고용과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물류기업만이 입주 대상이다. 공공자산인 항만부지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국가 물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원칙이 오래전부터 무너져 왔다는 점이다. 과거 인천항에서는 항만부지를 임차한 뒤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전대', 나아가 또 다른 제3자에게 넘기는 '전전대'가 만연해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기사로 썼던 기억도 적지 않다. 인천항만공사가 출범한 이후 이러한 관행은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알려졌고, 필자 역시 전대 문제는 과거의 유산으로 정리된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인천항의 불법 전대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후 물류업계 안팎에서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모두가 알면서도 외면하던 문제가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일부 업체의 일탈이 아니라 관리 시스템 전반의 실패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곳이 인천항 아암물류1단지다. 제보에 따르면 이곳 입주업체 A사는 건설업체를 운영하면서 항만공사로부터 부지를 임차해 물류센터를 지은 뒤 실제 운영은 B사에 맡기고 임대료를 받는 구조다. 인근 부지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C사에 전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류상으로는 물류기업이지만 실제로는 임대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항만공사 관계자는 "공사 설립 초기 관리 체계가 허술하던 시기에 공급된 부지들이 있고, 검증이 충분하지 못한 업체들이 입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관리 부실을 완곡하게 표현한 말일 뿐 본질은 다르지 않다. 공공기관이 스스로의 실패를 '초기라서 그랬다'는 이유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현재 이 사안은 해경 수사와 감사원의 특정감사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나 해석의 차원이 아니라 위법성 여부를 가리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인천항 물류업계의 불만은 분명하다. 공정하게 경쟁하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 물동량을 만들고 항만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기업들은 서류만 그럴듯하게 꾸며 부지를 확보한 뒤 사실상 임대업처럼 운영하는 업체들 때문에 공정한 경쟁조차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는 단순한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라 항만의 존재 이유를 훼손하는 구조적 병폐다.

최근 인천항만공사가 연 아암물류2단지 2단계 복합물류 부지 공급 설명회에서 공사 측이 유독 '불법 전대'를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공사는 "승인 없는 전대는 불법이며 전대 승인도 원칙대로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그 원칙이 과거에도 분명히 존재했다는 점이다. 지키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조경태 의원이 지적했듯 불법 전대는 명백한 계약 해지 사유다. 위법 행위를 저지른 업체와 계약을 유지한 채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은 공공자산의 왜곡된 사용을 사실상 용인하는 행위다. 더 나아가 규정을 지켜온 기업들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역차별이 된다.

해경 수사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인천항만공사는 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파장이 크다는 이유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이유로 원칙을 미루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천항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돌아온다.

항만부지는 단순한 '땅'이 아니라 국가 물류 전략의 핵심 인프라다. 불법 전대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인천항은 더 이상 경쟁력을 논할 자격이 없다.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 그것이야말로 인천항을 살리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선이다.

김원용 인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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