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스토리]조은희 광주 서구 풍암동 카페 ‘오채’ 대표 "문인화 닮은 따뜻한 공동체 꿈꿔"
15년 학원강사 마친 뒤 인생 전환점
문인화가 20년 만에 ‘십군자’ 대가로
대통령상·대한민국서예대전서 수상
상인회장·주민자치위원 활동도 열심

"예술은 제 삶을 버티게 한 힘이었습니다. 이제는 지역을 위해 쓰고 싶어요."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에서 갤러리 카페 '오채'를 운영하며 문인화 작가로 활동 중인 조은희(53·여)씨는 예술과 일상, 그리고 지역을 잇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15년간 영어·수학 학원 강사로 활동했지만, 인생의 전환점에서 붓을 들었다. 현재는 작품과 공간, 공동체를 통해 '사람이 머무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조 작가가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30대 초반 전북 장수로 이주하면서부터다. 어린 자녀를 키우며 시골 생활을 하던 그는 지역 문화센터에서 서예를 접했고, 이후 문인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배우는 걸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먹 향이 너무 좋았다"며 "어릴 적 훈장님이셨던 아버지의 기억도 한몫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한 문인화는 어느덧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문인화는 사군자에 국한되지 않고 매·난·국·죽은 물론 소나무와 파초 등 '십군자'를 아우르는 장르다. 그는 "서예는 정형화된 틀이 있지만, 그림은 내가 느끼는 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2017년 문인화 초대작가가 된 이후 캘리그라피와 서각으로 영역을 넓혔고, 글씨는 본인이 쓰고 남편이 각을 치는 부부 공동 작업도 이어오고 있다.
다리 부상으로 학원 운영을 접은 그는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다 2017년 해남에 갤러리 카페를 열었다. 이 공간은 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의 쉼터가 됐다. 2020년 자녀 교육을 위해 광주로 옮긴 뒤 풍암동에서 다시 카페를 열었고, 코로나19 시기에는 작품에 몰두하며 2022년 5·18 휘호대전 대통령상, 호국미술대전 대통령상, 광주 캘리그라피대전 대상 등 세 차례 대상을 수상했다. 2025년에는 대한민국서예대전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조 작가는 현재 풍암동 상인회장을 지내고 있으며 올해 1월부터는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골목 상권이 살아야 동네가 산다"고 말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수영과 스윙댄스로 에너지를 관리하며, 카페 곳곳에는 먹으로 쓴 글귀와 그림을 전시해 방문객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그는 "문인화는 글과 그림이 함께 공감의 힘을 만드는 예술"이라며 "풍암동이 재미있고 따뜻한 동네가 되도록 작은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조 작가의 붓은 오늘도 그림을 그리고, 동네의 내일을 그리고 있다.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