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프리즘] 통화스왑과 CPTPP 외환시장 안정 조건

원화값이 심상찮다. 한국은 물론 미국 재무장관의 구두 개입 약발이 한나절도 가지 못했다. 한국 외환시장에서 당국이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쯤 되면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할 때다.
불안한 환율을 잡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국내 기업과 개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들을 압박해 수출하고 받은 외화를 들여오도록 하는 것을 비롯해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를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국내로 돌아올 때 인센티브를 주는 것 등이다. 국민연금을 동원해 달러 물량을 쏟아내는 방안도 있다. 모두가 국내용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외부에 있다. 우리나라 대외 환경이 불안해 환율이 고공 행진을 하는 것이지, 국내 경제주체들이 뭘 잘못해 외환시장이 불안한 것은 아니다. 대책의 초점을 외부로 돌릴 필요가 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눈에 보이는 대외 정책은 두 가지다. 먼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말대로 '한국은 미국의 핵심 파트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 성과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외환시장이 불안할 때 미국 달러와 원화를 바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통화스왑'을 체결하는 대상국으로 손색이 없다. 통화스왑이 처음인 것도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때도 한미 통화스왑을 체결한 바 있다. 2008년 10월에는 한창 불안했던 외환시장이 통화스왑 소식에 환율이 200원가량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 환율 불안의 원인이 한미 관세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인 것을 감안하면 통화스왑의 당위성은 더 커진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대외 실물거래가 안정돼야 외환시장의 불안감도 사라진다.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미국에 대해 우리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하나의 대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제 어떤 관세 정책을 내놓더라도 한국을 비롯해 일본·영국·캐나다 등 CPTPP 가입 국가들이 뭉쳐서 대응한다면 협상력은 훨씬 더 커진다.
한미·한일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왑과 CPTPP 두 가지에 대해 말은 꺼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점은 아쉽다.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선 미국과 일본을 설득해 이 두 가지를 관철하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 급등하는 환율을 잡기 위해서는 '내치'보다 '외치'가 훨씬 중요해 보인다.
[노영우 매경아카데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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