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난하게 살아야 하나요”…47년 묵은 정치 체제 거부하는 시민들 [뉴스 쉽게보기]

지난해 12월 28일 이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2주가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어요. 이란 정부가 물러서지 않고 무력을 사용하면서 사상자도 발생했어요. 미국 기반 인권단체인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번 사태로 지난 13일(현지시간) 기준 약 2000명이 숨졌다고 전했어요. 사망자 중 1847명은 시위 참가자, 135명은 군대와 경찰관 등 정부 측 관계자라고 해요.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 9명, 시위대와 무관한 시민 9명 등도 포함됐대요. 체포된 인원은 1만 6700명이 넘는 것으로 이 단체는 추정했어요. 노르웨이 기반 단체인 이란인권(IHR)은 지난 14일(현지시간)까지 시위 참가자가 최소 3428명 숨진 것으로 집계했고요.
사상자 규모는 아직 정확히 추정하기는 힘들어요. 이란 정부가 지난 8일부터 이란의 국제전화와 인터넷을 차단해 버렸기 때문이에요. 외부에서는 내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어진 거예요. 정부가 외부 도움을 받지 못하게 통신을 끊어버린 점을 고려하면,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 규모를 키울 가능성이 커 보여요.
달러 대비 리알 환율을 보면, 이란이 겪고 있는 경제난의 심각성이 단번에 느껴져요. 지난 2015년 7월에는 3만 2000리알로 1달러를 살 수 있었는데요, 이달 초에는 147만 리알로 1달러와 바꿀 수 있게 됐대요. 10년 만에 화폐 가치가 44분의 1 정도로 폭락해 버린 거예요. 당연히 나라 경제가 정상적일 수 없겠죠.

그나마 경제위기를 겪은 이란이 한발 물러서면서, 이란의 핵시설이 감시받는 조건으로 경제제재를 푸는 ‘이란 핵 합의(2015년)’를 하기도 했는데요. 이 합의 후 2016년부터 이란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2017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며 다시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게 됐어요. 트럼프는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고 이란을 제재했어요. 이란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우호적 관계를 강조했거든요. 반발한 이란은 다시 핵 개발에 나섰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이 합의를 깼다며 작년 9월에 국제적 제재를 다시 시작했어요. 이란 경제는 다시 고립됐어요.
비영리 국제기구인 국제위기그룹(ICG)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그램 책임자는 미국 유력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란 정부는 그간 (경제적) 번영이나 다원주의를 희생하는 대신 안전과 보안을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12일 전쟁’에서 이란이 패배하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어요.
결국 경제위기 극복과 안보 불안 해소라는 과제 중 어떤 측면에서도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게 이번 사태를 촉발한 셈이에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 정부는 경제제재 완화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란 핵 협상에 무심했고,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국내 정치·경제 개혁도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어요.

반면 정부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져요. ‘수도 테헤란의 한 영안실에서 시위대의 시신 수백 구가 쌓여 있는 걸 봤다’ 등의 충격적 증언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시위에 참여했던 대학생이 가까운 거리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사망했다는 주장까지 나왔어요. 이란 정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즉결 처형’ 수준의 무력 진압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에요.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 사태에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어요. 그는 지난 1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은 어쩌면 과거 어느 때보다 자유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됐다”고 썼어요. 백악관 행사에서 “미국이 개입해 이란의 아픈 곳을 매우 세게 때리겠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미국 유력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대규모 공습 등 군사 개입 선택지들을 보고받았다고 해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미국 입장에선 이번 사태가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 정권을 무너뜨릴 명분이 될 수도 있는 셈이에요.
다만 군사 개입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거론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돌연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어요. 그는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옵션은 배제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지켜보겠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이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잘아는 사람들로부터 매우 좋은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어요.
대규모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해외 언론의 보도와는 다른 인식을 보여준 거예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미국의 개입 여부를 예상하기 힘들게 하는 분위기예요.

이란에서는 1979년 이란 혁명을 통해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교의 종교적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갖는 ‘신정일치 체제’가 수립됐어요. 이 체제는 47년간 유지됐는데, 국제사회는 이러한 신정일치 체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요. 36년째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권위가 ‘12일 전쟁’ 참패로 크게 떨어졌다는 거예요. 시위대 일부는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아예 47년 전 무너진 팔레비 왕조의 복귀를 요구하기도 해요.
아직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실제로 체제 붕괴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어요. 이란 정부는 중국·러시아 등 미국 편에 서지 않을 국가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시민들의 요구대로 정부 체제를 개편하는 등의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아무 선택도 하지 않다가 미국의 개입으로 사태가 일단락될 가능성도 존재하고요.
일단 이란 대학생과 노동자 단체 등 이란의 시민단체들은 외국의 개입을 원치 않는다고 하는데요. 종교 지도자의 정치를 거부하고 나선 이란 시민은 과연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요? 이 사태의 끝은 어떤 장면으로 마무리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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