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실적 레벨업' 연초 랠리 "이젠 추격 매수 보단 분할 매수"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6. 1. 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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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PER 10배 초반 과거 평균 수준
대형주로 쏠림 단기 과열 해소 필요
단일업종 추격보다는 분산·순환 전략을
게티이미지뱅크

병오년 국내 증시는 연초부터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4200 선을 출발점으로 단숨에 레벨을 끌어올리며 사상 최고치 영역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종료된 CES 2026을 전후로 형성된 기술주 모멘텀과 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가 맞물리며 반도체 투톱이 지수 레벨업을 주도했고, 조선·방산 등 지난해 주도 업종까지 랠리에 가세하면서 상승의 저변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연초 시장 분위기만 놓고 보면 매우 '기분 좋은 출발'이 분명해 보인다.

지수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상승을 단기 과열보다는 실적에 기반한 흐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지영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코스피가 4000포인트대라는 기존에 도달한 적 없는 영역에 진입했지만,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초반으로 과거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지수는 높아졌지만 밸류에이션 자체는 익숙한 구간이라는 의미다. 이익 모멘텀이 유지되는 한 추가적인 리레이팅 여지도 남아 있다고 판단한다.

실적 측면에서 가장 분명한 변화는 반도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수요가 여전히 견고한 가운데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반도체 가격과 실적 전망이 동반 상향되고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파르게 상향 조정됐고, 실적 증가 속도가 주가 상승을 앞서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은 오히려 낮아지는 국면이라는 설명이다. 반도체 실적 상향이 코스피 전체 이익 추정치를 끌어올리며 지수 상승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최근 코스피 상승이 반도체 실적 레벨업에 기반한 흐름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 상향은 코스피 선행 EPS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으며, 주가 상승 역시 실적 변화와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원은 "상승 추세 자체보다 속도가 문제"라고 봤다. 반도체와 일부 대형주로의 쏠림이 극단화된 만큼, 단기적으로는 과열 해소와 매물 소화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관측한다. 지수 상단을 열어두되, 직선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단계적인 안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판단한다.

연초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속도 조절'의 필요성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통계적으로 1월 주식시장이 연간 흐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2026년 역시 증시 방향은 반도체 실적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반도체 업종에 대한 수급 쏠림이 크게 확대된 만큼, 단일 업종 추격보다는 분산과 헤지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기 정상화 국면에서는 성장주에 집중됐던 자금이 일부 가치주나 소재, 낙폭과대 업종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수급 측면에서도 쏠림에 대한 경계는 유효하다. 반도체 업종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종과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됐고, 이는 작은 변수에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이 대부분 연초 전략의 중심으로 '추격 매수'가 아닌 '분할 매수'를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 급등, AI주 버블 가능성 확대, 메모리 가격 조정, 환율 폭등 등 기존 전제를 바꿀 만한 리스크가 확산 되지 않는 한, 분할 매수 대응을 전략의 중심으로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연초 랠리가 강한 만큼 대응 역시 더 정교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증권 김종민 수석연구위원은 "CES와 삼성전자 실적을 계기로 형성된 모멘텀이 단기적으로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경우, 미국의 관세 관련 판결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이벤트성 변수가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러한 불확실성은 지수 전반의 하락 요인이라기보다는, 방산이나 자원 안보 관련 업종 등으로의 전략적 순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1월 증시는 반도체 실적 레벨업이 지수의 하단을 단단히 지지하는 구조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상승 속도가 빠른 만큼, 투자 전략이 한층 더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반도체를 중심축으로 두되 추격 매수는 자제하고, 분할 매수를 기본으로 하면서 조선·방산, 바이오, 인바운드 등으로 순환과 분산을 병행하는 전략이 연초 변동성 국면에서 투자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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