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中 수소시장 '퍼스트 펭귄' 현대차...판매 1위 외자 기업 됐다
中 정부 지원책 나오기 전 '현지 투자' 검토
광둥성 광저우시 진출하자, 지원 도시 낙점
앞선 '수소시스템' 상용차 시장서 선택받아
"中 정부 강력한 지지...수소 생태계 기여"

여기가 다 나지막한 산이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첫 해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법인 'HTWO 광저우'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의 혁신센터 주위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최신 공장과 연구소가 들어선 땅만 20만2,000㎡(약 6만1,000평). 태항산과 왕옥산을 옮기겠다고 마음먹은 노인 우공(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성에 버금가는 노력이 깃든 결과물이자 새로운 시작의 마중물이었다.
HTWO 광저우는 이를 바탕으로 2025년 외자기업 중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판매량 1위에 올랐다. 2021년 법인을 세우고 5년 만에 거둔 성과다.

2019년에 시작된 도전

주목할 건 '현재 결과'를 만든 '과거의 결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수소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건 2019년으로 이때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지금보다 더 두텁고 중국에서도 수소 생태계가 막 싹을 틔울 때였다. 그룹 측은 수소 해외 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1998년 수소 관련 연구개발(R&D) 조직을 만들고 30년 넘게 △수소연료전지 스택 독자개발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 등을 해낸 뒤 남은 과제는 확장이었다. 글로벌 수소 생태계에서 선제적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을 주목했다. 중국은 탄소 배출 절감 및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었다. 수소는 그중 우선순위에 있었다. HTWO 광저우 관계자는 "중국 중앙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지역'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레이더망에 걸린 곳은 광저우시였다. 광둥성은 인구만 1억2,000만 명이 넘고 광둥성 서기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당연직 24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다. 특히 광둥성은 1989년부터 2024년까지 36년 연속으로 중국 내 지역총생산(GRDP) 1위 자리를 지킬 정도로 재정 능력 또한 충분했다. 광저우시는 이런 광둥성의 성도이자 중국 내 '4대 일선 도시(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중 하나로 특히 외국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광둥성에서도 현대차그룹의 관심에 반응했다. 중국 중앙 정부에서 시행하는 수소연료전지차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업(수소 생산)→미들(저장 및 운송)→다운(활용) 스트림' 생태계를 짜는 게 중요했다. 특히 다운 스트림 단계에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핵심인 '스택' 생산 기능이 있어야 했다. 스택은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셀들을 여러 장 겹쳐 고출력을 내는 핵심 전력생산 장치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수준의 스택을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였다. 당시 광둥성장은 2019년에만 정의선 회장을 세 차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같은 해 12월 중국 광둥성 정부와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현대차그룹의 판단이 맞았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시장 조사 및 부지 선정 등을 준비했다. 이 와중에 같은 해 9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광둥성이 중국 중앙 정부의 지원 정책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시범 응용사업 착수 통지' 시범 도시군 5개 중 하나로 뽑힌 것. 그룹의 판단이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현대차그룹은 기세를 몰아 12월 드디어 수소 사업 브랜드 HTWO를 론칭했다. 'Hydrogen(수소)'과 'Humanity(인류)'를 두 축으로 삼는다는 뜻으로 발음(에이치투)은 수소의 화학기호 'H₂'와 같은 점을 활용했다. 이어 HTWO라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2021년 1월 광둥성 정부와 투자 계약을 맺고 법인을 세운 뒤 같은 해 3월 광저우시 황포구에 공장을 짓기 시작해 2023년 6월 준공했다.
중국 중앙 정부의 수소 지원 정책은 2021~2025년 5개 시범 도시군에 지원금을 준다. 광둥성이 이를 받으면 여기에 광저우시가 '1대 1'로 시 예산을 투입하고 황푸구에서도 예산을 배정하는 구조다. 성, 시, 구 단위의 예산으로 지역에 수소 관련 각종 기반 시설을 넓히고 수소연료전지차 운행 보조금도 지급한다. 이를 통해 중국 내 수소 생태계를 단기간에 키운다는 계획이다. 한 수소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상용차 시장 규모는 2,500억 달러(약 368조 원)로 추산된다"며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이 상용차 시장이 수소연료전지 기반으로 바뀌면 수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중국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시장의 '메기'

HTWO 광저우 공장은 광저우시에서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시장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앞선 기술로 무장한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중국 시장의 선택을 받기 시작한 것. 특히 내구성이 중요한 상용차 시장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2024년에는 광저우시에 공급하는 4.5톤(t)급 수소 연료전지 청소 차량 40대에 HTWO 광저우 공장에서 만든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들어갔다. HTWO 광저우의 첫 번째 정부 사업 납품이었다. HTWO 광저우는 현지 이름난 완성차 기업과 18t, 32t, 49t 등 다양한 트럭 라인업을 내놓고 냉장, 견인 등 특장 차량을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내 일부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한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만큼 비교 우위가 있다는 뜻인데 중국 업체에 비해 응답성과 내구성에서 앞서고 있다. 승용차인 넥소를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액셀러레이터 반응이 즉각적이고 발진력이 뛰어나다. 시스템이 수명이 다할 때까지 총 1만2,500시간 동안 달릴 수 있다. km로 환산하면 약 30만km를 달릴 수 있는 수치다. 실제 룽옌시 청소차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납품했을 때 현지 언론은 "HTWO 광저우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뛰어난 품질로 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했다.
HTWO 광저우는 이를 바탕으로 완성차를 최종 조립해 판매하기보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중국 내 완성차 브랜드에 공급하는 걸 주요 매출 전략으로 잡았다. 특히 현재 중국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는 정부가 이끌고 있는 'B2G(Business to Government)' 시장이다. 즉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 기업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시장 내 입지를 키워 중국 수소연료전지차 생태계에 스며드려는 것이다.

정부 정책 협력...중국 생태계에 자리 잡기

HTWO 광저우의 이런 전략은 최근 더 빛을 발하고 있다. 2025년 11, 12월에는 중국 상용차업체 카이워그룹과 공동 개발한 8.5m 수소연료전지 버스가 광저우 국영버스그룹의 '수소연료전지 도시버스 구매 프로젝트'에서 종합평가 1위로 최종 낙찰에 성공했다. 광저우 국영버스그룹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버스 총 500대를 도입할 예정으로, 이 중 절반에 해당되는 249대를 1위 선정 업체인 HTWO 광저우와 카이워그룹에 맡겼다.
현재 중국에는 이화통, 리파이어 같은 현지 기업을 포함해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사가 60개 넘게 있다고 한다. HTWO 광저우는 이 중 판매량 기준 5, 6위다. 2025년 및 누적 기준 외자기업 중에서는 도요타(일본), 보쉬(독일)를 제치고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정부의 산업 육성 전략이 수소 모빌리티 산업에도 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중국 중앙 정부는 '신에너지자동차 산업발전 계획(2021~2035년)'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키워냈기 때문이다.
이 계획의 목표는 2025년까지 전기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량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0%를 달성하는 것이었는데 2025년 7월에 45%를 달성하고 10월이 넘어가자 50%를 돌파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 결과 비야디(BYD), 지리(Geely) 등이 중국 내수는 물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광둥성은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시범 도시군 자격을 딴 뒤 시범 기간 종료 시점인 2025년까지 1만 대 이상 보급이라는 목표를 정했고 광저우시는 2025년까지 2,500대 보급 목표를 제시했다. HTWO 광저우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HTWO 광저우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성, 시, 구)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중국 정부를 적극 도와 중국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저우=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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