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새 8번째… 또 "간판 바꾼다"는 국힘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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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12·3 불법 계엄, 그리고 '내란'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인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첫 공식 사과를 하면서 '당명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내에선) 계엄을 가장 열심히 막았던 사람(한 전 대표)을 잘라내고 자기들끼리 좋다고 당명 바꾸면 그걸로 뭐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당명을 변경한다는 건 당 정체성을 새로이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조차 내지 못하면서 정체성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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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합당' 출범한 민자당이 직접적 뿌리
노태우 구속→'신한국당' 개명→YS 추락
'한나라당' 간판 달고 전성기… 14년 지속
박근혜의 '새누리당', 쇄신 통해 선거 연승
국정 농단 사태 후 내리막… 당명 3회 바꿔
"尹 절연 없이 당명 교체? 본질 호도일 뿐"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12·3 불법 계엄, 그리고 '내란'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인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첫 공식 사과를 하면서 '당명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책임당원 투표 결과에서도 찬성 의견이 약 70%에 달했다. 국민 공모 등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초 새로운 당명이 확정되면, 2020년 9월 초 내걸린 '국민의힘' 간판은 5년 5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국 정치사를 보면 당명 변경은 각 정당이 위기 타개나 국면 대전환 등을 위해 채택했던 일종의 돌파구였다. 현대 민주주의의 기틀을 닦은 나라인 영국·미국의 경우, 보수당·노동당(영국)과 공화당·민주당(미국)이 19세기 창당 이후 단 한 번도 당명을 바꾸지 않은 것과 달리 한국의 거대 양당은 수차례 간판을 고쳐 달았다. 이번에 당명이 개정되면 국민의힘은 1990년 민주자유당(민자당) 이후 여덟 번째 이름을 갖게 된다. 35년 동안 평균 5년에 한 번꼴로 이뤄진 이 정당의 당명 변경 역사를 되짚어 보고, 과연 '간판 교체'가 '내란 정당 이미지 탈색'이라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점쳐 봤다. 주요 정치인들의 직책·직위는 당시 기준으로 표기했다.
위기 때마다 '돌파구'로 띄운 당명 개정

국민의힘의 직접적 뿌리라 할 수 있는 ①'민자당'은 1990년 1월 노태우 대통령이 총재를 겸했던 임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총재 김영삼), 신민주공화당(총재 김종필)의 이른바 '3당 합당'으로 출범했다. "더러운 야합"이라는 거센 비판 속에 탄생한 이 거대 보수 연합은 5년여 만에 개명을 선택했다. 애초 의도대로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민자당 후보가 승리하긴 했지만, 임기를 마친 노 대통령이 12·12 군사 쿠데타·부정부패 등 혐의로 철창 신세를 지게 되면서 '노태우와의 절연'이 필요했던 탓이다. 당시 당명 변경은 "3당 합당의 청산을 의미할 뿐 아니라 노태우 축재(蓄財·재물을 모아 쌓는 것) 사건으로 인한 정국 혼돈을 정치 쇄신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1995년 11월 23일 자 본보 기사)로 해석됐다.
그렇게 1996년 2월 새롭게 걸린 ②'신한국당' 깃발은 2년도 안 돼 내려갔다. 김영삼 정부 말기였던 1997년 김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등의 친인척 비리 의혹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정권 지지율도 6%(한국갤럽 조사)까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는 김영삼 대통령에게 탈당을 공개 요구했고, 그해 11월 조순 총재가 이끌던 '꼬마 민주당'과 손을 맞잡고 신한국당을 ③'한나라당'으로 재탄생시켰다.

물론 새 간판이 '헌정사상 첫 여야 정권 교체'라는 시대적 흐름을 막아내진 못했다. 1997년 12월 '한나라당 후보'로 제15대 대선에 나선 이회창 총재는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에게 패배했다. 한나라당은 그 이후에도 숱한 위기를 겪었다. 2002년 12월 제16대 대선에서도 새천년민주당(노무현 후보)에 졌고, △2003년 '차떼기' 사태(불법 대선자금 사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역풍 등에 시달린 것이다. '딴나라당'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당명 개정 없이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지지율 하락과 함께 '정권 심판론'의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자리 16곳 중 12곳을 차지한 것이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 승리로 10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고, 이듬해 18대 총선에선 과반수 의석(153석)을 확보했다. 주요 선거 3연승이었다. '한나라당에서 개가 나와도 당선된다'는 저잣거리 농담이 외신에 소개될 정도였다.
디도스 사태 땐 '당 해체론'도… '구원투수' 朴 등판

위풍당당했던 한나라당에 치명타를 안긴 건 2011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 공격 사태'였다.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수행비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인 그해 10월 26일 선관위 및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당시 무소속, 이후 민주통합당 입당) 홈페이지에 사이버 테러를 가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선거 방해'라는 전대미문 사건에도 당 지도부의 대처는 미흡하기만 했다. 급기야 '당 해체론'까지 불거지자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 등이 직을 내려놨고, 홍준표 대표도 선출된 지 5개월여 만에 물러나야 했다.
2011년 12월 난파선에 올라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취임 일성과 함께 꺼내든 게 '당명 개정 카드'였다. 그리고 2012년 2월, ④'새누리당'이 출범했고 과감한 쇄신 조치가 잇따랐다. 상징색을 파랑에서 빨강으로 바꿨고, '경제 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포함해 비대위원 10명 중 6명을 외부 인사로 채웠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 무렵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중도 확장' 메시지 덕분에 새누리당은 같은 해 4월 19대 총선에서도 다수당 자리를 지켰다. 8개월 후 실시된 18대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가 승리, 대통령직을 꿰차며 정권 연장에도 성공했다.
'국정 농단' 후 3차례 당명 변경… 주요 선거 패배

하지만 절체절명 위기가 찾아왔다. 국정 농단 사건이었다.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이라는 흑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새누리당은 자중지란의 늪에 빠졌다. 2017년 2월 ⑤'자유한국당' 이름으로 새출발에 나섰으나, 친(親)박계와 비(非)박계가 치고받으며 끝없이 분열했다. '박근혜 탄핵' 직후 치러진 19대 대선(2017년 5월) 승리는 언감생심이었다. 이듬해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광역단체장 자리 17곳 중 2곳(대구시장·경북지사)을 얻는 게 고작이었다.
21대 총선을 두 달 앞둔 2020년 2월, 자유한국당은 ⑥'미래통합당'으로 또 당명을 바꿨다. 그럼에도 총선 성적표는 처참했다. 개헌 저지선(101석)을 간신히 상회하는 108석만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위성 정당 의석 포함)을 얻어 '공룡 여당'이 됐다. 미래통합당 이름은 9개월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김종인 비대위'가 들어서면서 새로 지은 이름이 바로 지금의 ⑦'국민의힘'이다.
"尹 단절 않고 당 정체성 어떻게 바꾸나"

이렇듯 국민의힘 간판 교체 역사에는 당의 '벼랑 끝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특히 자당 출신 대통령 또는 대통령 가족의 형사 처벌 국면 땐 어김없이 당명을 바꿨다. 윤 전 대통령이 불법 계엄 및 재임 중 비리로 8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새누리당 시기를 끝으로 약 10년간 당명 교체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얻은 적은 없다. 이번 승부수는 통할까.
현재로선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명을 개정한들 딱히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윤 전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도 않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기습 제명'을 결정하며 내홍을 자초하는 등 쇄신 노력이 전혀 없는 탓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내에선) 계엄을 가장 열심히 막았던 사람(한 전 대표)을 잘라내고 자기들끼리 좋다고 당명 바꾸면 그걸로 뭐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당명을 변경한다는 건 당 정체성을 새로이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겠다'는 명확한 메시지조차 내지 못하면서 정체성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환골탈태의 관건은 결국 '새 부대'(당명 개정)가 아니라, 그 안에 담을 '새 술'(혁신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개정했을 땐 '경제 민주화'라는 진보적 어젠다를 선점하는 등 '내용'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계엄과 탄핵에 대한 현재의 태도를 바꾸진 않고선 오히려 (당명 개정을 통해) '본질을 호도한다'는 비판만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분명히 표명하고 윤 어게인 세력의 잘못된 행태도 과감히 지적해야 한다. '건전 보수 정당'을 (확실하게) 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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