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빙판길 낙상사고, 고령층 중증외상 발생률 높여

겨울철 기온 하강으로 도로 곳곳에 빙판길이 형성되면서 낙상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출·퇴근길 인도, 주택가 이면도로, 전통시장 주변 등 일상적인 보행 환경에서도 미끄럼 사고가 잦아지며 겨울철 낙상은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은 생활 속 외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같은 낙상이라도 연령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다르다. 비교적 근력과 골 강도가 유지되는 젊은 층은 단순 타박상이나 염좌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노년층은 골다공증과 근력 저하로 인해 고관절·골반골절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문제는 많은 어르신들이 “조금 아픈 정도”, “움직일 수 있으니 괜찮다”며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향이 있어 이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쳐 골절이 악화되거나 장기 입원과 재활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손상으로 인한 전체 입원 원인 중 낙상·추락이 51.6%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으며 7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손상으로 입원한 환자 중 72.5%가 낙상·추락으로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연령대의 낙상 손상은 장애 발생률과 치명률이 각각 83.3%, 61.3%에 달해 노인 골절은 단순 사고를 넘어 후유증과 사망 위험이 모두 높은 중증 외상으로 분류된다.
일반 낙상과 다른 ‘빙판길 낙상’의 특징
○ 빙판길 낙상은 일반적인 넘어짐과 양상 자체가 다르다.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순간적으로 균형을 완전히 잃으며 강한 충격이 짧은 시간에 집중되고, 이 과정에서 회전력과 축성 하중이 동시에 작용하며 엉덩방아를 찧거나 옆으로 쓰러지며 복합 손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 노년층에서는 특히 고관절골절, 골반골절, 척추 압박골절, 손목골절, 두부외상이 흔하지만 겉으로 큰 상처가 없고 초기 통증이 경미해 단순 타박상으로 오인되기 쉽다. 따라서 어르신이 “괜찮다”고 말하더라도 보행 변화나 통증 지속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고, 사고 후에는 정밀 검사를 통해 골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관절·골반골절 치료 전략 : 보존적 치료 vs 수술적 치료
고관절과 골반은 체중을 지탱하며 서기·걷기·앉기 등 모든 일상 동작의 중심이 되는 구조로, 이 부위에 골절이 발생하면 통증 자체보다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예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골절의 형태와 전위 정도에 따라 보존적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체중을 지탱하는 구조이거나 변형이 큰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고령이라는 이유로 수술 부담을 우려해 침상 안정이나 진통제 위주의 보존적 치료가 선택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마취·수술·재활 시스템의 발전으로 고령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수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노인은 수술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보행 기능과 삶의 질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전환도 확산되고 있다.
시흥시에 위치한 센트럴병원 정형외과 서현 부원장은 “노인 낙상 골절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골절 자체보다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이라며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장기간 침상생활을 이어가면 오히려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신속하게 치료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골절 치료의 핵심, 조기 안정화와 수술 판단
○ 치료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사고 이전의 기능 수준과 현재 전신 상태다. 특히 이전에는 독립 보행이 가능했던 고령자에게서 ▲엉덩이·사타구니·허리 통증과 함께 절뚝거림이 나타난 경우 ▲혼자 서거나 걷는 것이 이전보다 명확히 조심스러워진 경우 ▲엉덩이·사타구니·허리 통증이 며칠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조기 진단과 수술여부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고관절·골반골절 치료의 핵심 원칙은 가능한 한 빠르게 골절 부위를 안정화해 보행과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수술방향은 골절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데, 핀·나사·금속판을 이용한 내고정술이 시행되기도 하며, 대퇴골 경부 골절의 경우에는 손상된 고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인공관절 치환술이 고려된다. 인공관절 수술은 통증을 빠르게 줄이고 보행을 가능하게 해 노년층에서 치료 만족도가 높은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인 골절 수술의 효과는 임상적으로도 분명하다. 수술 후 빠르게 재활을 시작한 환자들은 혼자 일어나 앉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퇴원과 일상 복귀 역시 빨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폐렴·욕창·혈전증 등 장기 침상생활과 관련된 합병증 발생률을 낮출 뿐 아니라, 다시 독립적인 생활로 돌아갈 가능성을 높여 장기적인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진다.
한양대학교 교육협력병원 센트럴병원 정형외과 서현 부원장은 “고령층 낙상에서 골절의 예후를 좌우하는 핵심은 조기 보행 회복”이라며 “특히 고관절·골반처럼 체중 부하가 큰 부위의 골절은 수술과 재활을 통해 기능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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