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간다” 김상식의 선언…‘전북 떠난 지' 3년 만에 베트남 황금기 열었다→조별리그 3전 전승 "우연 아닌 실력" 증명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김상식 감독이 또 한 번 베트남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목표인 아시안컵 4강을 순조로이 이뤄냈다. 다만 그는 만족 대신 '더 높은 곳'을 겨냥했다. "베트남은 아시아 정상권에 도전할 힘이 있는 나라"라며 결승행을 향한 다부진 출사표를 적어 올렸다.
김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연장 혈전 끝에 3-2로 꺾고 준결승행에 성공했다. 베트남의 4강 진출은 박항서 감독 시절인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경기 초반은 UAE가 주도했다. 전반 15분 만수르 알멘할리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VAR 판독 끝에 핸드볼 반칙으로 취소됐다. 이어 전반 34분과 37분에도 UAE 공세가 이어졌으나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수세에 몰리던 베트남은 '한 방'으로 흐름을 바꿨다. 전반 39분 에이스 응우옌 딘 박이 왼쪽 측면을 허문 뒤 낮고 빠른 크로스를 연결했고 응우옌 레 팟이 침착하게 마무리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42분 알 메마리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왔고 이어진 혼전 상황에서 은디아예가 공을 밀어 넣어 UAE가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은 1-1로 끝났다.

후반 들어 베트남 색깔이 선명해졌다.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으로 UAE를 몰아붙였다. 후반 17분 오른 측면에서 올라온 팜 민 푹의 크로스를 응우옌 딘 박이 백헤더로 연결했고 공은 그대로 골문을 갈랐다.
하나 UAE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23분 리차드 아코노어 크로스를 만수르 사이드가 헤더로 마무리해 재차 균형을 회복했다. 이후 양 팀은 수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주고받았지만 정규시간 안에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는 연장에서 갈렸다. 연장 전반 11분 응우옌 낫 민이 중앙에서 수비수 두 명을 제친 뒤 슈팅했고 굴절돼 나온 공을 팜 민 푹이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베트남 투혼이 만들어낸 결승골이었다.

김 감독 지도력은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빛나고 있다. 2023년 전북 현대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2024년 5월 베트남 대표팀을 맡은 그는 미쓰비시일렉트릭컵(현 현대컵), AFF U-23 챔피언십, SEA게임을 잇달아 제패해 베트남 축구 황금기를 안내했다. 동남아 메이저 3개 대회를 연이어 석권한 베트남 지도자는 김 감독이 처음이다.
올해 U-23 아시안컵서도 호조를 이어 가고 있다. 요르단, 키르기스스탄,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차례로 꺾고 조별리그 3전 전승 A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올라 기염을 토하더니 8강전에서도 난적 UAE를 넘는 파란을 일으켰다. 우연이 아닌 ‘체력과 조직력’을 집중적으로 갈고닦은 실천의 결과였다.

김 감독은 UAE전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단에게 공을 돌렸다. “오늘(17일) 선수들이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줬다. 너무 자랑스럽다”며 “이 땀과 희생이 4강이란 결과로 돌아왔다. 정말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경기를 통해 베트남이 아시아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면서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다음 경기에서도 한계에 도전하겠다”며 결승행 각오를 밝혔다.
연장 승리 비결로는 체력을 꼽았다. 김 감독은 “연장에 들어가기 전 UAE보다 컨디션에서 우위에 있다 판단해 더 밀어붙이자고 했다”며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도 제 역할을 다 해줬다”고 귀띔했다.
베트남은 오는 21일 우즈베키스탄-중국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김 감독은 “상대가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며 또 한 번의 이변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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