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와 함께] 여성 탈모는 한 줄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먼센스] 2021년 미국에서 탈모와 관련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같은 사람의 사진을 머리카락과 눈썹이 있는 사진과 없는 사진으로 만들어 보여주고, 사진 속 인물에 대한 이미지를 평가한 연구였다. 이 연구에서 탈모가 심한 사람은 탈모가 없는 사람에 비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응답자의 29.2%는 '아파 보인다'라고 응답했고 27.2%는 '매력적이지 않다'라고 응답했다. '전염될 것 같다', '똑똑해 보이지 않는다', '지저분해 보인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처럼 탈모는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여성은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원종현 교수는 "탈모, 특히 여성 탈모는 질환의 범주로 봐야 한다"며 "그 이유는 여성 탈모는 원인이 다양해 남성에 비해 더 다양한 검사와 감별,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남성 탈모의 90%는 남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만 여성 탈모의 바탕에는 남성 호르몬, 여성 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임신과 출산 등 다양한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진단과 치료가 남성 탈모에 비해 더 까다롭다.
원종현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과장으로 피부암을 전문적으로 진료하지만 탈모에도 많은 연구와 진료를 하는 의사로 평가받고 있다. 원 교수는 "머리카락은 하나하나가 작은 신체 기관이므로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오랫동안 아름답고 건강한 모발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여성형 탈모증' 체크 포인트
▲ 머리카락은 사소해보이지만 작은 신체기관
▲ 여성 탈모는 호르몬, 갑상선, 임신, 폐경 등 원인 감별이 중요
▲ 가르마 검사로 윗머리 두피 많이 보이면 탈모 의심
▲ 가장 효과적인 여성형 탈모 치료법 미녹시딜 사용
▲ 최신 비만치료제 사용 후 탈모 경험하는 사람 있어
▲ 극단적 다이어트를 피하고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먼저
미용적 접근 아닌 질환적 접근 필요
복합적인 요인 있어 진단과 치료가 복잡해

여성 탈모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여성 탈모는 남성 탈모처럼 원인이 또렷하게 한 줄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남성 탈모는 대개 남성 호르몬이 모발 성장을 억제해 모발을 가늘게 하지만 여성 탈모는 호르몬, 폐경, 임신·출산, 갑상선, 철분 결핍,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신체 내 흔한 변화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여성 탈모에는 미용적 접근이 아니라 질환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성별에 따라 탈모 진행 형태가 어떻게 다른가요?
남성 탈모는 앞머리와 정수리 부분의 모발이 가늘어져 이마가 M자 모양으로 넓어지고 심하면 대머리가 됩니다. 이와 달리 여성 탈모는 앞머리 모발의 경계선은 유지되지만 머리 위쪽 중심부의 모발이 폭넓게 가늘어지는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여성 탈모는 위쪽 두피가 드러나는 모양이 크리스마스트리를 닮았다고 해서 '크리스마스트리 패턴'을 보인다고 합니다.
여성은 탈모가 있어도 앞쪽 헤어라인이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성에게도 남성 호르몬이 있지만 탈모를 유발하는 남성 호르몬인 DHT로 변환되는 비율이 낮아 헤어라인이 늦게까지 밀리지 않고 잘 유지된다고 봅니다. 또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아로마타아제라는 특정 효소가 상대적으로 많아 남성 호르몬을 여성 호르몬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쪽 헤어라인은 비교적 유지된다고 설명할 수 있어요.
모발은 성장기-퇴행기-휴지기를 반복
모낭 망가지지 않으면 회생 가능

탈모라고 하면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가늘어지는 게 더 중요한가요?
남성 탈모는 가늘어지다가 결국 없어지는 과정이 핵심이라 '가늘어짐'을 강조합니다. 남성 탈모는 치료를 하면 머리카락 개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머리카락이 굵어지는 효과가 두드러집니다. 여성 탈모도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경향이 없진 않지만, 실제로 숱이 줄어드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서 '가늘어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빠진 머리카락은 다시 날 수 있나요?
털은 원래 자라고(성장기)–퇴화하고(퇴행기)–모낭의 활성이 멈추는 시기(휴지기)를 거쳐 탈락하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빠진다고 해서 곧바로 영구 소실 되는 건 아니에요. 모낭이 망가지지 않았다면 대개 그 자리에서 털이 새롭게 올라오죠. 다만 어떤 이유로든 특정 부위에서 성장기가 돌아오지 않고, 회복이 어려워지면 탈모라는 진단을 붙이게 됩니다.
그밖에 흔한 여성 탈모 유형은 어떤 게 있나요?
젊은 여성들은 출산 후 등 일시적으로 탈모가 일어나는 휴지기 탈모가 흔하고, 원형탈모도 유병률이 2%로 생각보다 많아요. 또 여성들은 갑상선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그와 연관된 탈모를 자주 봅니다. 다이어트를 심하게 해도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어요. 이처럼 여성 탈모의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머리가 빠진다는 느낌이 들면 원인 검사를 해야 합니다.
폐경 전과 후의 탈모는 각각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폐경 이후에는 크리스마스트리 패턴이 굉장히 많아집니다. 폐경 전에도 생리가 불규칙해 크리스마스트리 패턴 탈모가 진행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그 비율은 폐경 후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집에서 해볼 수 있는 탈모 진단
"가르마 검사로 뒤쪽과 위쪽을 비교하세요"

탈모도 조기에 진단해 조기 치료를 하면 확실히 치료 효과가 좋은가요?
일단 모낭 세포가 싱싱할 때 치료를 시작해야 어떤 치료든 할 수가 있습니다. 특히 휴지기 탈모는 그 요인만 없애주면 정상화되는 경우가 많아요.
조기 진단을 위해 집에서 쉽게 해볼 있는 자가 진단 요령이 있을까요?
흔히 말하는 가르마 검사가 도움 됩니다. 머리 정중앙 가르마를 탔을 때 뒤쪽보다 위쪽 가르마가 넓어졌는지, 굵기와 밀도가 떨어져 두피가 더 비쳐 보이는지를 비교해보는 겁니다. 흔히 머리를 감을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면 탈모를 걱정하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머리카락이 빠져도 그만큼 다시 자라면 탈모가 아니에요.
병원에서는 어떤 검사를 하나요?
혈액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철분 상태와 빈혈, 갑상선 호르몬, 임신·폐경 여부 검사도 중요해요. 여기에 여드름, 생리불순 등 남성 호르몬 과다를 시사하는 증상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런 것들을 배제한 뒤, 크리스마스트리 패턴으로 진행되면 여성형 탈모로 판단합니다.
여성형 탈모 치료의 기본은 미녹시딜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의 치료 효과 비슷해

여성형 탈모 치료를 위해 미녹시딜 성분의 약품을 기본으로 사용하나요?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받아 널리 쓰는 탈모 치료제는 바르는 미녹시딜이 중심입니다. 먹는 미녹시딜도 나와 있는데, 효과는 바르는 약과 비슷합니다. 문제는 바르는 약을 매일 꾸준히 바르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겁니다. 바르면 스타일이 망가지고, 두피가 자극을 받아 상태가 나빠지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열심히 바르지 않으니까 효과도 잘 안 나타나죠.
미녹시딜은 어떤 원리의 약인가요?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약인데,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증가시켜 영양분이나 산소 공급을 늘여줍니다. 의학적으로 좀 더 깊이 보면 세포 내 칼슘 농도를 조절해 모낭 세포를 활성화합니다.
쉐딩(치료 초기에 모발이 더 빠져보이는 현상) 때문에 중단하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미녹시딜은 휴지기 모발을 빨리 밀어내고 새로운 성장기 모발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빠질 운명이던 약한 머리가 한꺼번에 떨어져나가보이는 현상이 바로 쉐딩입니다. 그러나 쉐딩을 경험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아요. 환자들이 미녹시딜을 끊는 가장 흔한 이유는 의외로 원치 않는 부위의 털이 늘어나는 다모증 때문입니다.
먹는 미녹시딜은 안전한가요?
탈모 치료를 위해서는 고혈압 치료 용량보다 아주 적은 용량을 씁니다. 저용량 복용에서 보고된 부작용으로는 두근거림, 팔다리·눈 주위 부종, 기립성 저혈압, 어지럼 등이 있지만, 빈도는 낮습니다.
다른 고혈압약을 먹고 있을 경우에 미녹시딜을 복용해도 됩니까?
환자 상태에 따라 개별화가 필요합니다. 다만 혈압약을 복용 중이라면 저용량 미녹시딜을 시도해볼 수 있고, 복용 전후로 혈압 측정을 권합니다. 미녹시딜은 수축기나 이완기 혈압 1~3mmHg 정도로 영향이 미미하다는 보고가 있어요.
레이저와 LED 치료의 효과는?
안정성 입증됐고 미녹시딜 수준의 효과 있어

미녹시딜 외에 도움 되는 의약품이 있나요?
바르는 여성호르몬 제제(예: 알파트라디올)가 미녹시딜과 병용 시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어요. 다만 호르몬 치료는 개인별로 득실을 따져 신중히 사용해야 합니다.
임신·수유기에는 어떤 치료를 할 수 있나요?
적극적으로 권할 수 있는 허가된 약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됩니다. 다행히 임신·출산 후 탈모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시기가 지난 뒤에 영양과 생활 치료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레이저나 LED 등 광(光) 치료도 효과가 있나요?
효과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기보다는, 안전성이 비교적 높아 일찍부터 사용됐습니다. 미녹시딜 정도의 효과가 있다고 보고됩니다. 광 치료는 붉은 파장대 빛으로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대사를 자극함으로써 모낭을 활성화하는 것이 치료 원리입니다.
여성 탈모 치료를 위해 모발이식도 하나요?
필요하면 합니다. 하지만 남성은 헤어라인이 사라진 곳에 모발을 이식해 모양이 확 바뀌고 효과가 눈에 띄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습니다. 반면 여성은 전반적으로 숱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모발을 이식해도 인상 전체를 극적으로 바꾸기 어려워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요. 그래서 초기에는 약물 치료와 원인 교정을 먼저 권합니다.
교수님 경험상 어떤 치료법의 효과가 가장 좋은가요?
미녹시딜 치료가 사실 가장 좋아요. 먹든 바르든 제대로만 하면 효과가 꽤 있어요. 그러나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여성 탈모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고 바로 잡아주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영양제보다 중요한 것
좋은 것을 먹는 것보다 덜 먹는 것을 먼저 보충해야

비오틴, 오메가3, 맥주효모 같은 영양제는 도움이 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영양제 스토리를 크게 지지하는 편은 아니에요. 좋은 것을 먹는 것보다 안 먹거나 덜 먹는 부분을 조정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또 술, 인스턴트 식품, 육류 위주 식사를 계속하면서 콩을 조금 더 먹는다고 모발에 큰 변화가 생기긴 어려워요. 반대로 고기를 전혀 안 먹는 분들은 철분, 아연 등 필수 미량영양소 결핍이 생겨 탈모에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보충이 필요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탄고지 다이어트처럼, 특정 성분만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다이어트는 신체의 밸런스를 깨트려 모발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도 탈모를 유발할 수 있군요?
최근 각광받는 비만과 당뇨에 대한 최신 주사 치료제들도 해당이 됩니다. 비만치료제 GLP-1 수용체 작용제로 분류되는 세마글루타이드나 티르제파타이드 등의 성분을 가진 약을 처음 투여하거나 용량을 늘렸을 때 탈모를 경험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빈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요. 휴지기 탈모증이 있을 때 이런 약제 복용하면 탈모가 최대 3배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관찰된 최근 연구도 있습니다. 그러나 약제 자체가 탈모를 유발한다기보다는 훌륭한 체중 감량 효과가 급격히 나타나는 것과 더 연관된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탈모 치료를 중단하면 탈모가 더 심해진다는 말은 사실인가요?
탈모를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브레이크를 밟다가 떼면 차가 다시 가는 것처럼 치료를 멈추면 탈모가 다시 진행되는 건 맞지만, 더 가속화 되는 건 아닙니다.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도중에 중단해도 그만큼 탈모 진행을 늦추기 때문에 이득입니다.
끝으로 독자에게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머리카락은 사소해 보이지만, 하나하나가 작은 신체 기관입니다. 샴푸 하나 바꾼다고 심장을 하나 더 만드는 수준의 변화를 기대하면 실망이 커집니다. 특히 여성 탈모는 원인이 다양하니 초기에 원인을 교정하면 좋아질 여지가 큽니다. 너무 늦기 전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습니다.
원종현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사ㆍ박사 학위를 이수했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장을 거쳤고 현재 피부과 과장, 피부암센터 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피부암, 흑색종, 탈모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대한모발학회에서 재무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는 5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국제 모발 연구 학술대회 'World Congress of Hair Research(월드 콘그레스 오브 헤어 리서치)' 홍보 담당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기획 김지은 기자
취재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대표기자)
사진 임준선, 게티이미지뱅크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