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한의 소년문고] “스스로 결정하는 힘이 가장 중요하단다”

나시키 가호의 ‘서쪽 마녀가 죽었다’(西の魔女が死んだ)는 1994년 처음 출간되어 2022년 기준 누적 발행 부수 260만 부를 돌파했을 정도로 일본 독자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은 책이다. 가고시마 현에서 태어나 교토의 도시샤 대학을 졸업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한 작품을 주로 집필해 온 작가는 이 작품으로 쇼가쿠칸(小学館) 문학상과 일본 아동문학가협회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은 곧 이 책의 첫 문장이기도 하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사악한 마녀를 떠올리게 하는 ‘서쪽 마녀’는 주인공 마이가 외할머니를 가리켜 부르는 별명이다. 중학교 입학 직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등교 거부 상태인 마이는 산속 작은 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보내진다. 갈색 눈동자와 갈색 머리를 지닌 할머니는 본래 영국에서 나고 자랐다. 영국으로부터 일본의 중학교로 파견된 영어 교사였던 그녀는 같은 학교 과학교사였던 마이의 할아버지와 부부가 되어 마이 엄마를 낳았다.
할머니와 둘이 지내는 동안 마이는 자연 속에서 닭을 기르고 야생 과일을 따는 일상을 경험한다. 할머니는 ‘마녀 수행’을 통해 마이에게 규율 있는 생활과 내면의 힘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할머니에 따르면 마녀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힘, 자신이 결정한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다. 독자는 마이가 시나브로 이 힘을 길러나가며 학교에서 겪은 따돌림이 남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속도감 있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독자에게는 이 책의 느릿한 전개가 다소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그 느림에 있다. 작가의 담담한 문체는 감정의 과잉을 피하면서도 사려 깊게 한 소녀의 성장담을 그려낸다. 미풍(微風)처럼 서서히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섬세한 이야기다. 나가사키 슌이치 감독의 연출로 2008년에 동명의 영화가 나왔고, 한국어판은 2009년 비룡소에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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