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의사가 본 ‘노년’ 에세이...‘현명해질 때까지 늙지 않기’ 출간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 김영백 명예교수가 ‘현명해질 때까지 늙지 않기’란 에세이를 펴냈다. 대한신경외과학회 고시위원장,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회장, 대한노인신경외과학회 회장, 대한척추신기술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로써, 동시에 오랜 세월 목공 작업을 이어온 저자의 사유를 담았다.
이 책의 주제는 노년이지만, 노년을 설명하거나 정의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한 인간이 나이를 먹어가며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조심스럽게 되묻는다.
의사로서 오랜 세월 인간의 몸과 마음을 마주해온 저자는 진료실 안팎에서 축적된 경험을 통해 삶을 관찰한다. 병과 죽음, 회복과 상실을 가까이에서 바라본 사람의 시선은 과장되거나 감상적이지 않다.
음악을 듣고, 나무를 만지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며 사유하는 시간 속에서 저자는 늙어가는 몸과 변화하는 감정의 결을 세심하게 기록한다. 이 책은 그 기록의 집합이며, 삶을 단정 짓지 않기 위한 사유의 연습이기도 하다.
이 책의 각 장에는 저자가 직접 만든 목공 작업물의 사진이 해설과 함께 실려 있다. 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결을 살피는 과정은, 저자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닮아 있다. 급하게 완성하지 않고, 나무가 가진 성질을 거스르지 않으며, 손의 감각을 믿고 시간을 들이는 일. 본문에 실린 글들은 이 목공 작업과 어우러져, 늙어감에 대한 사유를 한층 구체적인 감각으로 전달한다.
저자는 또한 음악과 여행,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다른 층위를 펼쳐 보인다. 음악은 그에게 감정을 정리하는 언어이며, 여행은 익숙해진 시선을 흔드는 계기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자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타자이면서 삶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단편적인 회상이 아니라, 삶을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보려는 사유 속에서 자연스럽게 엮인다.
‘현명해질 때까지 늙지 않기’는 특정 연령대를 위한 책은 아니다. 이미 나이 듦을 의식하기 시작한 이들에게, 혹은 스스로를 규정하는 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언제부터 생각을 멈추었는가. 그리고 그 멈춤을 ‘나이’라는 말로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책은 잘 사는 법이나 잘 늙는 법을 말하지 않는다.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태도다. 현명해졌다고 단정하지 않기 위해, 아직 늙지 않겠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다짐이 이 책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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