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췌장암 치료 핵심 ‘섬유아세포 아형 구분’ 성공

최진욱 기자 2026. 1. 16. 11:0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표지 라만 분광 기술·인공지능 분석, 라만 스펙트럼 영역 차이 확인···정확도 99%
[의학신문·일간보사=최진욱 기자] 국내 의료진이 무표지 라만 분광 기술을 이용해 췌장암 미세환경 속의 섬유아세포 아형 정밀 구분에 성공했다.
(왼쪽부터)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 간담도췌외과 전은성 교수, 융합의학과 조민주 박사수료생 · 고은영 연구원/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와 간담도췌외과 전은성 교수, 융합의학과 조민주 박사수료생·고은영 연구원은 췌장암 미세환경을 구성하는 성상세포와 이로부터 분화시킨 염증성 섬유아세포·근섬유모세포를 대상으로, 형광 표지나 염색 없이 라만 분광 현미경과 인공지능 기반 판별 알고리즘을 이용해 각 세포 아형이 가진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췌장암은 초기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발견 시기에 이미 주변 장기로 암이 전이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근치 절제 가능 환자는 제한적이다. 또한 기존의 영상 검사와 혈중 종양 표지자를 이용한 진단은 종양 크기나 혈중 수치를 중심으로 이뤄져 종양 미세환경의 복잡한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고,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섬유아세포 아형의 구성과 기능 차이가 환자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종양세포만 보는 진단이 아닌 종양을 둘러싼 기질세포까지 함께 평가하는 정밀 진단 기술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이에 연구팀은 공간 전사체 분석을 통해 사람 췌장암 조직에 존재하는 암 관련 섬유아세포(CAF)의 아형인 염증성 섬유아세포(iCAF, 염증 반응 유발 물질을 분비해 암이 빨리 자라도록 도움)와 근섬유모세포(myCAF, 섬유조직 및 경직된 조직을 생성해 물리적으로 암 보호)가 서로 다른 위치에 분포하는 점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염증성 섬유아세포는 염증·지질 대사 관련 유전자를, 근섬유모세포는 콜라겐과 세포외기질 관련 유전자가 두드러지게 발견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연구팀은 동일한 사람의 췌장 성상세포에서 iCAF와 myCAF를 분화시켰다. 이어 라만 분광 기술을 이용해 각 아형 세포의 스펙트럼을 추출하고, 주성분 분석과 부분 최소 제곱 판별 분석 등 머신러닝 기법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학습시켜 두 아형 세포 간의 화학 지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콜라겐과 단백질을 반영하는 라만 스펙트럼과 지질 신호가 두드러지는 라만 스펙트럼 영역에서 두 아형 세포 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인공지능 분류 알고리즘은 99%의 높은 정확도로 두 세포를 구별해 낸 것으로 나타났다.

김준기 교수는 "기존에는 세포 아형을 구별할 때 형광 항체 염색과 같이 세포 침습적인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무표지 라만 분광 기술과 인공지능 분석만으로 세포 내 화학적 지문을 읽고 섬유아세포의 아형을 매우 높은 정확도로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데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향후 조직 생검이나 세포 배양 과정에서 무표지 라만 분광 기술을 적용해 종양 미세환경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치료 전략을 세우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은성 교수는 "췌장암 환자의 경우 종양 자체뿐 아니라 주변 기질 환경, 특히 섬유아세포가 얼마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느냐에 따라 암의 진행 속도, 치료 반응, 예후 등이 크게 좌우된다"며 "이번에 구축한 라만 인공지능 기반의 섬유아세포 아형 분석은 향후 수술 전후에 환자별로 섬유아세포의 특성을 평가하고 항암·표적·면역치료 조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화학·생명·의학 분야 학술지 '생체재료 연구(Biomaterials Research, 5년 피인용지수 12.5)'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