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알고리즘 데이터가 소비자·노동자 ‘권익보호’에 쓰인다

박영삼 객원기자 2026. 1. 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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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배달노동자 최저보수제 시행 2년 통계
소득은 115% 늘고 대기시간은 75% 줄어
플랫폼-식당-노동자 몫 모두 투명하게 드러나
1월26일부터 식료품 배달업에 확대 적용

미국 뉴욕시에서는 2023년 12월4일부터 음식배달 플랫폼노동자에게 최저보수(minimum pay) 지급이 의무화됐다. 뉴욕시의회가 2021년 9월 6개의 배달노동자 보호를 위한 조례를 통과시켰고, 뉴욕시 소비자·노동자보호국(DCWP)은 공청회를 거쳐 2023년 6월 관련 규칙을 제정했다. 처음에 시간당 17.96달러(팁 제외)로 정해졌던 최저보수액은 2024년과 2025년 4월에 각각 인상돼 현재 21.44달러까지 오른 상태이다.

플랫폼 업체들 매월 뉴욕시 당국에 데이터 보고

그렇다면 노동자들이 받은 실제 보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뉴욕시 소비자·노동자보호국(DCWP)이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한 2025년 9월의 데이터를 살펴봤다.

법이 시행되기 이전이던 2023년 2분기에 배달노동자들이 플랫폼업체로부터 받는 시간당 보수(pay)는 5.49달러에 불과했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시간당 약 5.70달러의 팁을 합쳐도 시간당 총소득은 11.19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25년 2분기에는 시간당 보수가 21.04달러이고 팁은 시간당 2.99달러로 총소득은 시간당 24.03달러에 이르고 있다. 2년 사이에 보수는 283% 올랐고 팁은 48% 줄어들어 시간당 총소득이 115% 증가했다. <그림 1>의 그래프를 보면 법이 시행된 2024년 이후부터 짙은 파란색의 보수액이 법에 정한 최저보수액을 따라 상승하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데이터를 보면 최저보수제의 효과는 배달노동자의 소득에만 그치지 않는다. 노동시간의 구성이 크게 바뀌었다. 2023년 2분기에 뉴욕시의 7만8천명 배달노동자들의 주간 총 노동시간은 185만 시간이었는데, 이 중 대기(on-call) 시간이 103만 시간이었고 실제 배달(trip) 시간은 82만 시간이었다. 2025년 2분기에는 7만1천명의 노동자들이 대기시간 26만 시간, 배달시간 103만 시간을 합쳐서 총 129만 시간을 일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시간은 75% 줄어들고 배달시간은 26%가 늘어났는데, 총 노동시간은 30%가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이런 변화의 비결은 제도 설계에 있었다. 뉴욕시의 최저보수 규칙은 노동자가 앱에 로그인해 대기하고 있는 시간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최저보수를 지급하도록 했다. 만약 대기시간에 대한 지급을 피하려면, 배달시간에 대해서는 법정 최저보수보다 훨씬 높은 시급을 지급하고 배달시간이 전체 로그인 시간의 일정 비율(53%) 이상이라는 요건을 반드시 충족하도록 했다. 그 결과 플랫폼 업체들은 불필요하게 많은 노동자를 동시에 대기시키기보다, 콜이 필요한 시간과 지역에 인력을 더 촘촘히 배치하게 됐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앱을 켜놓고 기다리는 시간이 줄고 실제 배달시간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플랫폼업체 몫 줄고 노동자·레스토랑 몫은 늘고

그렇다면 뉴욕시민들은 음식배달앱에 어느 정도의 돈을 지출하고 있고, 이 돈은 어떻게 나눠지고 있을까? <그림2> 참조 2025년 2분기 기준, 뉴욕시에서 음식배달 주문에 지불된 금액은 주당 평균 1억3천370만 달러(약 1천830억원)였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59억 달러, 원화로 8.2조 규모이다. 이 중에서 플랫폼업체가 가져간 돈은 1천430만 달러(10.7%)였고, 레스토랑에 지불된 금액은 7천980만 달러(59.7%)였으며, 세금으로 870만 달러(6.5%)가 지불된 것으로 나타난다. 노동자들에게 최종 돌아간 것은 플랫폼업체가 지불한 보수 2천710만 달러(20.2%)와 소비자들이 직접 지불한 팁 380만 달러(2.9%)를 합쳐서 총 3천90만 달러(23.1%)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2023년 2분기 대비 비중 변화를 계산하면 플랫폼업체의 비중이 –4.8%포인트 감소하고 레스토랑 몫이 1.4%포인트 늘어났는데, 노동자들에게 돌아간 몫은 3.2%포인트 늘어났다.

플랫폼에서의 거래가 이렇게 투명하게 드러나는 통계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뉴욕시가 규칙을 제정하면서 우버, 이츠, 도어대시를 비롯한 6개 배달플랫폼 기업들에게 매월 정해진 포맷의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는 정해진 파일 형식(CSV)으로 소비자노동자보호국에 제출되며 DCWP는 이를 집계해 분기별 보고서를 발간하고 소비자-노동자-레스토랑 등 세 가지 차원의 플랫폼 이용자 통계를 엑셀 파일로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 기사는 바로 그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뉴욕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2026년 1월26일, 최저보수제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식료품(grocery) 배달노동자에게도 이 법이 확대 적용된다. 인스타카드, 시프트 등 식료품 배달 플랫폼들도 동일한 제도를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인구 850만 명의 뉴욕시는 지역총생산과 재정 규모 면에서는 도쿄와 함께 명실상부 세계 최대 도시이다. 세계 IT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최고 도시가 택한 방식은 플랫폼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소비자와 노동자의 알 권리와 권익보호에 사용하는 것이었다. 알고리즘 배차, 평점 조정, 계정비활성화에 쓰이던 데이터가 전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뉴욕시가 숫자로 증명하고 있다.

박영삼 객원기자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노동데이터센터장 (youngsampk@gmail.com)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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