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확대경]‘쉬러 간 공간’이 위험이 되지 말아야

겨울이 깊어지면서 사람들은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어 한다. 도심을 벗어나 펜션과 캠핑장으로 향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눈 덮인 풍경과 조용한 밤, 텐트 안을 데우는 난방기와 불빛은 겨울 휴양이 주는 고유한 매력이다. 그러나 소방관의 시선에서 바라본 겨울 휴양지는 쉼과 위험이 가까이 맞닿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캠핑장은 낭만 뒤에 숨어 있는 위험이 조용하게, 그러나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장소다.
통계가 보여주는 겨울 캠핑의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캠핑과 관련한 안전사고로 소방이 출동한 건수는 59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에는 넘어짐이나 화상과 같은 비교적 경미한 사고뿐 아니라 심정지로 이어진 사고도 15건이나 포함돼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심정지 사고 중 11건(73.3%)이 텐트나 캠핑카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한 가스중독 사고였다는 사실이다. 한겨울 캠핑이 다른 계절보다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립소방연구원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텐트 내부에서 장작이나 조개탄을 태워 화로를 가동할 경우 불과 45초 만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500ppm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시간 내 의식 저하와 생명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가스나 등유 난방기기의 경우에도 일산화탄소(CO) 농도는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급격히 증가해 호흡곤란과 의식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고의 공통점은 대부분 "잠깐이니까 괜찮겠지", "설마 무슨 일 있겠어"라는 방심에서 시작된다. 불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그 사이 무색·무취의 가스는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한다. 실제로 캠핑 안전사고는 오후 9시부터 자정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이 시간대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겹친다. 가장 편안해야 할 시간대가, 가장 위험한 순간으로 바뀌는 이유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2024년 기간동안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캠핑장 안전사고는 총 409건으로, 이 가운데 약 30%는 화상 사고였다. 또 연령이 확인된 안전사고 392건 중 절반 이상(240건, 61.2%)은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40대가 88건(22.4%)으로 뒤를 이었다. 텐트 고정줄에 걸려 넘어지거나, 화로와 난로에 데이거나, 해먹이나 의자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가족 단위 캠핑이 늘어난 만큼, 보호자의 역할과 주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소방은 이미 현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겨울철을 맞아 펜션과 캠핑장을 대상으로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하며 난방기기 사용 환경과 안전시설 관리 상태를 점검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야영장 내 소화기 비치 상태와 텐트 내부 취사·화기 취급 금지 사항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안내하고 있다. 단순한 점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이용 환경에 맞춘 안전컨설팅을 병행해 관리자와 이용객 모두가 위험을 인식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결국 겨울철 캠핑 안전의 핵심은 특별한 장비나 복잡한 기술이 아니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화기 사용을 경계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한 번 더 환기를 확인하는 태도, 그리고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을 먼저 살피는 작은 습관이 사고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러한 기본이 지켜질 때, 대부분의 사고는 예방될 수 있다.
소방은 겨울이 이어지는 동안 캠핑장을 포함한 휴양시설을 대상으로 예방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현장을 오래 지켜보며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다. 사고는 대부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아니라, 늘 하던 방식 그대로 행동하던 순간에 발생한다는 점이다. 불을 끄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들거나, 환기를 미룬 선택 하나가 사고의 시작이 된다. 휴식의 공간이 위험해지는 데에는 큰 계기가 필요하지 않다. 아주 작은 방심이면 충분하다.
겨울 휴양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다. 그 쉼이 후회와 상처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따뜻함만큼이나 안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는 지금, 이번 겨울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쉬러 간 공간'이 쉼으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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