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용’ ‘불의타’ 뜻 아시나요…법률용어 괴리 여전
학자 “죄형법정주의 정신에 안 맞아”
법조문 개정 등 순화 필요성 제기돼

최근 창원지방법원 한 판결이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피고인이 집행유예 선처를 받고도 뜻을 몰라 헤맸다는 소식에 법조계 순화어 사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 강웅·원보람 판사)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ㄱ 씨에게 벌금 25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ㄱ 씨 혐의는 지난해 5월 김해 한 아파트 우편함에 꽂힌 21대 대통령 선거공보물을 꺼내 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선거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ㄱ 씨가 폐지로 판매할 생각으로 선거공보물을 꺼내 갔을 뿐 선거 공정성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선고 당일 ㄱ 씨는 '집행유예'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재판부는 여러 차례 선고 취지를 설명해야 했다.
형법학자인 한 법학전문대학원 ㄴ 교수는 15일 전화 통화에서 "재판 선고는 시민의 이름으로 내리는 것인데, 그렇다면 일반인이 이해할 정도로 설명을 해줘야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여전히 어려운 법률 용어가 주로 사용되는데 법조문을 개정하는 등 순화해야 죄형법정주의 정신에도 걸맞다"고 말했다. 죄형법정주의는 어떤 행위가 범죄고 어떤 처벌을 내릴지 미리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민이 처벌 행위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 용어는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이 섞여있어 비전문가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일상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와 거리가 있어서다. 사법부도 '알기 쉬운 법률 용어' 필요성을 인식하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법정에서는 어려운 법률 용어가 주로 쓰인다. 가령, 다른 이의 자격이나 이름을 거짓으로 훔쳐 쓴다는 뜻으로 쓰이는 '모용'은 '자격모용 공문서 등 작성죄' 같은 법률 용어로만 쓰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로 쓰는 '불의타'라는 용어는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 등재되지 않은 단어다. '불의의 타격'이라는 뜻으로 판결문에도 쓰이던 법률 용어다. 윤 전 대통령은 최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선고 연기를 요구하며 또 '불의타'라는 용어를 썼다.
ㄴ 교수는 "어려운 법률 용어를 나름 많이 순화했지만 100년 전 문체를 여전히 쓰는 등 여전하다"며 "윤 전 대통령 발언도 그런 법조계 문제점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최환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