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세상에 이런 일이

네로 황제 자살 후 벌어진 내란 사태를 극복하고 베스파시아누스가 서기 69년 로마제국 9대 황제로 등극한다. 그의 앞길은 험난했다. 네로의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곳간은 텅 비어 있었다. 국가 부도 위기였다. 그는 재정 재건을 위해 세원 발굴에 주력했다. 매의 눈으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공중화장실을 주목했다. 화장실 분뇨를 직물 가공업자들이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업자들은 소변으로 직물의 기름기를 제거했다. 그는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분뇨 사용에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뇨세 신설을 전격 발표한다. 반발이 거셌다. 그의 아들마저 재고를 요청했다. 그러자 그가 아들 앞에 동전을 내민다. "여기에 분뇨 냄새가 나느냐?" 그의 세원 발굴이 빛을 발해 로마는 재정파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베스파시아누스'는 지금도 유럽에서는 '공중화장실'이란 뜻으로 쓰인다.
국세청이 체납세액을 줄이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식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시효 조작으로 세금 1조4000억 원을 공중에 날려 보냈다는 것이다. 발단은 국세 체납액을 '국세포털'에 공개하라는 국회의 지난 2020년 요구였다. 국세청이 잠정 집계해 본 결과 그해 10월 기준 누적 체납액이 122조 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징수 부진이란 비난을 우려했다. 묘수가 등장한다. 징수 대책 수립 대신 체납 세액을 줄이는 길을 택한다. 체납액을 '100조 미만'으로 줄이기로 하고 각 지방청별로 20% 일괄 감축을 지시했다. 명백한 국세기본법 위반이다. 지방청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소멸시효를 경쟁적으로 앞당겼다. 중점 관리 대상인 재산 은닉 혐의자 1066명의 체납세 7222억 원도 없애줬다. 서민 세금은 1원도 깎아 주지 않는 국세청이 한 일이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이상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에 나올 법하다. 분뇨에 세금을 물리며 나라를 살리려 한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울고 갈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