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늦깎이 학생’들의 연필로 쓴 자서전… 동해시 ‘나는 잘 못 그려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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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손글씨에 담긴 80년 인생사 "배움은 나이를 넘어 삶을 다시 쓰는 일" "나는 잘 못 그려요." 겸손한 말 뒤에 감춰진 칠순·팔순 어르신들의 단단한 인생 이야기가 연필 끝에서 피어났다. 강원 동해시는 오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발한동 연필뮤지엄에서 한글교실 어르신들의 작품전 '나는 잘 못 그려요'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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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연필뮤지엄서 개최… 한글교실 어르신 70명의 글·그림 공개 서툰 손글씨에 담긴 80년 인생사… “배움은 나이를 넘어 삶을 다시 쓰는 일” “나는 잘 못 그려요.” 겸손한 말 뒤에 감춰진 칠순·팔순 어르신들의 단단한 인생 이야기가 연필 끝에서 피어났다. 강원 동해시는 오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발한동 연필뮤지엄에서 한글교실 어르신들의 작품전 ‘나는 잘 못 그려요’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동해시평생학습관이 운영하는 8개 한글교실 학습자 70여 명이 참여했다. 글자를 깨치는 단계를 넘어,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그 속에 담긴 응어리와 희망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 84세 최고령 어르신도 참여… 3개월간의 ‘인생 기록’ 전시 준비를 위해 어르신들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동안 박정섭 지역 작가와 호흡을 맞췄다. 평균 연령 73세, 최고령 84세의 어르신들은 매 수업 빠짐없이 참여하며 평생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기억의 조각들을 꺼내 놓았다.
서툰 손글씨와 조심스럽게 그어 내려간 선 속에는 전쟁과 가난, 자식 뒷바라지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의 질곡과 그 안에서 피어난 소박한 기쁨이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다.
● 단순한 학습 결과물 넘어선 ‘자긍심의 기록’ 전시장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쓴 글과 그림뿐만 아니라, 배움의 열정이 가득했던 수업 현장을 담은 영상 자료도 함께 상영된다. 전시 제목인 ‘나는 잘 못 그려요’는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수줍은 고백에서 따왔지만, 역설적으로 그 어떤 전문 작가의 작품보다 진솔한 감동을 선사한다.
김은서 동해시 평생학습과장은 “이번 전시는 학습의 결과를 보여주는 자리를 넘어, 어르신들이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고 자긍심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소외 계층이 배움을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문해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문턱 낮은 평생학습… ‘문해 교육’의 진화 동해시는 현재 기초문해교실을 비롯해 스마트폰 등 기기 사용을 돕는 ‘디지털 문해’, 실생활에 필요한 ‘생활 문해’ 등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과정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행정적 지원이 어르신들의 정서적 풍요로 어떻게 치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전망이다.
동해 ㅣ 이충진 스포츠동아 기자 hot@donga.com
이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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