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반년 지났는데…기약없는 형지글로벌의 ‘형지코인’ 발행

이재아 기자 2026. 1. 1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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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규제 공백 속 작년 선제적 발표했지만…후속 진척은 ‘느릿’
MPI 라이선스가 관건…발행 의지보다 ‘상환·준비금 구조’가 먼저
현금 여력에 재무 부담 맞물려…스테이블코인 지속성엔 ‘물음표’
패션그룹형지의 계열사 형지글로벌이 지난해 '형지코인'(스테이블코인)과 결제 플랫폼 '형지페이(가칭)' 구상을 전면에 내걸며 디지털 자산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발표 이후 시장에 공유된 후속 로드맵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오픈AI]

패션그룹형지의 계열사 형지글로벌이 지난해 '형지코인(스테이블코인)'과 결제 플랫폼 '형지페이(가칭)' 구상을 전면에 내걸며 디지털 자산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발표 이후 시장에 공유된 후속 로드맵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형지글로벌은 지난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정치권과 시장에서 부상하던 시점에 선제적으로 사업 구상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라이선스 취득·파트너십·발행 구조 등 핵심 쟁점에서 구체적 진전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업계에서는 '프로젝트가 답보 국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형지글로벌은 암호화폐와 패션 브랜드를 연계한 글로벌 확장을 꾀하며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자체 스테이블코인 '형지코인' 발행 및 간편결제 시스템 '형지페이'를 도입할 것이라 밝혔다.

당시 회사는 그룹 유통망을 기반으로 외국인 결제 편의 개선, 환전 비용 절감, 통합 결제 인프라 구축 등을 내세웠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 국가로 싱가포르를 언급한 이유에 대해 싱가포르 현지의 규제 친화적 환경을 강조했다.

이에 업계는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감독 체계가 완비되지 않았고 비금융권 발행에 대한 당국의 시각도 보수적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제도 틀이 마련된 해외에서 먼저 발행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형지글로벌의 코인 신사업 발표 직후의 기대감과 달리 최근 들어 사업 구조·파트너십·라이선스 로드맵 등 핵심 요소에 대한 추가 공지가 거의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의 눈높이와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라이선스 취득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유통하려면 통화청(MAS)이 정한 지급결제 규제 체계 하에서 사업자 인가가 사실상 필수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결제·토큰 사업은 MPI(대규모 지급결제기관) 라이선스 취득 여부가 사업의 출발점이 된다.

업계에 따르면 MPI 체계는 단순 신고가 아니라 자본·지배구조·준법·리스크 관리 역량을 종합적으로 요구하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발행액만큼 100% 준비금을 현금성 안전자산으로 별도 보관하는 구조가 핵심 요건으로 거론된다.

예컨대 50억원 규모를 발행하려면 최소 50억원의 준비금을 상시로 묶어두는 방식이 일반적이고, 여기에 운영자금과 각종 비용까지 감안하면 '준비금+완충자금'의 동시 확보가 필요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결국 코인 발행 의지보다 발행 주체의 상환·유동성 방어 능력이 먼저 검증돼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형지글로벌의 최신 분기 재무지표는 이런 심사 프레임에서 부담 요인으로 읽힌다. 실제로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08억원(별도 기준 약 94억원) 수준이지만, 같은 시점 유동부채는 연결 기준 244억원, 별도 기준 170억원으로 단기 지급 부담이 작지 않다. 더구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본업에서 현금 유출이 이어지는 흐름이 포착된다.

장부상 자본총계가 600억원을 웃돌아 '최소 자기자본' 형태의 하한선은 충족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핵심은 자본총계가 아니라 언제든 상환 가능한 고유동성 준비금을 지속적으로 보유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해석이 갈린다. 보유 현금 중 일부가 담보 제공이나 사용 제한이 걸릴 경우, 실제로 준비금으로 전환 가능한 가용 현금 풀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시 말해, 코인 발행 주체는 단순히 코인을 발행하는 것을 넘어 현금을 별도로 보관·관리할 금융기관 선정, 준비금 운용 방식이 완비돼있어야 하며 외부 감사와 공시 체계까지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가 자본 확충이나 별도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준비금 전용 구조, 은행·신탁 기반의 고객자산 격리 모델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스테이블코인의 지속성 역시 계속해서 시장의 검증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려면 금융기관이나 이미 규제 라이선스를 보유한 사업자와의 구체적인 협업 구조가 함께 제시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형지는 '검토 중' 또는 '협의 단계' 이상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어느 국가에서 발행하든 준비금 100% 확보와 상환 안정성이 핵심이며, 싱가포르를 포함한 주요 금융 허브 국가들은 발행 주체의 재무 구조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매우 엄격하게 본다"며 "단순한 사업 구상만으로는 라이선스를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형지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에서의 법제화 및 정책적 논의가 여전히 더딘 상황이어서, 싱가포르에서의 싱가포르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우선 순위로 고려하며 싱가포르의 파트너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방식을 확정하고, 함께 발행 및 유통할 파트너사들의 의견을 청취∙논의하고 방향을 설정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싱가포르 법인의 설립을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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