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안보현·이주빈의 쌍방 인생캐 접수('스프링 피버')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6. 1. 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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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피버’, 복잡한 현실 잠시 잊게 만드는 단순함의 역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뭐 이리 단순한 재미가 있을 수 있나? tvN 월화드라마 <스프링 피버>를 보고 있노라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이없는 과장들이 난무하는데 어딘지 속이 다 시원하고, 말도 안 되는 대사들이 오고 가는데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한결이 삼촌', 선재규(안보현)는 등장부터가 만화의 한 장면이다. 저 멀리서부터 심상찮은 먹구름이 밀려오고 때아닌 눈보라가 치는데 그 속을 반팔 차림의 선재규가 저벅저벅 걸어들어온다. 그리고 오른팔에 새겨진 문신에서는 용이 눈을 번득인다. 그 예사롭지 않은 조짐 속에 거인이라도 다가오듯 쿵쿵 울리는 소리와 함께 선재규는 자물쇠에 닫힌 문짝을 뜯어내며 등장한다. 이게 무슨 황당한 장면일까.

선재규를 대하는 선생님들의 반응은 오버 그 자체다. 무슨 괴물이라도 보는 듯 책상 밑으로 숨고 모두가 아연실색이다. 그런데 그 선재규가 낯선 서울에서 온 신입 윤리교사 윤봄(이주빈)은 그 와중에 선재규의 모습을 스캔한다. '폴리에스테라 84퍼센트 엘라스틴 16퍼센트가 혼합되어 있을 것만 같은' 얇은 원단의 반팔 차림이지만 눈보라에 노출된 맨살에 소름조차 돋지 않은 선재규는 영락없는 만화 속 괴력의 소유자 그 자체다.

딱 봐도 조폭 포스 풀풀 풍기는 풍모지만 그가 하는 말은 엉뚱하게도 어딘가 '바른' 느낌을 준다. 효행상을 받기로 됐던 한결이가 "애미, 에비도 없는 게 무슨 효행상이냐"며 상이 취소됐다는 사실 때문에 항의를 하러 찾아왔다는 말부터, 신입 교사인 윤봄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교장에게 "여는 여선생님한테 커피 심부름도 시킵니까?"라고 묻고 "담배 한 대 태우자"는 교장의 말에 "여는 학교에서 담배도 피웁니까?"라고 화를 내는 말본새가 그렇다. 그러면서효행상의 기준을 조목조목 따지는 선재규의 모습에 윤봄은 생각한다. "깡패가 논리를 갖추면 저런 모습일까?"

<스프링 피버>는 조폭 같은 풍모지만 정반대로 너무나 바른 삶을 살아가는 선재규라는 반전 캐릭터를 내세워 웃음과 설렘을 주는 로맨틱 코미디다. 선재규에 대해 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벌벌 떨며 조폭 같다고 생각하지만, 윤봄만은 다르다. 그녀가 윤리교사라는 점은 오히려 선재규의 진짜 바른 모습을 제대로 발견해내고 그의 매력에 빠져드는 이유가 된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캐릭터 설정에 과장된 장면들이 의도적으로 연출되어 있지만, 보는 이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건 바로 그 과장들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선재규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캐릭터다. 자신이 올바르다 생각하면 그대로 행동에 옮긴다. 그 단순함 때문에 오해받기도 하지만 그 진가를 알아가는 윤봄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설렘의 포인트가 된다.

선재규가 주는 웃음에는 그가 구사하는 경상도 사투리와 그 지역 특유의 매력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한다. 그와 윤봄을 사이에 두고 연적이 되는 최이준(차서원)은 그래서 오히려 선재규라는 인물이 가진 토속적인 매력을 부각시킨다. 최이준이 무결점 엘리트 변호사로서 운동회에서도 이기기 위해 전략을 먼저 짜고 서울 유명 제과점에서 공수해온 빵으로 학생들을 잡아끈다면, 선재규는 마치 군대 교관처럼 학생들에게 힘든 훈련을 시킨다. 말로 샌님처럼 머리를 써서 무언가를 얻어가려는 영리한 세상에 선재규의 방식은 어딘가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선재규의 매력이다. 에둘러 복잡하게 살아가는 삶에 주는 직진의 쾌감이랄까.

변호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들은 돈과 권력으로 법마저 쥐고 흔드는 빌런들을 복잡한 법 지식과 명석한 두뇌로 무너뜨리곤 한다. 그들은 엘리트 히어로들이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선재규는 오로지 자기 몸과 신념으로 우직하고 단순하게 문제에 부딪치는 캐릭터다. 말벌이 나타나면 그 벌집을 찾아 제거해주고, 조카의 친구가 위험에 처했다 여겨지면 전철 한 정거장 정도는 달려서 전철을 따라잡는 그런 인물.

도무지 알 수 없는 법 지식들을 가져야 버텨낼 수 있는 이 복잡하게 꼬여 있는 현실 속을 살아가다 보니, 이제 잠시 잊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선한 행동들이 먹히는 걸 보고 싶다. 그래서 이 단순함의 진가를 확인하고 싶고, 그를 알아봐 주는 사람과의 로맨스가 이뤄지는 것도 보고 싶다. <스프링 피버>의 이 역발상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큰 키에 딱 벌어진 어깨만 봐도 어딘가 든든해지는 안보현은 말 그대로 선재규 그 자체다. <이태원 클라쓰>의 악역으로 등장했다가 <유미의 세포들>로 달달한 멜로롤 선보였고 <군검사 도베르만> 같은 작품에서 테토미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 <스피링 피버>로 제대로 인생캐를 접수할 작정이다. 물론 안보현을 도드라지게 해주는 어딘가 허술한 매력을 풀풀 풍기는 이주빈의 지분도 상당하다. 이 두 사람의 케미가 만들어낼 쌍방 인생캐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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