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I 반도체에 25% 관세…엔비디아 中 수출에 '통행세'
TSMC 생산 후 미국 환적 과정서 관세
향후 범용 반도체 관세 부과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와 AMD의 특정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에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에 중국 수출 길을 열어주는 대신 미국을 거쳐가는 과정에서 '통행세'를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포고령에 서명했다. 관세 부과 대상은 엔비디아의 H200, AMD의 MI325X 등과 그 파생 제품이다. 관세 조치는 미 동부시간 기준 15일 0시부터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엔비디아의 H200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둔 '핀셋 규제'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수출 허가 승인을 받도록 했다. 보안 검토를 위해 대만 TSMC에서 제조된 H200은 미국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환적),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판매대금의 25%를 관세로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판매를 허용하면서 그 반도체 가격의 25%를 얻게 되는 것인데, 이는 매우 좋은 거래(Great deal)"라고 표현했다.

AI 반도체 수입품이 미국의 기술 공급망과 제조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는 관세가 면제된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구축에 사용되거나 미국 내 연구개발(R&D), 스타트업에 활용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 소비자용 가전이나 비AI 산업, 공공 부문에 쓰이는 반도체에도 관세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포고령은 이번 조치가 '1단계'라고 명시했다. 향후 더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와 장비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 팩트시트(설명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자동차, 가전 등에 들어가는 범용 반도체에 대해서도 안보 영향 조사를 진행 중이며, 상무부는 90일 이내 이를 보고해야 한다. 팩트시트는 "이번 조치는 시작일 뿐"이라며 "곧 반도체와 그 파생 상품 전체로 관세를 확대해 미국 내 제조를 촉진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엔비디아 승리"라지만... 중국은 "수입 금지"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를 "엔비디아의 상당한 승리"라고 표현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엔비디아가 주력 제품인 H200을 다시 팔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다만 환적을 위해 미국을 거치는 과정에서 물류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25% 관세까지 붙으면서 최종 소비가는 상당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에 메모리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이 미국이 수출할 H200 칩에 대해 사실상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실제 대중 수출이 재개될지도 불확실하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세관 당국이 최근 세관 요원들에게 H200 칩의 중국 반입을 허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자국산 칩 사용을 장려하며 '반도체 자립'을 촉진하고, 향후 대미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국을 방문했다가 이날 귀국 길에 오르려던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예고 없는 반도체 포고령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현지에 하루이틀 더 머물기로 했다. 그는 “지금 뭐라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며 “(산업부) 본부와 업계가 협업하면서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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