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 절뚝거리는데, 의사는 ‘꾀병’ 취급”…알고 보니 ‘이 병’, 뭐길래?

발을 바깥쪽으로 벌리면서 절뚝이며 걸어가는 등 네 살 아들의 걸음걸이가 점점 이상해진다고 느낀 부모가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수개월간 아이의 증상을 '바이러스 감염, 절뚝 거리는 건 관심을 끌려는 연기, 꾀병'으로 판단했다. 그러던 끝에 아이는 결국 '척추 결핵'으로 진단받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매체 미러의 등 보도에 따르면 웨스트미들랜즈 코번트리에 거주하는 메건 웨스트는 아들 엘리엇의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점을 2024년 12월로 기억한다. 아이는 걷고 뛸 때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었고, 무릎이 안쪽으로 모이고 절뚝거리면서도 팔을 과도하게 휘두르는 독특한 보행 양상을 보였다.
메건은 여러 차례 일반의를 찾았지만 처음에는 엘리엇의 증상이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여동생이 태어나 부모의 관심이 분산된 데 대한 질투 때문에 일부러 이상하게 걷는 것이라는 판단도 내려졌다. 독특해진 걸음걸이가 연기와 꾀병으로 일축된 것이다. 체중 감소로 병원에 데려갔을 때도 "아빠를 닮아 마른 체형일 뿐"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다리 힘이 약해 보인다고 호소해도 신경학적 이상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아이가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직접 표현한 뒤 응급실을 찾았을 때였다. X선 검사 결과, 폐에 석회화된 림프절이 확인됐고 이는 과거 결핵 감염의 흔적으로 해석됐다. 동시에 척추 뼈를 침범한 결핵 병변이 발견되면서, 엘리엇의 이상 보행과 신경학적 증상은 척추 결핵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엘리엇은 진단 후 수술과 함께 장기간의 고용량 항생제 치료를 시작했다. 현재는 회복 단계에 있지만, 장거리 보행은 제한돼 있으며 또래 아이들처럼 자유로운 일상 활동은 어려운 상태다. 척추에 형성된 결핵 종괴가 충분히 줄어들지 않을 경우, 추가 수술 가능성도 남아 있어 추적 CT 검사가 예정돼 있다.
메건은 의료진을 전적으로 비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소아 결핵, 특히 척추 결핵은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발생 빈도가 낮아 진단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다만 반복되는 증상과 부모의 우려가 보다 종합적으로 고려됐더라면, 진단 시점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는 아이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이라며, "아이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 오랫동안 증상을 꾸며내지 않는다. 이상하다고 느껴질 때는 끝까지 질문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폐 외 결핵 중 가장 흔한 척추결핵…척추 주변 신경 눌리면서 보행 어려워져
척추결핵은 결핵균이 척추뼈와 그 주변 조직에 침투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폐가 아닌 다른 장기를 침범하는 '폐 외 결핵'에 속한다. 결핵은 과거의 질병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 가운데 결핵 발생률이 여전히 매우 높은 나라에 속하며, 결핵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중요한 감염병으로 관리되고 있다.
척추결핵은 흔히 알고 있는 폐결핵과는 발병 양상과 증상이 다르다. 결핵균은 폐에서 시작된 뒤 혈액이나 림프를 타고 척추로 이동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척추뼈와 그 사이의 디스크를 침범해 염증과 조직 파괴를 일으킨다. 전체 결핵 환자 가운데 약 5~6%는 뼈나 관절에 결핵이 발생하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척추가 침범된 것으로 보고돼 있다.
초기 증상은 다소 애매하다. 척추결핵 환자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허리나 등의 통증, 자세 변화,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이나 미열 정도를 겪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척추 주변 신경이 눌리면서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보행이 어려워지고, 팔·다리 통증이나 감각 이상, 심한 경우 마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병이 오래 진행되면 척추가 휘어지는 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소아의 경우 통증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해, 절뚝거림이나 걸음걸이 변화가 첫 이상 신호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단은 환자의 증상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임상 평가와 영상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단순 X선 검사만으로는 초기 병변을 발견하기 어려워, 척추결핵이 의심될 경우 MRI 검사가 중요하다. MRI는 척추뼈의 손상 정도뿐 아니라 고름이 고인 부위나 신경이 눌린 상태까지 자세히 확인할 수 있어 진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최종적으로는 병변 조직을 채취해 결핵균을 확인하거나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치료는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한 질환이다. 기본 치료는 여러 종류의 항결핵제를 함께 사용하는 장기간 약물치료로,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신경 손상이나 척추 불안정성이 동반된 경우에는 신경을 압박하는 병변을 제거하고 척추를 고정하는 수술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결핵 발생은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38명이 결핵에 걸리는 등 여전히 높은 발생률을 보이고 있어, 척추를 포함한 폐외결핵에 대한 예방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잠복결핵 상태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핵은 지금도 관리와 경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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