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해는 ‘CAN’을 만드는 곳에서

2026년 새해를 맞이하며 많은 이들이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하지만, 새 출발은 결코 달력이 바뀌었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공평한 선물은 아니다.
2025년 8월, 캠퍼스에 신임 교수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실습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다. 하얗게 센 머리칼 위로 용접면을 눌러쓰고 누구보다 먼저 실습장에 나와 필자와 용접 불꽃을 피우던 황석주 씨다. 올해 우리 나이로 예순아홉, 일흔을 목전에 둔 그는 필자의 강의실에서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이자, 가장 뜨거운 열정을 지닌 '흰 머리 청년'이었다.
지난 9개월의 시간 동안 그는 낮에는 8시간씩 용접 불꽃과 씨름했고, 밤에는 이론 공부를 이어갔다. 그 결과 용접, 공조냉동기계, 에너지관리, 설비보전 등 총 8개의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젊은 학생들도 한두 개 취득하기 힘든 자격증을 69세의 나이에 8개나 손에 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졸업을 앞둔 지난해 11월 말, "나이가 많아 안 될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히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할 수 있을까?'로 시작한 '전문기술과정'이었는데, 결국은 '할 수 있다'로 만들어 주신 교수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세금을 내고 살아온 보람을 지금 느낍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산업설비자동화과 전문기술과정은 이런 도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곳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15세 이상의 실업자라면 나이, 성별, 학력, 경력, 국적을 묻지 않는다. 대신 "다시 배우고 싶은 의지가 있는가"를 묻는다. 연구분야뿐만 아니라 용접, 공조냉동기계, 에너지관리, 설비보전 등 산업 현장에서의 다양한 노하우와 실무경험을 갖춘 최고의 교수진이 직접 지도한다. 모든 과정은 전액 국비로 운영되며 기숙사와 식사 제공은 물론, 훈련에 성실히 임한 학생에게는 훈련장려금까지 지급된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황 씨와 동문수학한 외국인 학생과 여학생이 자격증을 취득함과 동시에 무사히 취업에 성공했다. 창원캠퍼스는 2024년 대학정보공시 기준 전문대 평균보다 훨씬 높은 83.8%의 취업률과 93.3%에 달하는 높은 취업유지율을 자랑하고 있다.
황석주 씨의 앞날에 펼쳐질 인생의 다음 장이 그가 용접한 비드(Bead)처럼 매끄럽고 견고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정우석 한국폴리텍VII대학 창원캠퍼스 산업설비자동화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