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급접근’에… 일본, 한일 ‘양호한 관계’ 맞대응

한승동 에디터 2026. 1. 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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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라현 한일 정상회담 일본의 전략

한중 접근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초점

중의원 해산-조기총선 타진중인 다카이치 총리

중일, 한일관계 어떻게 꾸려가느냐도 주요 변수

영토문제, 역사문제 피해가고 싶은 일본

‘셔틀외교’ 정상화에는 양국 생각 일치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 나라현을 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3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환송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6.1.13. 연합뉴스

13일부터 1박 2일의 일본방문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을 맞이하는 일본 쪽의 관심사는 많은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는 한일 양국의 관계 증진에도 맞춰져 있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을 비롯한 일본 주류세력의 신경은 이 대통령을 먼저 국빈으로 초청해 한국과의 밀착 분위기를 조성한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쏠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중 접근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초점

일본경제신문은 13일 나라에서 열릴 한일 정상회담이 동아시아 정세에 관한 의견교환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종래의 한일 정상간 대화 주제는 '북한문제'가 중심이었으나, 이번 만남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둘러싼 얘기가 어느 정도로 어떻게 거론될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이 지난해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국회 발언을 문제삼아 일본에 대한 압박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에, 이 대통령을 일본방문에 앞서 먼저 초청해 한국에 이례적으로 빠른 접근('급접근')자세를 보인 점에 주목하면서, 특히 시진핑 중국주석이 역사문제와 관련해 한중 양국의 대일 '공동투쟁'을 제안한 점을 경계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는 "'역사전쟁'을 통해 최근 '양호'해진 모양새를 보이는 한일관계를 '분단'시켜 미국 동맹진영, 즉 한미일 준동맹관계를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의 (양호한) 관계 유지를 앞세워 중국의 속셈(의도)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13일의 한일 정상회담 관련 소식을 전한 일본경제신문 1월 11일 기사. "한일 정상, 나라에서 13일 회담. 대미 대중관계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웃나라(한일)가 '결속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부제가 달렸다..

중의원 해산-조기총선 타진 중인 다카이치 총리

이 문제는 오는 23일 개막되는 정기국회에서 중의원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다카이치 정권의 향후 정치 방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민당 내 지지기반이 약한 데다 '개혁회' 등 소수당(3석)까지 끌어들여 가까스로 중의원 과반의석을 확보한 다카이치 내각으로서는 국회 개회기간의 정치 공방으로 출범 이후 줄곧 60~70%의 높은 내각 지지율이 흔들리기 전에 중의원을 해산해 조기 총선을 통한 자민당 단독 과반수를 확보하는 것이 장기집권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와의 관계도 중의원 의원수 10% 삭감을 공약으로 내세운 유신회의 일관된 자세 등으로 불편한 상태다.

중일, 한일관계 어떻게 꾸려가느냐도 주요 변수

다카이치 총리와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높을 때 중의원을 해산해서 자민 단독 과반수의 확고한 정치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의원 해산으로 갈지는 더 두고봐야겠지만, 그 시기를 결정하는 데에도 경제제재 등 대일 공세를 강화해 가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끌고가느냐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지금의 다카이치 총리와 내각에 대한 높은 지지율에는 중국의 '강압적 대일 고자세'에 자극받은 일본 유권자들의 반감도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닛케이의 지적대로 '급접근'한 한중의 '밀착'관계를 떼어 놓고 한일관계를 강화, 또는 윤석열 전 정권 이후 유지되고 있는 '양호'한 한일관계 기조를 지속시킬 필요가 있다.

영토문제, 역사문제 피해가고 싶은 일본

따라서 한일관계에서 좋든 싫든 늘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영토문제'와 '역사(과거사)문제'는 가능한 한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공연히 거론했다가 '양호'한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한중 '밀착'에는 한일의 '양호'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일본에겐 있다. 한일의 양호한 관계 과시는 일본 유권자들의 대중국 감정에도 영향을 끼쳐 다카이치 총리와 내각에 대한 지지율을 높이는 데에도 보냄이 될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미 그런 자세를 취해 왔다. 자신이 총리가 되더라도 늘 해 오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그만둘 이유가 없다고 공언했던 다카이치는 자민당 총재와 총리 취임 뒤 야스쿠니 신사에 아직 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아베 신조 총리 이래로 강한 거부감과 함께 경계해 왔던 한국 '좌파'정권에 대한 자세를 '제2의 아베'라는 얘기를 듣는 다카이치 총리도 견지하고 있으나, 실용주의와 '중립'을 표방하면서 역사문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대일 비판 발언을 하지 않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일 자세엔 일단 안도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고이즈미 준이치로 집권 당시의 한일 정상 '셔틀외교'는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깨졌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12.28 위안부 합의' 파기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판결을 문제삼아 반발한 아베 정권 때도 셔틀외교는 파산했다.

'셔틀외교' 정상화에 양쪽 생각 일치

닛케이도 지적했듯이 "강대한 힘을 배경으로 자국존중(중시) 외교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에 농락(翻弄)당하고 있는 점에서 한일 양국은 공통점이 많다." 양호한 양국관계 모양새를 보이면서 "이웃끼리 '결속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것"이 한일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것이고, 그것이 또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일본 쪽은 보고 있다. 이재명 정권 출범 이후 다섯 번째인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한일간 '셔틀외교' 정상화로 연결시켜야 할 필요성을 양쪽 모두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영토문제 한국에겐 현실적 과제

한일 양국 공통과제와 관련해 신문은 먼저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제휴를 강화하는 한편, 자국 제일주의로 기울고 있는 미국은 동맹국에도 용서없이 상호관세를 들이밀었다"면서도, "중국 러시아 및 북한과 대치하기 위해서는 '서반구' 중시를 내세우고 있는 미국을 동아시아의 지역방위 틀에 연결시켜 놓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썼다.

그리고 한일이 자원・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자동차와 하이테크 산업, 콘테츠 등의 수출을 토대로 한 산업구조도 비슷하며,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지방 쇠퇴 등의 사회문제도 같다면서 "과제해결 노하우를 양국이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한일의 양호한 관계 재정립을 전례없이 강조하고 있는 일본의 자세는 나름 합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역사・영토문제는 일단 덮고 가자는 자세를 어떻게 평가하고 대처해야 할지는 여전히 한국에겐 중대하고도 현실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