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열사 13주기를 추도하며] 아직 비정규직이 있고 해고자가 있다

전경진 2026. 1. 14. 10: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주형 열사를 처음 보게 된 건 한창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 노동자가 총파업을 이어 가던 2012년 1월 말이었다.

호텔 로비에 모여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뚜벅이 참가단과 함께하는 투쟁 문화제 말미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해고자들을 대표해 작은 체구에 또랑또랑 발언을 이어 가는 한 동지가 있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경진 공인노무사(노노모)
▲ 전경진 공인노무사(노노모)

윤주형 열사를 처음 보게 된 건 한창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 노동자가 총파업을 이어 가던 2012년 1월 말이었다. 호텔 로비에 모여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뚜벅이 참가단과 함께하는 투쟁 문화제 말미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해고자들을 대표해 작은 체구에 또랑또랑 발언을 이어 가는 한 동지가 있었다. 그가 바로 윤주형 열사다. 항상 환한 얼굴로 사람들을 마주했지만 속이 새까맣게 타는 걸 감추기 위해서 더더욱 장난을 많이 쳤다.

그의 죽음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벌써 13주기를 바라보고 있어서 희미해져 가지만 마지막 메시지를 주고받고 그가 크게 화가 났거나, 절망이 깊은 것만 같아 찾아가려 하다가 발길을 돌렸는데 당일인가 다음 날 밤에 그가 자결했다는 연락을 받아 가쁘게 화성의 병원으로 향한 기억이 난다. 나 때문일까, 나는 왜 알아차리거나 보듬지 못했을까. 그의 마지막에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들은 실감이 나지 않는 장례 이후로도 오랫동안 자책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해고된 동지들 일부는 회사와 노동조합 간의 합의에 따라 순차적으로 원직에 복직됐거나,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와 함께하던 많은 비정규직 동지들은 불법파견에 맞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통해 기아자동차와의 직접고용 관계가 확인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는 비정규직이 있으며 해고자가 남아있다.

청소 업무를 수행하거나 조리식당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하청업체에 고용돼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를 지키고 있다. 또한 해고에 대한 원직복직 싸움을 이어 가다가 결단코 하청업체조차 원직복직은 수용할 수 없다고 끝끝내 이어 가다가 법원마저 1심을 뒤집고 (기아자동차와 직접적으로 도급관계가 없는) 2차 하청업체에 소속돼 있으며 원청 노동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뤄 공동작업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원청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조립공정과의 유기성이 없으며 해당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파견관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 기아자동차에게 직접고용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한 명의 노동자가 있다. 과연 대법원도 이 동지를 외면할까.

윤주형 열사가 남긴 노란 종이에 담긴 유서에는 장정일 작가의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이 쓰여있었고 그의 죽음을 마주한 문화활동가 임정득 동지는 이 시를 가사로 담아 추모의 마음을 담은 곡을 만들기 위해 원저작자인 장정일 작가에게 어렵게 곡으로 담아내고자 하는 이유를 밝히며 허락을 구했는데 망설임 없이 받아줬다고 한다. 두 분께 너무나 감사드리는 마음은 1월28일, 윤주형 열사의 열세번째 기일을 추모하는 분들께 전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가 꿈꾸던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은 왜 14년이 흘렀지만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걸까. 아니, 오히려 더 교묘하게 법망을 비껴가면서 프리랜서, 플랫폼 고용은 늘어가고 정리해고를 대신해 근속연수에 비례하는 위로금을 얹어주면서 중견 인력의 권고사직을 사실상 강요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기업들은 늘어만 갈까. 그리고 그가 떠난 지 열세해 동안 나는 진심으로 그 뜻을 이어 가며 살아갔는지 돌이켜 본다. 잊지 말자.

Copyright © Copyright © 2026 매일노동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