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효용 있나’...유통가에 고민거리 던진 신세계푸드 자진상폐 추진
이마트, 공개매수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 카드 만지작
신성통상·한화갤러리아 전례 속 소액주주 보호 시험대
![신세계푸드의 자진상장폐지 추진을 계기로 유통업계 전반에서 '상장 유지'에 대한 고민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신세계푸드]](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4/552778-MxRVZOo/20260114102540053ufmh.png)
신세계푸드의 자진상장 폐지 추진을 계기로 유통업계 전반에서 '상장 유지'에 대한 고민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실적 악화나 상장 요건 미달에 따른 비자발적 퇴장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대주주가 주도해 상장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에서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현재 최대주주인 이마트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며 자진상장 폐지를 추진 중이다. 이마트는 신세계푸드의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완전자회사 전환을 통해 의사결정 속도와 사업 구조를 보다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상장사로서 감내해야 하는 공시 부담과 주주 관리 비용을 줄이고,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에 맞춰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에는 공개매수만으로 잔여 지분을 단기간에 정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포괄적 주식교환' 카드가 대안으로 함께 거론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매수 이후에도 이마트가 의결권 기준으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남은 소액주주 지분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흡수해 완전자회사 전환과 상장폐지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공개매수처럼 주주가 팔지 말지를 선택하는 구조를 넘어, 법적 절차에 따라 교환비율·평가기준을 정해 잔여 지분을 일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장폐지 마지막 단계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교환비율의 공정성, 외부평가의 적정성,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충분한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어 향후 절차가 구체화될수록 시장의 검증과 논란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신세계푸드만의 선택은 아니다. 앞서 패션·유통 기업인 신성통상은 공개매수와 정리매매를 거쳐 자진상장폐지를 완료했다. 최대주주 측은 수차례에 걸친 주식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이후 임시주주총회 승인과 거래소 절차를 밟아 상장폐지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포괄적 주식교환과 같은 구조는 활용되지 않았고 현금 공개매수를 중심으로 소액주주 지분을 정리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사용됐다.
한화갤러리아 역시 유통업계에서 상장 구조 재편 논의가 본격화됐던 사례로 거론된다. 계열 분리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상장 유지의 실익을 재검토하는 흐름이 나타났고, 이는 유통 계열사 전반에 '상장이 반드시 최선의 선택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됐다.
유통기업들의 자진상장폐지가 잇따르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산업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소비 둔화와 경쟁 심화로 성장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시장에서 부여받는 기업가치가 실제 사업 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보유한 기업일수록 상장 프리미엄보다 비상장 상태에서의 전략적 유연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제도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수주주 권리 강화와 공시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상장사로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대주주들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진상장폐지는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는, 규제 비용과 상장 유지의 효익을 저울질한 끝에 나온 전략적 결정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긍정적인 평가만을 받는 것은 아니다. 공개매수 가격의 적정성과 소액주주 보호 문제는 매번 논란의 중심에 선다. 실제로 자진상장폐지 과정에서 주주들은 '충분한 프리미엄이 반영됐는지', '대주주에게 유리한 구조는 아닌지'를 두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유통업계 자진상폐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절차적 투명성과 주주 신뢰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세계푸드 사례는 이러한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 상장사라는 틀에서 벗어나 그룹 전략에 맞는 효율적 경영을 추구하겠다는 선택은 이해되지만 그 과정에서 시장과 주주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자진상장폐지 흐름은 단순한 기업 이벤트가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에서 상장의 의미가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유통업계에서 나타나는 자진상장폐지는 대주주의 일방적 선택이라기보다, 성장성이 둔화된 산업을 자본시장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가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과정"이라며 "공개매수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까지 거론되는 것은 대주주와 시장 간 가격 인식의 간극을 제도적 절차로 조정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과정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교환비율 산정과 외부 평가가 충분히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합리적 전략이라는 주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E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