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마을·땅·집] 시골에 마당 있는 집…경제적 가치까지 고려해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새해의 첫달도 벌써 반을 넘겼다.
남들이 저렇게 하니 나도 그렇게 하고, 저런 곳에 땅을 사니 나도 덩달아 집을 지었다.
예전처럼 기를 쓰고 죽기 살기로 땅을 사고 집을 키우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므로 시골에서의 삶을 꿈꾼다면, 집을 마련하기에 앞서 "내게 꼭 필요한가?"를 몇번이고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웃과 옹기종기…사생활 보호 어려워
인구감소로 부동산 환금성도 떨어져

새해의 첫달도 벌써 반을 넘겼다. 세월의 속도만큼이나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감에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흔히 도시보다 느리다는 농촌의 삶 또한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도시의 바쁜 삶을 뒤로하고 은퇴 후 시골에서 조용히 살겠다며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경치 좋은 곳에 그림 같은 집과 정원을 꾸몄다. 관광지 주변에 펜션을 짓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거나, 도시에서 부대끼며 사는 대신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며 농촌으로 향하는 귀농자의 행렬도 꼬리가 길었다.
하지만 요즘은 유행처럼 전원주택을 짓거나 펜션 운영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 카라반을 사서 캠핑장으로 몰려다니고, 농막을 지어 별장처럼 자랑하던 이들도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한때 대단한 인생의 결단처럼 여겨졌던 전원생활이 이젠 보편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남들처럼 사는 시대’였다. 남들이 하는 방식을 따라 그 무리에 섞여 위안을 얻었고 안심이 됐다. 남들이 저렇게 하니 나도 그렇게 하고, 저런 곳에 땅을 사니 나도 덩달아 집을 지었다. 경치 좋다는 산골짜기에 옹기종기 들어선 집들은 대개 그런 사연을 안고 있다. 한때 유행하던 전원마을이나 주택단지들을 들여다보면, 수직의 도시 아파트를 단지 수평으로 펼쳐 놓은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내 집 마당을 소유했다는 행복도 잠시, 이웃과 밀착된 구조 탓에 ‘나만의 비밀 정원’은커녕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야 하는 이들도 있다.
이웃과 떨어진 ‘나 홀로 집’을 지은 이들은 이런 부담에선 자유롭지만 땅과 집의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농촌에서 개인의 만족만을 위해 과하게 지은 집과 정원은 이제 든든한 자산이 아니다. 오히려 노후의 커다란 경제적 부담이 되곤 한다. 인구감소와 급격한 고령화로 농촌 부동산의 환금성은 갈수록 떨어진다. 내가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공간이 남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리 만무하다.
요즘 시골로 오는 사람들의 생각과 경향은 과거와 매우 다르다. 예전처럼 기를 쓰고 죽기 살기로 땅을 사고 집을 키우는 사람은 드물다. 그저 자신의 방식대로 적당히 실속 있게 살고 싶어 한다. 이제 귀농·귀촌은 ‘남들처럼 잘하면 되던 시대’를 지나, 나의 개인 필요가 분명해야 하는 ‘선명성의 시대’가 됐다.
그러므로 시골에서의 삶을 꿈꾼다면, 집을 마련하기에 앞서 “내게 꼭 필요한가?”를 몇번이고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요양이 절실하거나 시골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확실한 이유가 있다면 그 선택은 옳다. 정말 귀농·귀촌이 필요하다는 답을 얻었다면, 딱 필요한 만큼만 일을 벌려야 한다. 그래야 후회도 없고 손해도 없다.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