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꽉 차 지하철 그냥 보내"… 출근이 두려운 '퇴근 대란'
노사 추가 교섭 없어 퇴근길도 혼잡
승강장서 개찰구까지 긴 줄 늘어서
"언제 집에 도착하나" 한숨만 푹푹

서울 시내버스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출퇴근 시간대 주요 역에선 교통 대란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혼잡한 지하철은 버스를 이용하던 시민들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반면 버스정류장은 간간이 광역버스와 공항버스만 오갈 뿐 썰렁했다.
이날 오후 6시 20분 서울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은 승강장은 물론 승강장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넘어 개찰구까지 길게 줄이 늘어섰다. 직장인 이주현(28)씨도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찍고 들어가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겨우 스크린도어 앞까지 온 뒤에도 열차를 여러 대 그냥 보내야 했다. 이씨는 "버스 파업이라 각오는 하고 왔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얼른 집에 가고 싶은데 집에 가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하철역마다 "시내버스 파업으로 열차를 연장 운행 중"이며 "열차 내부가 혼잡하다"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2호선 강남역 교대 방면 승강장에서도 "매우 위험하니 다음 열차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가 연신 흘러나왔다. 인파를 통제하던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원래 근무 일정이 없었는데 현장에 나왔다"며 "버스 파업 영향으로 본사 인력까지 현장 지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들은 몰려든 인파가 신기한 듯 휴대폰으로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여의도역에서 만난 조성현(32)씨는 "숙대입구역 근처에서 오후 6시 30분쯤 저녁 약속이 있는데 늦을 것 같아 일행에게 음식은 천천히 시키라고 했다"며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가는데 지하철은 갈아타야 해서 번거롭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노원구에 사는 김동주(55)씨도 "이렇게 열차를 여러 대 그냥 보낸 건 처음"이라며 초조한 듯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반면 버스 정류장은 한산하다 못해 황량했다. 버스가 '차고지'에 있다는 문구가 줄줄이 떠 있는 전광판 아래 택시를 잡으려 두리번거리는 시민 한두 명만 서 있을 뿐이었다. 여의도환승센터에서 만난 이은지(30)씨는 "경기 의왕에 사는데 마침 과천에 사는 직장 동료가 있어 같이 택시를 타고 한 번에 갈 생각"이라며 때마침 다가오는 택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강남대로 일대에서도 마을버스 정류장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줄을 섰지만, 시내버스 정류장은 텅 빈 채 전광판 불빛만 깜빡였다.
이날 오전 출근길 역시 혼란스러웠다. 시내버스 파업 소식을 미리 알지 못했던 시민들은 버스정류장에서 휴대폰으로 실시간 운행 상황을 확인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동작구에 사는 이서현(29)씨는 "평소엔 10분이면 오던 차가 20분이 넘도록 안 와서 이상하다 했더니 파업 중이더라"며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거리가 멀어서 늘 버스를 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좀 걷더라도 지하철을 탈 걸 그랬다"고 당황스러워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서울시버스노조)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서울시버스조합)과 전날 오후 3시부터 임금 단체 협상 관련 사후조정회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이날 첫차부터 운행을 멈췄다. 노조는 퇴근 시간 버스 운행에 대비해 오후 2시를 기준으로 협상을 재개하지 못하면 하루 단위로 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자칫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지하철 운행 횟수를 하루 172회 늘리고, 출퇴근 혼잡 시간대 운행을 각각 1시간씩 연장했다. 심야 지하철 운행도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확대했다. 25개 자치구는 지하철역과의 연계를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투입했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김준형 기자 junbro@hankookilbo.com
나민서 기자 i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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